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정청래가 밝히지 않은 김관영 CCTV 제보자

채널A 보도 2시간 전 긴급 감찰 지시…정청래는 제보 출처에 함구

음식점 사장과 시그니처 호텔 대표 이어준 정수기 사업자, 납품 계약도 2월

시그니처 호텔 대표는 송하진 캠프 출신 선거법 유죄 전력자

전북경찰청 반부패수사대 "사람 조사보다 중요한 것 수사 중"

2026-05-26 06:31:17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채널A가 김관영 전북지사의 'CCTV 의혹'을 단독 보도하기 약 2시간 전에 윤리감찰단에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 4월 1일 오전 9시 10분쯤이다. 채널A 보도는 같은 날 오전 11시 15분에 나왔다. 김관영 지사는 그날 밤 약 12시간 만에 제명됐다. 정청래 대표는 그 영상을 누구로부터, 어떤 내용으로 제보받았는지를 지금도 밝히지 않고 있다.


취재진은 그 제보가 어디서 흘러나왔는지를 좇았다. 음식점 사장과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 측 인사를 잇는 새 연결고리가 드러났다. 전북경찰청도 같은 연결고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보도 2시간 전, 정청래는 알고 있었다


4월 1일 오전 9시 17분 속보가 떴다. 정청래 대표가 윤리감찰단에 김관영 지사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당 공보국은 그보다 7분 앞서 "김관영 전북지사에 대한 제보가 있어 윤리감찰단의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고 공지했다. 채널A 보도가 나오기 2시간 전이다. 보도가 나가자 윤리감찰단은 전주의 식당으로 내려가 선거관리위원회나 경찰보다 먼저 CCTV를 확보했다. 사본이 아닌 원본이었다. 그 영상을 들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 지사를 제명했다.


문제는 정청래 대표가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빨리 움직였느냐다. 영상이 공개되기도 전에 감찰을 지시하려면 영상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정작 영상을 채널A에 넘긴 음식점 사장 정씨는 당에 자세한 내용을 알린 적이 없다고 했다. 정씨는 취재진에게 "당에는 채널A를 보면 뭔가 터질 거라고만 살짝 언질을 줬다"며 "대리기사비 같은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에게 영상의 존재와 대리기사비 정황까지 정확히 전한 사람은 음식점 사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채널A의 취재 속도도 석연치 않다. 정씨는 그 자리 참석자가 누구였는지 자신도 잘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채널A는 제보가 들어간 지 몇 시간 만에 참석자 6명가량을 파악해 확인 취재에 들어갔다. 정씨는 채널A에 참석자 명단을 알려준 적도 없다고 했다.


음식점 사장과 호텔 대표를 이어준 정수기 사업자


이번 취재에서 새로 확인된 인물이 정수기 사업자 이씨다. 지난 2월, 전주 시그니처 호텔 대표 김씨가 음식점 사장 정씨에게 "한번 보자"고 접촉했다.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한 사람이 이씨다. 이씨는 김씨가 운영하는 호텔에 정수기를 납품하는 거래처다. 그 납품 계약이 맺어진 시점도 지난 2월이다. 접촉과 계약의 시점이 겹친다.


취재진이 전화를 걸자 이씨의 말은 오락가락했다. 처음에는 "김 대표 전화번호도 모른다. 모임에서 한 번 봤을 뿐"이라고 했다. 다시 통화하자 "호텔에 납품하는 관계가 맞다. 2월에 소개받아 이번에 납품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정작 호텔 대표 김씨는 이씨를 두고 "쭉 납품하던 사람"이라고 했다. 한쪽은 오래된 거래처라 하고, 다른 한쪽은 2월에 처음 소개받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말이 어긋난다. 이씨는 "김 대표를 소개해준 후배가 정치나 선거에 관여하는 사람이냐"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송하진 캠프 출신 유죄 전력자, 그리고 이원택의 말 바꾸기


시그니처 호텔 대표 김씨는 송하진 전 전북지사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람이다. 송하진 전 지사가 2014년 전북지사에 당선됐을 때 비서실장이 지금의 이원택 후보다. 김씨는 같은 캠프에서 전북자원봉사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송하진 전 지사의 3선을 위해 공무원 조직과 자원봉사센터를 동원해 불법으로 당원을 모았다. 전주지방법원은 2022년 12월 이 사건으로 김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자격정지 2년에 징역형의 집행유예였다.


판결문에는 김씨가 어떻게 당원을 관리했는지가 빼곡히 적혀 있다. 도청 공무원과 봉사단체·체육계 회원을 당원 모집인으로 지정했다. 전라북도가 예산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에게는 권리당원 명부를 정리하게 했다. 모집한 당원을 조직화해 여론조사에 동원하고 지지를 호소하게 했다. 센터 직원들은 인건비와 보조금에 영향을 미치는 팀장의 부탁을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를 당내 경선의 민주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로 판단했다. 선거 때마다 불법 경선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능한 인물이라는 의미다.


취재진은 이원택 후보에게 직접 물었다. "시그니처 호텔 김 대표를 아느냐"는 질문에 이원택 후보는 "말도 안 되는 걸 엮지 말라"고 했다. "내 비서실장도 비서도 없다. 허구다"라고도 했다. "시그니처 대표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답이 이어졌다. 그러나 취재진이 "송하진 전 지사 시절 자원봉사센터에 있던 그분"이라고 환기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아, 그분은 알죠"였다. 모른다던 사람을, 송하진 캠프 시절을 들이대자 안다고 인정한 것이다. 김씨는 송하진 전 지사 때문에 선거법 재판까지 받은 인물이다. 같은 캠프에 있던 이원택 후보가 그를 모를 수는 없다.


경찰도 들여다보는 연결고리


음식점 사장 정씨는 경찰과 선관위에 녹취를 제출하면서 한 대목만 쏙 뺐다. 이원택 후보 측 인사로 통하는 김씨가 "시간 좀 내 달라"며 접촉해온 통화 부분이다. 취재진은 그 녹취를 전북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건넸다. 수사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람을 조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다려 보면 하고 있다는 걸 알 것"이라고도 했다. 두 사람을 연결한 이씨를 두고도 "알고 있고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건넨 파일은 수사 기록에 첨부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말한 '사람보다 중요한 일'은 통화 수발신 내역일 가능성이 높다. 음식점 사장 정씨, 정수기 사업자 이씨, 호텔 대표 김씨가 지난 2월 어떻게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는 통신 기록에 남는다. 김씨가 이원택 후보 측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확인되면, 이원택 후보 측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이원택 후보가 김씨를 "모른다", "시그니처 호텔 사장인 줄 몰랐다"고 한 말이 사실과 다르다면, 선거 기간 중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김관영 후보 제명의 본질을 '현금 살포'로 규정한다. 김관영 후보 측이 '정청래 대표의 사천(私薦)'을 문제 삼자, 민주당은 사천이 아니라 현금 살포가 본질이라고 맞섰다. 김관영 후보가 식사 자리에서 대리기사비 명목으로 현금을 건넨 의혹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측근인 김슬지 도의원에게 식사비를 대납하게 한 의혹을 받는 이원택 후보 역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의 또 다른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채널A 보도 2시간 전에 정청래 대표에게 영상의 존재와 대리기사비 정황까지 정확히 전한 제보자가 누구인가. 음식점 사장이 아무 대가 없이 그 영상을 넘겼겠는가. 정치공작이라면 대리기사비 수준의 돈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원택 후보는 "선거가 끝난 뒤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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