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27일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3차 TV토론회에서 후보들 간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집중공격이 이어지면서 정책 토론보다는 네거티브 공세가 두드러진 토론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토론의 품격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김문수·이준석, 첫 발언부터 이재명 집중 타격
각 후보들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이날 토론의 방향성을 예고했다. 이재명 후보는 45년 전 5.18 광주 계엄군 진입일을 언급하며 "총알이 강하지만 투표보다는 약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주권을 회복하고 내란을 극복하는 이번 선거에 꼭 참여해달라"며 내란 극복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첫 발언부터 이재명 후보를 겨냥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있다"며 "범죄자가 자기를 방탄하기 위해서 독재를 하는 방탄 독재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를 유죄 판결했다고 해서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한다"며 공격의 날을 세웠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작년 12월 3일 우리의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계엄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빨간 윤석열이 지나간 자리를 파란 윤석열로 다시 채울 수는 없다"며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거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정책적 메시지에 집중했다. "쿠팡 물류센터 야간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씻지도 못한 채 다시 알바앱을 켜야 하는 청년"을 언급하며 "지친 어깨에 손을 얹고 약속한다"며 서민층에 대한 지지 호명에 나섰다.
정치 양극화 해소방안을 다루는 첫 번째 주제에서부터 인신공격이 시작됐다. 이준석 후보는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심각한 가짜뉴스는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며 "음모론에 빠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는데, 이 자리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으셨던 분이 두 분 계신다"고 이재명, 김문수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어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화장실로 가서 대변기에 머리를 넣으세요, 정신병원에 보내세요 같은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등학교 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한 욕설이 이재명 후보 욕설을 보고 따라하는 것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후보는 "부족함에 대해서는 수차 사과했고 다시 사과한다"면서도 "제가 한 말이 아니고 형님이 어머니에게 한 말을 왜 안 말렸느냐고 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내란 인정 놓고 이재명-김문수 격돌
내란 관련 질의응답에서는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게 "계엄 해제를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는데, 계엄 해제했어야 됐다고 보느냐 하면 안 됐다고 보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문수 후보는 "계엄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72년도 유신 때도 80년에도 계엄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그러나 내란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내란죄에 대한 재판은 지금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니까 재판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전시사변도 아니었고 절차도 안 지켰고 국회를 침탈했는데 이게 내란이 아니면 대체 어떤 게 내란이냐"고 추궁했다. 김문수 후보는 "계엄은 계엄이고 내란은 내란이고 다른 것"이라며 "무조건 상대를 내란범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폭력"이라고 맞받았다.
이준석 후보의 계엄 당일 행적도 도마에 올랐다. 이재명 후보가 "강남에서 술 드시다가 바로 국회로 온 것도 아니고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샤워하고 그러고 국회에 와서 다시 확인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슬리퍼 신고 나왔다가 허둥지둥 국회를 쫓아온 사람도 있는데 너무 여유롭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집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즉시 가서 즉시 나왔다"며 "안 들어가려고 했다는 말씀은 허위사실"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왜 집에까지 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너무 여유롭지 않았냐"는 재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재판 5건 vs 측근 정치자금 4억, 사법리스크 공방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재판 건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공격했다. "대장동, 위례신도시, 백현동, 성남FC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부패방지법 위반, 제3자 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20대 대선 허위사실 공표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거론하며 "이렇게 많은 재판을 동시에 받으면서 대통령 하는 것이 맞냐"고 공격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수없이 많은 기소는 윤석열 정권의 증거 없는 조작 기소의 실상을 보여준다"며 "증거가 없지 않냐. 지금까지 있었으면 제가 이렇게 멀쩡했겠냐"고 반박했다. 그는 김문수 후보에게 "정치자금 3번인가 4번인가 부정자금 받은 걸로 캠프에 있는 가까운 측근들이 다 처벌받았다"며 "부정 수급한 정치자금이 4억이 넘는데 본인은 몰랐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고 역공했다.
김문수 후보는 "제가 알지도 못하는 일에 대해서 왜 제가 책임을 져야 하냐"며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호텔경제학 3라운드…"독일 공산당 기관지" vs "한국은행 사례"
이준석 후보는 지난 토론에서 논란이 된 호텔경제학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재명 후보가 호텔경제학을 방어하기 위해서 루카스 자이제라는 분을 들고 나왔는데, 이분이 알고 보니까 독일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을 지내신 분"이라며 "어떤 경로로 루카스 자이제의 사상을 접하셨는지, 공산주의자의 철학을 들고 와서 가르치려고 드시느냐"고 공격했다.
이재명 후보는 "종북몰이 하듯이 공산당 몰이 안 하시면 좋겠다"며 "그 사례는 한국은행의 책자에도 나오는 사례"라고 반박했다. 그는 "루카스 자이제가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는지 저는 관심도 없다"며 "100유로 이야기, 100달러 이야기의 아주 일반적인 사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후보는 "본인이 먼저 저에게 루카스 자이제 아냐고 물어보신 다음에 지금 저한테 종북몰이 하지 말라고 하고 계신다"며 "이게 얼마나 황당한 상황이냐"고 반박했다.
이준석 "여성 성기에 젓가락" 발언…토론 품격 추락
이날 토론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이준석 후보의 부적절한 질문이었다. 그는 권영국 후보에게 "만약에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서 얘기할 때 여성의 어떤 성기나 이런 것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면, 이거는 여성혐오에 해당하느냐 아니냐"고 물었다.
권영국 후보는 "그건 답변하지 않겠다"며 즉각 거부했다. 이준석 후보가 "민주노동당의 기준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권영국 후보는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우리는 당연히 성적인 학대를 한다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어 이재명 후보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이재명 후보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질문을 하시면 좋겠다"며 "시간과 규칙을 지켜서 하시면 좋겠다"고 제지했다.
이런 질문에 대해 시청자들은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실시간 채팅에는 "이준석 발언 다시 보기 힘들다", "정말 저질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선 후보 토론회라는 공적 공간에서 이런 수준의 질문이 나온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해설진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나와야 할 질문이냐"며 "기본적인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의 어떤 인성, 인간에 대한 태도, 여성에 대한 시각이 어떤 건지 여실히 보여준 질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외교안보도 정책 실종…핵무장·대북송금 공방만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정책 토론보다는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이준석 후보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되신다 하더라도 미국 입국이 제한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런 약점을 가만히 두겠느냐"며 "본인의 여러 가지 사법 리스크 때문에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북송금에 관여했다는 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얘기"라며 "실제로 그들이 저를 위해서 송금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김문수 후보는 핵무장 관련 질문에 "핵무장을 하자, 말자 이런 문제가 아니고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한 축"이라며 "한미동맹의 범위 내에서 핵무장을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핵무장하면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대한민국의 합의된 정책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실행 가능한 얘기를 하자, 미국이 수용 가능한 걸 하자"고 주문했다.
권영국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다.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그 권한이 있었다면 계엄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게 독재정권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국회 해산권이라는 건 실제 내각제 국가에서 많이 운영되는 것"이라며 "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영국 후보는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인데 대통령제에서 국회 해산권을 준다는 것은 견제 기능이 없어진다"며 "1인 독재가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무리 발언까지 이어진 "희생자" 공격
마무리 발언에서도 김문수 후보는 끝까지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다. "경기도 7급 공무원은 이재명 부부의 법인카드 비리를 폭로한 뒤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며 "이재명 지사에게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라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의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책 토론으로 국민들께 희망을 드려야 되는데 마치 뒷담화하는 자리 같이 되어버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는 기득권자들이 만든 위기를 언제나 국민들의 힘으로 이겨내 왔다"며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이 다시 복귀하느냐, 아니면 희망의 새로운 민주공화국으로 다시 거듭나느냐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토론 해설에서는 "지금까지 세 번 토론 가운데서 가장 저질스러운 토론회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교안보 같은 경우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거의 외교안보와 관련된 후보들의 진지한 생각과 토론들을 국민들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과 공격, 귀중한 시간들을 낭비한 토론회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기승전 이재명 공격"으로 일관한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전략에 대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책 경쟁인데 인신공격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문수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은 '투명한 남북관계, 한미동맹 강화' 이 여덟 글자가 전부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날 토론회는 정책 경쟁보다는 네거티브 공세에 매몰된 채 막을 내렸다. 마지막 토론 기회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할 후보들이 진흙탕 싸움에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일부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선 토론회의 품격 자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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