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탐사

개인이 17조 샀고, 외국인이 13조 팔았다…반등장에서 산 사람이 위험하다

폭락일에 산 개인과 반등일에 산 개인, 매입 단가 차이 11%―시점이 갈랐다

2026-03-18 11:22:22

3월 코스피 폭락장에서 개인 투자자 17조6,000억원이 들어갔다. 이 돈이 수익이 될지, 손실이 될지는 '언제 샀느냐'에 달려 있다. 역대 2위 규모다. 1위는 2021년 1월 22조3,384억원. 코로나 팬데믹 직후 '동학개미'가 증시에 뛰어들던 그때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3조2,396억원어치를 팔았고, 기관도 5조1,279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받아냈다.


젠슨 황이 "삼성 고맙다"고 말한 날, 기관이 7,339억 샀다


1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3% 오른 5,640.48에 마감했다.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6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직접 언급한 영향이다. 젠슨 황은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추론 전용 칩인 그록3 LPU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며 "삼성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행사에서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7,339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5,725억원어치를, 외국인은 1,7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2.76% 올라 193,9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198,000원까지 치솟으며 20만원 돌파를 시도했지만, 장 막판 급격히 밀렸다.


외국인은 팔고, 개인은 샀다... 3월 한 달의 반복


이 패턴은 3월 내내 반복됐다. 3월 10거래일 중 7거래일에 개인은 '사자'를 택했다.


가장 극적인 날은 3일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에 코스피가 하루 만에 7.24% 폭락했다. 외국인이 5조1,487억원어치를 쏟아냈다. 그 물량을 받아낸 건 개인이었다. 하루 순매수 5조7,974억원. 9일에도 같은 구조가 반복됐다. 코스피가 5.96% 빠지자 개인은 4조6,242억원을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1,735억원, 1조5,441억원을 팔았다.


개인이 폭락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는 건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 때도 개인은 월간 11조1,869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도 물량을 흡수했다. 올해 3월은 그보다 6조원 이상 많다.


2020년 동학개미는 결국 이겼나


2020년 동학개미의 결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0년 3월 코스피 저점(1,457)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2021년 1월 고점(3,266) 기준으로 124%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2021년 1월에 진입한 개인(월간 22조3,384억원으로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한 그 달에 산 투자자)은 이후 코스피가 2년간 하락하면서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놓였다.


핵심은 시점이다. 폭락 직후 진입한 사람과, 뉴스를 보고 뒤늦게 들어간 사람의 결과는 달랐다. 3월 3일과 9일에 산 개인은 저점 매수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17일 이후, 코스피가 반등하고 삼성전자가 20만원 근처까지 오른 시점에서 진입하는 개인이다.


실적은 진짜다, 그래서 더 주의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2025년 영업이익은 43조5,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SK하이닉스는 47조2,000억원으로 101%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공시된 사업보고서 기준이다. 실적은 팩트다.


그런데 이 실적은 이미 공시된 '구정보'다. 엔비디아 GTC에서 나온 삼성전자 관련 발표 — 그록3 LPU 파운드리 생산, HBM4E 공개 — 는 분명 호재다. 하지만 실적에 직접 반영될 신규 수주 계약이 발표된 것은 아니다. 젠슨 황이 "삼성이 만들고 있다"고 말한 그록3 LPU는 올해 3분기 출하 예정이다. 매출로 잡히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실적이 좋은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건 정상이다. 위험한 건 '좋은 뉴스가 나온 날'이 '사야 하는 날'이라고 착각하는 구조다. 기관이 7,339억원을 순매수한 17일, 기관은 반도체 호재를 근거로 들어갔다. 같은 날 개인은 5,725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등 구간에서 차익을 실현한 개인과, 호재를 보고 새로 진입하는 개인은 다른 사람이다.


17조를 넣은 개인, 지금 확인해야 할 것


3월 한 달간 개인이 투입한 17조6,000억원 중 상당 부분은 급락일(3일, 9일)에 집중됐다. 코스피가 5,000선까지 밀린 날 산 투자자와, 5,600선으로 반등한 뒤 뉴스를 보고 진입한 투자자는 평균 매입 단가가 다르다. 3월 초 저점(4일 장중 5,059) 매수자와 17일 종가(5,640) 매수자 사이에는 11%의 단가 차이가 있다. 반등장에서 추격 매수한 투자자일수록 하락 전환 시 손실 구간에 빠르게 진입한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 규모가 이 수준이면 신용융자 잔고도 함께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용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으로, 주가가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강제 매도)가 발생한다. 코스피가 다시 급락하면 신용융자 투자자부터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그 매도가 추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금융투자협회(kofia.or.kr)에서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반등 구간에서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면, 거래량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17일 삼성전자 거래량은 2,030만주였다. 직전 5거래일(10~16일) 평균 2,352만주 대비 86% 수준으로, 소폭 줄었다. 다만 추세로 보면 다르다. 3월 5일 5,396만주에서 17일 2,030만주로 2주 만에 거래량이 62% 급감했다. 폭락장의 공포 매매가 끝나고 거래 참여자가 빠르게 줄어드는 국면이다. 네이버증권이나 한국거래소(data.krx.co.kr) 종목 페이지에서 5일 평균 거래량 대비 당일 거래량을 비교할 수 있다.


반등은 끝이 아니라 질문의 시작이다


3월 증시의 구조는 단순하다.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샀다. 기관은 날마다 방향이 바뀌었다. 코스피가 6,347 고점에서 19% 빠진 뒤 반등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역대 2위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반등의 체력은 거래대금이 말해준다. 17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21조8,174억원이었다. 3월 첫째주 일평균 48조원, 폭락일인 4일 62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폭락장에서는 매도와 매수가 뒤엉키며 거래가 폭발했지만, 반등장에서는 참여자가 줄었다.


이 자금이 수익으로 돌아올지, 2021년의 재판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이란전쟁의 경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에 따라 유가 방향이 갈린다. 17일 기준 WTI는 배럴당 97달러대, 브렌트유는 104달러를 넘어섰다. 둘째, 엔비디아 실적 발표(현지시간 18일). GTC에서 공개한 기술이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4월 10일 금통위. 한국 금리(2.5%)가 미국(3.5~3.75%)보다 낮은 상태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흐름이 계속된다. 환율이 1,490원대에 머무는 한 달러로 사오는 원유·밀·옥수수 값도 내려가지 않는다.

Copyright ⓒ 시민언론뉴탐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뉴스

주요 태그

시민언론 뉴탐사 회원이 되어주세요.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뉴탐사 회원가입
Image Descri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