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들의 페이스북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의원 105명 가운데 66명이 계엄 사과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이 '국힘 내 사과 여론이 과반'이라고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60% 이상의 의원이 여전히 계엄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에 대해 '사법 독립 훼손'을 주장하면서 조국혁신당은 물론 진보 언론까지 '위헌' 프레임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국힘 의원 상당수가 계엄 사과 대신 영장 기각 환영 메시지를 올린 점도 눈에 띈다.
조희대 '위헌' 프레임에 갇힌 조국혁신당
조국혁신당은 12월 2일 대법원 앞에서 내란 전담 재판부의 위헌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법원 예규로 제정하자고 주장했다. 서왕진 의원이 대표적이다. 대법원 예규를 고치자는 말은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결단을 맡기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문제는 조희대가 이미 '내란 전담 재판부는 사법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들어줄 리 없는 요구를 하면서 시간만 흘러가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법무부 장관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빼자고도 주장했는데, 그러면 남는 것은 법관 대표자 회의와 법학 교수 협의회뿐이다.
법관 대표자 회의는 지난해 조희대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조차 비판적 성명을 내지 못한 단체다. 당시 성명 발표 안건에 대해 9명 중 7명이 반대했다. 이런 단체에 주권자의 뜻을 위임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진보 언론도 '법원의 법관 임명권' 미신에 갇혀
프레시안 등 진보 언론도 내란 전담 재판부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무작위 배당 원칙과 법원의 법관 임명권 침해'를 근거로 들면서 민주당만 강행하려 한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다.
헌법에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내란 전담 재판부는 비법조인을 법관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기존 법관들 중에서 추천을 받아 임명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을 위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헌법에는 법관을 꼭 법원에서만 임명한다는 규정도 없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 그 조희대가 인사를 단행한 이른바 '수원 사인방' 등에 의해 영장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주권자의 뜻을 계속 배신하는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재판에 민주적 통제를 가하자는 논의 자체를 '외부의 부당한 외압'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추경호 영장 기각, 판사가 변호인 역할까지
추경호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내란특검은 활동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불구속 기소로 전환했고, 황교안도 내란 선동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를 불구속 기소하는 상황 자체가 조희대 사법부가 만들어낸 것이다.
영장을 기각한 판사의 논리도 황당하다. "윤석열과 2분 통화로 계엄 공모가 가능한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추경호는 윤석열과 2분, 한덕수와 7분 통화했다. 한덕수의 수행 비서가 추경호에게 "너무 걱정하지 마라"며 안심시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증거도 제출됐다.
만약 추경호가 계엄 소식을 그날 처음 들었다면 2분이 아니라 20~30분은 통화해야 했을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이게 말이 되냐"라고 따져 물어야 정상이다. 오히려 2분이라는 짧은 통화가 사전 공모의 정황이 될 수 있다. 내란 중요 임무 종사죄는 사전 공모가 범죄 구성 요건이 아니다. 당일 현장에서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성립한다.
판사는 "비밀리에 계획하는데 윤석열과 추경호가 공모한 것을 본 사람이 왜 없냐"고도 했다. 내란 모의를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관 대표회의, 조희대에 힘 실어주나
법원장들은 지난주 모임에서 내란 재판부와 법왜곡제 신설에 대해 '위헌성이 심각하다'는 입장을 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12월 9일 열리는 법관 대표회의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조국혁신당은 법관 대표회의가 상당히 중립적으로 내란 전담 재판부의 추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미 전국 법관 대표회의는 조희대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다'는 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9명 중 7명이 반대했다. 이런 단체에 추천권을 주자는 것이 조국혁신당의 논리다.
대통령실은 '위헌 소지를 최소화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조국혁신당과 결이 다르다. 항소심부터 적용하면 위헌 심판 제청으로 인한 재판 정지 우려를 없앨 수 있다는 판단이다.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민주당이 전적으로 지배하는 형태를 피하자는 정도의 의견이지, 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힘 의원 페이스북 전수조사, 사과한 의원 31명뿐
중앙일보가 국힘 의원 1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비상계엄 사과에 찬성하는 의원이 43명이라고 보도했다. 마치 사과 여론이 다수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전수조사한 결과는 달랐다.
계엄 1주년인 12월 3일 기준으로 사과 의사를 밝힌 의원은 총 31명이다. '머리 숙인 25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과 별도로 페이스북에서 사과를 표명한 의원 6명을 더한 숫자다. 권영세 의원이 대표적이다. 25인 명단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계엄 선포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사과 입장을 냈다.
그러나 25인 명단에 이름만 올려놓고 정작 본인 페이스북에는 사과문을 올리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안철수 의원이 대표적이다. 25인 명단에는 들어갔지만, 그날 페이스북에는 추경호 영장 기각에 박수를 보내는 글을 올렸다.
이상휘 의원도 25인에 포함됐지만 사과문 대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조은희 의원은 윤한홍 의원의 글을 공유하면서 정작 자기 사과문은 올리지 않았다. 조정훈 의원은 긴 글을 올렸지만 '사과'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 사과했다"고 주장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계엄 사과를 명확히 거부하거나 침묵한 의원은 66명이다. 강대식, 강명구, 권성동, 김기현, 김은혜, 나경원, 박대출, 서천호, 윤상현, 이철규, 장동혁, 주호영, 추경호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TK와 부산 등 보수 텃밭 지역구 의원이거나, 극우 세력 눈치를 보는 의원들이다.
| 계엄 사과 거부·침묵 국민의힘 의원 66명 명단 | |||||
|---|---|---|---|---|---|
| 강대식 | 강명구 | 강민국 | 강승규 | 곽규택 | 구자근 |
| 권성동 | 김기웅 | 김기현 | 김대식 | 김민전 | 김석기 |
| 김선교 | 김승수 | 김은혜 | 김장겸 | 김정재 | 김종양 |
| 김위상 | 나경원 | 박대출 | 박상웅 | 박성민 | 박성훈 |
| 박수민 | 박수영 | 박준태 | 박충권 | 백종헌 | 서명옥 |
| 서일준 | 서지영 | 서천호 | 성일종 | 신동욱 | 유상범 |
| 유용원 | 윤상현 | 윤영석 | 윤재옥 | 윤한홍 | 이양수 |
| 이인선 | 이종배 | 이종욱 | 이철규 | 이헌승 | 인요한 |
| 임이자 | 임종득 | 장동혁 | 정동만 | 정점식 | 정희용 |
| 조배숙 | 조승환 | 조정훈 | 조지연 | 주진우 | 주호영 |
| 추경호 | 최보윤 | 최수진 | 최은석 | 한기호 | 한지아 |
조중동 vs 뉴데일리, 보수 언론도 갈라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국힘에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절연을 주문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은 불가피하다", "계엄의 악몽을 끊어야 한다"는 논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보수가 궤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반면 뉴데일리와 팬앤드마이크 등 극우 매체는 정반대 주장을 편다. "빅브라더보다 더 위험한 것은 약한 야당이다", "계엄 사과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극우 세력이 원하는 윤석열의 '반국가 세력 척결' 유지를 받들어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부추긴다.
장동혁 대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조중동 말대로 계엄 사과를 하면 극우 세력이 등을 돌린다. 이미 전광훈당, 황교안당 등 극우 정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뭉치고 있다. 극우 세력 입장에서는 윤석열마저 버린 국힘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자기들이 만든 극우 정당으로 딴살림을 차릴 수 있다.
장동혁 지도부를 떠받치는 가장 확실한 세력은 극우다. 극우 세력은 현찰이고, 중도층은 어음이다. 현찰을 버리고 불확실한 어음을 선택하기 어렵다. 조갑제는 "장동혁이 열심히 할수록 이재명이 유리하다"며 한동훈을 다시 내세우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동훈이 나서면 청담동 술자리 문제가 기다리고 있고, 극우 세력은 오히려 더 강하게 이탈할 수 있다.
이재명 지지율 62%, 민주당과 국힘 더블스코어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62%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43%, 국힘은 24%로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가 난다. 중도층에서는 국힘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졌다.
지역별로 보면 TK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이 우세하다. 부울경에서도 민주당이 역전했다. 서울에서도 20%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국힘이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TK 지역당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
국힘은 내년 총선에서 당심과 일반 여론 조사 비율을 50대 50이 아닌 70대 30으로 하기로 했다. 당심의 중심은 극우 세력이다. 결국 극우 세력에 먹히는 후보들이 공천에서 유리해진다. 국힘은 점점 더 극우 정당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 법사위원 한 명은 "9월에 빨리 내란 전담 재판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10월은 국감, 11월은 예산 전쟁, 12월은 벌써 계엄 1년이다. 시간이 갈수록 개혁 동력은 떨어진다"고 경고했지만, 당 지도부는 "그럴 리 없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지금 딱 그대로 됐다. 이번 12월 본회의를 놓치면 내란 전담 재판부는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