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친청계 후보 2명이 당선됐다. 이성윤 의원이 2위, 문정복 의원이 3위로 최고위원에 올랐고, 친명계에서는 강득구 의원이 1위로 당선됐다. 대부분의 언론은 친청계의 2대1 승리로 보도했다. 그러나 득표율을 들여다보면 당내 지형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친명계 후보들(강득구·이건태)의 득표율 합계는 51.3%, 친청계 후보들(이성윤·문정복)은 48.7%였다. 친청계가 포트폴리오 전략을 잘 구사해 2명을 당선시켰지만, 전체 득표율에서는 친명계가 앞선 것이다. 이번 선거가 1대1 대결 구도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민주당 중립 성향 관계자는 "친청계의 승리라기보다는 당원들이 당의 안정을 선택하면서도 동시에 당 지도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1위를 차지한 것은 친명계 강득구 의원이다. 30.74%로 2위 이성윤 의원(23.92%)을 7%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강득구 의원은 양평고속도로 문제를 가장 오랫동안 선명하게 싸워온 의원이다. 친명계 관계자는 "네거티브 공격이 들어왔을 때도 맞대응 안 하고 점잖게 간 게 오히려 득이 됐다"며 "당원들이 효능감을 인정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대표 선거 때보다 표심 변화, 정청래 대표의 과제
지난 8월 당대표 선거와 비교하면 당심의 변화가 감지된다. 당시 정청래 후보는 권리당원과 대의원을 합산해 61.74%를 득표하며 압승했다. 이번에 친청계 후보들의 합산 득표율은 48.67%다. 물론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성격이 다르고, 후보 구도도 달랐다.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권리당원만 따로 보면 변화의 폭이 크다. 지난 8월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청래 후보는 66%를 득표했다. 이번에 친청계 후보들의 권리당원 합산 득표율은 54%다. 12%포인트 차이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당원들이 정청래 대표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들려는 것은 아니지만, 독주보다는 소통을 원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민주당 친명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이렇게 해석했다. "이건태 후보는 대장동 변호사 타이틀 말고 본인만의 콘텐츠가 없었다. 명심(明心), 즉 이재명 대통령 마음에만 기대서는 당원들 마음을 못 얻는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반면 이성윤 의원에 대해서는 "인지도와 선명성 덕분에 권리당원 표는 쓸어담았는데 중앙위에서 꼴찌한 걸 보면 조직 내 확장은 숙제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1인1표제, 중앙위원 표심이 관건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1인1표제의 전망은 어떨까. 이번 선거에서 중앙위원만 따로 보면 친청계 후보들이 43%를 얻었다. 지난 12월 5일 1인1표제 찬반 투표 때 찬성이 45%로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한 달 사이에 오히려 2%포인트가 더 떨어진 것이다.
중앙위원 투표 결과를 보면 강득구 의원이 34.28%로 1위, 문정복 의원이 26.78%로 2위, 이건태 의원이 22.39%로 3위, 이성윤 의원이 16.54%로 4위였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32%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이성윤 의원이 중앙위원에서는 꼴찌를 한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중앙위원 중 여성 위원들이 막판에 문정복 의원 쪽으로 많이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재적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청래 대표가 이번 최고위원 선거의 여세를 몰아 1인1표제를 다시 추진하려면 중앙위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정청래 대표에게 당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 셈이다.
이성윤 의원은 투표 하루 전인 13일 전북 남원을 찾았다. 박희승 의원 지역구인 남원 시당 사무실에서 유세를 하며 "정청래 대표가 추진했던 1인1표제를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지역에서는 20년 만에 전북 출신 선출직 최고위원을 배출했다는 경사 분위기가 있었다. 박희승 의원과 이성윤 의원은 전주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다고 한다.
강원도 민심 이반, 권성동 텃밭 강릉도 위태
강원도에서 국민의힘의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G1 강원민방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진태 도지사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민주당의 이광재 후보와 붙으면 49대 30으로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고, 우상호 수석과 붙어도 46대 38로 열세다. 이 정도면 누가 나와도 김진태를 넉넉하게 이기는 구도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권성동 의원의 텃밭인 강릉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 G1 여론조사에서 지난 총선 때 권성동에게 끝까지 추격했던 김중남 후보가 다자 대결에서 1위를 기록했다. 양자 대결에서도 김중남, 김한근 후보 모두 현 시장인 김홍규를 40% 중반대 득표율로 압도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율을 합치면 거의 47%에 달하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다 합쳐도 35% 수준이다.
김홍규 시장에 대한 평가도 부정 여론이 6대 3 수준이다. 윤석열의 친구라는 타이틀이 한때는 후광 효과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본인이 윤석열 친구라는 걸 사람들이 좀 잊어줬으면 할 처지가 됐다. 강릉은 강원도에서도 손꼽히는 보수 텃밭이다. 이곳이 뒤집어지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 "장동혁은 내 스태프였다"…숨겨진 의미
국민의힘 내부 권력 다툼도 심상치 않다. 장동혁 대표가 12·3 계엄에 대해 사과하자 윤어게인 세력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전광훈 목사는 장동혁에게 4대 조건을 제시했다. 이준석과 연대하지 말 것, 한동훈을 반드시 징계해서 내칠 것, 부정선거 주장을 포기하지 말 것 등이다. 장동혁을 당 대표로 만들어준 최대 세력이 윤어게인이기 때문에 장동혁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요구다.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징계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3 계엄 사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윤어게인 세력의 지지를 되돌리려면 한동훈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동혁 대표는 김종혁 의원에게는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정직 2년을 구형해 지방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한동훈은 윤리위원회에 그냥 떠넘겼을 뿐 별다른 구형 없이 징계를 미루고 있다.
한동훈은 이에 대해 "장동혁은 원래 내 스태프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극우 진영에서는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장동혁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다. 지난 총선 때 조직과 돈을 만지는 역할을 했다. "너는 내 스태프였다"는 말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장동혁이 한동훈 징계를 머뭇거리는 이유가 여기 있을 수 있다. 서로 폭로전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수청 설계, 검찰 특권 유지 방향으로 흘러가나
검경 수사권 분리에 따라 신설될 중수청 논의가 검찰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조선일보가 "공소청 검사들에게 보완수사권을 허용한다"고 보도했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중수청 자체가 검찰 조직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진보 진영에서 보완수사권을 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논쟁할 때가 아니다.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관계부처 장관 회의가 두세 차례 열렸다. 아직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일정한 방향으로 논의가 모이고 있다. 중대범죄 범위를 6개에서 9개로 넓혀 중수청에 맡기는 방향이다. 문제는 중수청의 인적 구성이다.
중수청장은 차관급이고, 국장들은 검사장이나 차장검사급, 과장들은 부장검사급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지금 법무부에 파견 나가 있는 검사들이 실장, 국장, 과장 자리에 보임되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중수청은 귀족과 평민으로 이원화되는 체계가 된다. 검찰에서 넘어온 평검사들은 '수사사법관', 경찰 출신은 일반 수사관으로 나뉜다.
현재 초임 검사가 3급인데 경찰은 총경이 돼야 4급이다. 20년 이상 근무한 경찰 서장을 초임 검사가 지휘하는 차별적 직급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유능한 경찰관이 중수청에 가서 일하고 싶겠는가. 결국 검찰 수사관들이 중수청으로 넘어가고, 중수청은 사실상 검찰 조직이 된다.
공소청 명칭도 검찰청으로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검사들이 공소청이라는 명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검찰청을 두 개로 쪼개서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나머지는 기존 검찰청이 담당하는 형태가 된다. 검찰 수사권이 사실상 온존되는 셈이다. 형식적으로 행안부 산하에 두는 것뿐이지 달라지는 게 없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 반발을 최소화하자는 입장이고,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두 장관 사이에 접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검찰 반발을 최소화해서 연착륙시키자는 쪽 주장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검찰에 수모를 안기고 집단 반발의 여지를 주면서까지 밀어붙이지는 말자는 취지다.
검찰청법 시행이 1년 유예를 받았기 때문에 9월에는 중수청이 출범해야 한다. 바꿔야 할 법령이 700~800개에 달하고, 신청사 마련과 인사도 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중수청이 검찰 조직으로 장악되면 보완수사권 문제는 의미가 없어진다. 중수청이 검찰 조직으로 장악되면 보완수사권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 된다. 수사권 자체를 검찰이 통째로 쥐고 있는 구조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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