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대통령실 공사비 496억 바닥, 청사 수선비로 돌려막기

본관·관저 거의 전부 수의계약…김건희 코바나콘텐츠 후원업체가 관저 공사 낙찰

대통령실 본관·관저 공사 사실상 전부 수의계약, 경쟁입찰 배제

편성된 예비비 496억원 소진되자 일반 청사 수선비를 관저 리모델링에 전용

관저 수의계약 따낸 21그램,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후원·VVIP 명단 올랐던 업체

2022-08-03 23:56:59

대통령실 본관과 관저 공사가 사실상 전부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정황이 드러났다. 처음 책정한 예비비 496억원은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바닥났다. 모자란 돈은 다른 청사의 일반 수선비에서 끌어다 관저 리모델링에 돌려쓰고 있었다. 공사를 따낸 업체 가운데 김건희 씨가 운영한 코바나콘텐츠 후원·협찬 명단에 올랐던 곳이 또 나왔다.


이날 다른 언론에서는 코바나콘텐츠 후원사인 희림건축이 대통령실 용산 청사 설계 감리를 맡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또 다른 후원업체가 있었다. 관저 공사를 따낸 21그램이다.


예비비 496억, 공사 끝나기도 전에 동났다


용산 이전 비용은 처음 496억원으로 발표됐다. 윤석열은 직접 지휘봉을 들고 이전 계획을 설명하며 큰돈이 들지 않을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본관과 관저 리모델링만으로 이 예비비는 동났다. 관저 공사는 그때까지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예비비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 인수인계 단계에서 예외적으로 편성해 준 돈이다. 정식으로 예산을 다시 청구하려면 국회 심의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니 공사는 멈추지 못하고 돈은 떨어진 상황이 됐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다른 청사들의 일반 수선비와 수리비를 당겨썼다.


행안부 예산과장은 통화에서 전용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목적에 맞으면 전용은 가능하다"며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관저 리모델링을 일반 수선·수리와 같은 개념으로 봐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엔진을 고치는 수리와, 껍데기만 남기고 속을 갈아엎는 리모델링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김건희 코바나콘텐츠로 이어지는 21그램


관저 공사 수의계약 업체 중에는 21그램이 있었다. 이 회사는 김건희 씨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의 후원·협찬 명단에 올라 있었다. VVIP 초대권도 200여장을 받아 갔다. 2016년 르 코르뷔지에展 협찬사 목록에는 회사 이름이 지금도 남아 있다.


21그램 대표 김모씨는 회사 설립 전 비타민디자인의 실장이었다. 비타민디자인은 2015년 마크 로스코展 협찬 명단에서도 확인됐다. 코바나콘텐츠가 추천한 전시였다. 이 무렵 받은 VVIP 티켓이 50장이었는데, 21그램으로 독립한 뒤에는 200장으로 늘었다. 받아 간 티켓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관리해야 할 VVIP 명단이 늘었다는 뜻이다. 코바나콘텐츠와 나란히 몸집을 키운 관계가 의심된다.


대통령실은 "후원한 사실이 없고 이름만 올랐다"고 해명했다. 그 해명은 의심을 키울 뿐이다. 후원조차 하지 않았는데 후원업체로 이름을 올려줄 정도라면, 김건희 씨와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이다.


공고 3시간, 1시간 만에 끝난 입찰


수의계약은 속도부터 비정상이었다. 한 공사는 입찰 공고에서 개찰까지 3시간 만에 끝났다. 입찰을 열고 마감하기까지는 1시간이었다. 응찰 업체들은 추정 금액의 99% 수준을 써냈다. 깎을 이유가 없을 만큼 낙찰을 확신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건은 하루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 24일 요청서가 접수되자 같은 날 기술 검토가 이뤄졌다. 25일 공고를 내고 그날 개찰과 계약, 고지서 발부까지 마쳤다.


흔적을 지운 정황도 있었다. 관저 공사는 나라장터에 "○○주택" 식으로 올라 있었다. 공사 지역도 서울이 아닌 세종시로 적혔다. 대통령실 역시 본래 명칭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표기됐다. 검색에 걸리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 계약은 5월 25일 12억원에서 두 달 만에 14억원대로 뛰었다. 공사량이 늘었다는 게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 5년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당시 대통령실 관련 공사는 금액이 수천만원 단위였다. 잔디 청소 작업차 같은 항목까지 억대가 없었다. 공고부터 입찰 마감까지 최소 7일이 걸렸고, 참여 업체는 적게는 9개에서 많게는 77개에 달했다.


청사본부에서 장관, 다시 기재부로


책임은 어디에도 머물지 않았다. 취재진이 세종 정부청사관리본부를 찾아갔지만 시설총괄과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본부장은 퇴근길 차문을 닫으며 답변을 거부했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수의계약이 행안부를 거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결재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책임을 장관에게 떠넘겼다. 그러나 행안부 청사과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정식 보고라인을 건너뛴 채 장관에게 곧장 보고가 올라갔다는 의심이 남는다.


기재부 담당자도 "각 부처가 법령에 따라 집행한다"며 청사본부에 확인하라는 답만 반복했다. 예산을 감시해야 할 기재부가 한발 물러섰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 결재란을 거치는 이유는 조직이 함께 책임진다는 데 있다. 결재를 건너뛰고 한 사람에게 업무가 떨어진다면, 그 한 사람만 책임지라는 뜻이다.


잠적한 사무실, 등기부에 남은 연결


언론 보도가 나간 뒤 21그램은 자취를 감췄다. 1차 방문 때 지하에서 일하던 직원들까지 2차 방문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은 깨끗이 정리돼 있었다.


지하 업체와의 관계도 드러났다. 21그램 법인 등기부에는 감사로 조모씨(70년생)가 올라 있다. 이 사람은 같은 건물 지하 업체의 대표였다. 두 회사를 "전혀 별개"라고 했던 직원의 말과 어긋난다. 전화로 "조○○ 씨가 사장이시죠"라고 묻자 상대는 "예"라고 답했다.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작은 이상 신호가 먼저 쌓인다. 하인리히 법칙이다. 대통령실 공사를 둘러싼 이상 신호는 정부청사관리본부에서 행안부, 기재부까지 번졌다. 그런데도 제동을 거는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직원들은 이 업체들이 김건희 씨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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