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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공천헌금 브로커 판결문에 이춘석·서삼석…검찰은 기소도 안 했다

배용태 전 전남 행정부지사 공천 로비 사건 판결문 입수…"서삼석에 3억, 이춘석에 2억" 녹취록 존재

2026-03-18 00:18:09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5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선거 브로커 사건의 판결문에서 이춘석·서삼석 두 현역 의원의 이름이 등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뉴탐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브로커인 익산 지역 김모 기자는 배용태 전 전남도 행정부지사로부터 공천 대가로 5억원을 받으면서 "서삼석에게 3억, 이춘석에게 2억"이라고 구체적 금액까지 언급했다. 이 녹취록은 판결문에 그대로 기재돼 있다. 검찰은 이 돈이 두 의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지만, 서삼석 의원의 지역 사무국장에게 5천만원이 전달된 사실까지 확인하고도 기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고불리 원칙을 들어 이 부분을 심리하지 못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한편 검찰개혁법은 19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당정청 협의안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소통 부족을 지적하며 "숙의를 하려면 지겹도록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석이형 3개, 이춘석 2개"


사건의 발단은 2022년 1월이다. 배용태 전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영암군수 출마를 선언한 뒤 김모 기자에게 공천을 부탁했다. 김 기자는 이춘석 의원의 지역구인 익산에서 활동하는 지역 신문 기자로, 이춘석 의원의 비공식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기자는 이춘석 의원이 처음 국회에 입성한 18대 국회 시절부터 우호적 기사를 쓰고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이춘석 측은 김 기자에게 정적에 대한 고발까지 사주했다. 배 전 부지사가 김 기자를 찾은 이유가 있었다. 2018년 배 전 부지사의 민주당 복당 로비를 김 기자가 성사시킨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16일경 김 기자는 배 전 부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삼석이형 3개, 이춘석 2개"라고 말했다. 총 5억원이다. 여기에 서삼석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 김찬일 씨 몫으로 5천만원이 추가돼 총 5억5천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돈의 명목은 중앙당, 지구당, 도당을 정리하는 비용이었다. 김 기자는 "이춘석에게 5억을 주면 배분은 이춘석이 한다"고까지 말했다. 당시 이춘석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이었다.


검찰, 김찬일 기소하지 않아…재판부 "불고불리"


배 전 부지사는 배우자를 통해 5억원을 전달했다. 김 기자는 이 중 5천만원을 떼어 서삼석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 김찬일 씨에게 건넸다. 그런데 2025년 3월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김 기자는 김찬일 씨와의 통화 내역을 삭제했다. 압수수색 직후인 4월 초에는 김찬일 씨가 사위에게 5천만원을 빌려 김 기자에게 돌려줬다. 누가 봐도 검찰 수사를 의식한 행동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찬일 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고불리 원칙에 따라 이 부분은 심리하지 못한다"고 각주를 달았다. 재판부가 검찰의 미진한 수사를 사실상 지적한 셈이다. 김찬일 씨가 기소됐다면 서삼석 의원과의 연결 고리가 수사 대상이 됐을 것이고, 이는 이춘석 의원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법사위원장·최고위원, 우연의 일치인가


시간순서를 따라가면 석연찮은 대목이 나온다. 2025년 6월 27일 이춘석 의원이 법사위원장에 취임했다. 한 달 뒤인 7월 21일 김 기자에 대한 공소장이 법원에 접수됐다. 기소 직전 한 달은 구속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던 가장 민감한 시기다. 이 시기에 여당 법사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사건을 검찰이 어디까지 수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남는다.


이춘석 의원은 2025년 8월 6일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탈당하며 법사위원장에서 물러났다. 같은 날 서삼석 의원이 정청래 대표의 지명으로 최고위원에 취임했다. 두 사람은 이 사건에서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는데, 릴레이처럼 당의 중책을 이어받은 것이다. 김 기자가 올해 2월 13일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일주일 뒤 서삼석 최고위원은 조용히 사퇴했다.


김 기자 직접 통화…부인했지만 모순 투성이


뉴탐사는 김 기자와 직접 통화했다. 김 기자는 김찬일 씨에게 5천만원을 준 사실, 이춘석·서삼석 의원과의 관계, 공천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컨설팅 비용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화 내용 곳곳에서 모순이 드러났다.


첫째, 김 기자는 이춘석 의원과의 관계를 "기자로서 정치적 견해를 얘기하는 정도"라고 축소했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김 기자가 이춘석 의원의 비공식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춘석 의원 본인도 뉴탐사와의 별도 통화에서 김 기자를 "익산에서 활동하는 기자인데 아는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김 기자는 "오래전부터 알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춘석 의원은 "그 사람이 구속되고 재판받고 집행유예 받은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면 재판 결과까지 파악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둘째, 서삼석 의원과의 관계다. 김 기자는 "만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통화에서 서삼석 의원의 측근 김찬일 씨와는 "형님 동생 하는 가까운 사이"라고 스스로 인정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달간 목포에 머물며 김찬일 씨와 함께 지냈다는 사실까지 직접 밝혔다. 서삼석 의원의 핵심 측근과 형님 동생 하면서 두 달을 같이 지낸 사람이 서삼석 의원은 만난 기억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셋째, 돈의 성격이다. 김 기자는 "컨설팅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판결문에 기재된 녹취록에는 돈의 명목이 중앙당, 지구당, 도당 정리 비용으로 돼 있다. 뉴탐사가 이를 지적하자 김 기자는 "녹취록에 나오는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전에 수많은 얘기가 오갔다"고 둘러댔다. 또 "이춘석에게 5억을 주면 배분은 이춘석이 한다"는 녹취에 대해서는 "제가 사기 친 거"라고 답했다. 사기를 전문적으로 치는 사람도 아닌 지역 기자가, 현직 국회의원 두 명의 이름을 팔아 5억원을 요구하면서 상대방이 나중에 당사자에게 확인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상식적이지 않다.


넷째, 이춘석 의원의 진술과도 어긋난다. 이춘석 의원은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김 기자가 "나를 사칭했다"고 말했다. 공소장에도 사칭 내용이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김 기자는 이춘석 의원을 "오래전부터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이춘석 의원은 스스로 김 기자를 "아는 사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사칭"이라고 선을 그었다. 판결문에 기재된 비공식 특별보좌관 활동, 우호 기사 작성, 고발 대행까지 감안하면 단순한 사칭으로 치부하기엔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깊다. 검찰은 이춘석 의원을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김 기자도 통화에서 "검찰이 이춘석 의원을 조사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춘석 의원은 현재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서삼석 의원에게도 문자를 보냈으나 읽고도 답변이 없다. 김찬일 씨 역시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이춘석·서삼석 두 의원의 이름을 보도한 언론은 뉴탐사가 처음이다.


검찰개혁법 확정…"당정 협의안을 정부안이라 부르는 이유"


같은 날 검찰개혁법이 당정청 협의안으로 최종 확정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에서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을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숙의를 하려면 진지하게 토론해야 되고, 그 이전 단계로 진짜 소통이 돼야 한다"며 과정 관리의 부실을 꼬집었다. "어려운 의제일수록 끝장 토론을 해야 나중에 2중 3중으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뉴탐사 취재 결과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1월 12일 1차 정부안 발표 이후 민주당은 여섯 차례 의원총회를 거쳐 2월 22일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자리에 정청래 대표도 참석했다. 3월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당정이 함께 만든 협의안이다. 그런데 법사위 의원들의 이견을 해소하지 않은 채 당론으로 넘긴 것이 혼란의 씨앗이 됐다. 법사위 의원 일부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반발했고, 중수청법 45조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문제는 김어준 씨와 조국혁신당이 이 법안을 일관되게 '정부안'이라 불렀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서 "당정 협의안"이라고 직접 밝혔음에도 김어준 씨는 오늘까지 '정부안'이라는 표현을 고수했다. '정부안'이라는 프레임의 목적지는 김민석 총리다. 김민석 총리가 만든 엉망인 정부안을 정청래 대표가 바로잡았다는 서사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섯 차례 의총을 거쳐 정청래 대표 본인이 주재한 자리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안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정청래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하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곽상언 의원은 "정치 위기 때마다 노무현 소환은 옳지 않다"고 일침을 놨다. 100년 사법체계의 근간을 세우는 법안의 의미를 특정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에 가두는 것은 법안의 가치를 축소시킬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 방탄법안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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