정치뉴탐사

함돈균 "절차적 정당성이 민주주의의 전부"…합당 문건 파문과 유시민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민주당 대외비 문건 공개에 당내 파문 확산…함돈균, 합당 논의·1인 1표제·공적 자산 사유화 문제 분석

2026-02-07 08:49:48

민주당 내부에서 작성된 조국혁신당 합당 관련 대외비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합당의 구체적 지분 배분 방안까지 담긴 이 문건을 두고 정청래 대표는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는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은 합당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6일 방송된 허재현의 정치뉴탐사에 출연한 함돈균 문학평론가는 이 사태의 배경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합당 옹호 발언을 비평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는 "절차적 정당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처음이자 끝"이라며 합당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대외비 문건, 밀약인가 실무 검토인가


허재현 기자는 민주당에서 작성된 대외비 문건의 구체적 내용을 소개했다. 문건에는 '현 지도부 승계 범위 및 통합 지도부 내 조국혁신당 측의 배분 비율 합의'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협의 추진'이 아니라 '합의'라는 표현이 이미 사용된 점이 눈에 띈다. 조국혁신당으로 간 인사들이 민주당에 출마할 때 공천 심사나 경선에서 감점을 받지 않게 하는 방안, 전북지사 공천권을 조국혁신당에 배분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당 내부에서는 왜 이런 방식의 검토가 이뤄졌는지를 두고 논란이 번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보고되지 않은 문건"이라며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최고위에서 "내가 지시한 것"이라고 직접 인정하면서, 문건 작성 자체보다 유출 경위가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고위원들은 파문의 당사자인 사무총장에게 진상 조사를 맡기는 것이 적절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허재현 기자는 "정청래 대표로서는 조승래 사무총장을 직무 배제하고, 좀 더 투명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진상을 밝히는 것이 수습의 정석"이라고 분석했다.


허재현 기자가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과 통화한 결과, 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일치했다. "이 문건은 합당을 준비하기 위한 기초적 절차 문건이 아니다. 너무 구체적이다. 누군가의 지시 없이 이런 내용이 담기기 어렵다." 실무자가 당 대표의 허락 없이 최고위원 배분, 공천 안배까지 담은 문건을 독자적으로 작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함돈균 평론가는 "권력 배분의 매뉴얼을 설계한 것인데, 하위 당직자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청래 대표의 행보, 반복되는 의문


허재현 기자는 정청래 대표의 행보에서 반복되는 패턴에 주목했다. 유동철 위원장 컷오프 사건 때도, 1인 1표제 추진 과정에서도, 이번 문건 파문에서도 정청래 대표 본인은 뒤로 빠지고 다른 인물이 나서서 해명하는 구조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허 기자는 "정청래 대표의 생각은 어디까지가 본인의 생각인지,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문이 나온다"고 전했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의 증언도 소개됐다. 지난해 12월 소수 야당 대표들이 정청래 대표를 만났을 때, 정 대표는 "내란 청산 투쟁은 함께했지만 지방선거는 따로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김재연 대표는 "한 달 사이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이렇게 달라졌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함돈균 평론가는 이 상황을 거시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정청래 대표의 합당 추진이 시민의 여론이나 시대적 요청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아젠다가 과연 누구의 의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같은 당이라는 전제를 늘 가지고 가는데, 조국 대표를 민주당의 대권 주자로 옹립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함 평론가의 시각에 따르면, 이는 민주당 전체를 위한 의제라기보다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


1인 1표제를 둘러싼 온도 차


방송에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1인 1표제 통과를 의미 부여하는 장면이 소개됐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귀족 공화정에서 민주공화정으로의 혁명적 전환"이라고 평가했고, 김어준은 "해외에서 사례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함돈균 평론가는 이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1인 1표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더 좋은 정당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이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가 대의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의원 제도를 '귀족 공화정'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태형 소장은 당원 명부 관리 시스템 구축, 유령 당원 차단, 조직 동원 방지, 당원 교육과 토론 문화 정착 등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함 평론가는 "이런 절차적 보완이 먼저 이뤄진 상태에서 제도 변경이 제안돼야 하는데, 앞에 있는 과정들이 생략된 채 결과만 놓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허재현 기자는 1인 1표제 논란의 본질을 짚었다. "취재해 보면 대부분의 의원들은 1인 1표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경기장에 뛰는 선수가 룰을 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 즉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정청래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당대표 선거의 룰을 당대표 본인이 바꾸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였다는 것이다. 유시민 전 이사장이 1인 1표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귀족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허 기자는 "실제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의원들의 고민과는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유시민 발언을 둘러싼 논쟁


유시민 전 이사장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해찬 전 총리의 회고록을 들고 나왔다. 김민석 총리가 영결식에서 울었던 것에 대해 "울지 마라, 이 책에 다 있다"고 하면서 2002년 후보 단일화 당시 김민석의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이력을 꺼냈다.


함돈균 평론가는 이 대목에서 "비평적 관점에서 '비열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했다. "20년 전의 일이고, 그분이 각고의 시절을 겪고 여기까지 복귀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탕감된 문제다. 현재의 합당 논쟁과 맥락이 다른 과거사를 끌어온 것은 비평적으로 정당하지 않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방송에서 "이미 정치적 평가가 끝난 20년 전 행적을 거론한 것을 보면 맺힌 감정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유시민의 또 다른 발언도 논란이 됐다. "합당에 반대하는 사람은 반대하는 이유를 얘기해야 한다. 절차를 가지고 시비 걸지 말고. 내심 반대하는데 이유를 말할 수 없을 때 절차 가지고 시비 거는 것이다." 함돈균 평론가는 이 발언을 "이번에 나온 발언 중 가장 문제적"이라고 짚으며 네 가지 논점을 제시했다. 첫째, 합당 아젠다 자체가 시민의 관심사라기보다 특정 세력의 의제다. 둘째, 아젠다를 던진 쪽이 먼저 설명해야 하는데 반대하는 쪽에 입증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셋째, 합당 반대론은 이미 충분히 제기됐는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 넷째, 절차적 정당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데 이를 경시하고 있다.


함 평론가는 네 번째 지점을 특히 강조했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그 과정의 정당성이 전부다. 독재 정부에 맞서 민주 진영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절차적 정당성이었다." 그는 "절차를 시비로 치부하는 것은 민주 진영이 오랜 시간 쌓아온 도덕적 정당성, 즉 헤게모니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본류를 타라"는 조언이 드러낸 것


유시민은 방송 말미에 조국 대표에게 "대통령이 되어서 나라를 책임질 자세를 갖고 있다면 합쳐야 한다. 지류에는 큰 배를 띄우지 못한다. 본류를 타야 한다. 지류를 타면 저처럼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함돈균 평론가는 이 발언이 합당 논의의 또 다른 맥락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결국 조국 대표의 대권 프로젝트와 연결된 이야기가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그는 어떤 정치적 이벤트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시대정신과의 부합, 구성원들의 지지,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이다. "지금 이 세 가지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함 평론가는 정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외설적 권력' 개념을 빌려 현 상황을 설명했다. "전통적 권력은 자신의 의도를 숨기려 하지만, 일부 권력은 비판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합당이라는 결론을 먼저 내놓고 정당성 확보의 과정을 생략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재현 기자는 유시민의 조언이 오히려 조국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합당을 하느냐 마느냐 갑론을박인데, 이것이 대권 프로젝트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합당 논의 자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을까 의문이다." 허 기자는 유시민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지식인이 팩트 확인에 소홀해지면 설득력을 잃게 된다. 민주당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논쟁의 결을 충분히 파악하신 뒤에 논평하시는 것이 좋겠다."


이해찬의 정치유산은 누구의 것인가


함돈균 평론가는 방송 내내 '공적 자산의 사유화' 문제를 일관되게 제기했다. 노무현이라는 기호, 이해찬이라는 기호는 시민이 함께 만든 공적 기억이자 공적 자산인데, 이를 특정 인물이나 세력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시민이 공동으로 참여해서 만든 공적 자산이다. 이해찬 전 총리의 정치유산 역시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독점적으로 해석하고 대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는 김어준 채널에서 일주일간 이해찬과 유시민의 관계를 강조하고, 유시민이 이해찬의 정치적 적장자라는 프레임을 깔아놓은 뒤 회고록을 들고 등장한 일련의 흐름에 대해 "시민의 공적 기억을 특정 인물이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허재현 기자는 이 지점에서 팩트를 보탰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해찬 전 총리가 사실상의 정치적 후계자로 지원한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민주당 안에서 이재명에 대한 견제가 거셌을 때 뒤에서 든든하게 서준 것이 이해찬 전 총리였다." 이해찬의 정치유산을 특정 인물만의 것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방송 말미에 함돈균 평론가는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에 대한 지지 기반의 차이를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에는 인격적 팬덤의 성격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실제 행위와 정책 결과를 보고 형성된 것이다. 지지의 성격이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적 탄압과 당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원한의 정치 대신 공공적 활용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함 평론가는 "이재명 정부는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정부이기 때문에 성공이 각별히 중요하다"면서 "이 정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계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말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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