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오세훈 '약자와의 동행' 뒤에서…DDP 소상공인은 70명 동원해 쫓아냈다

같은 조건 5개 업체는 연장, 김이경 씨만 강제퇴거

텅 빈 DDP에 10억 투자해 복합문화공간 일군 소상공인, 강제집행으로 15억 빚더미

위수탁 계약을 공유재산법상 사용허가로 전환 뒤 '갱신 1회 소진' 논리로 퇴거

동일 조건 5개 업체엔 입찰 기회 부여, 김이경 씨만 원천 봉쇄

2026-03-30 14:51:39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카페 '드 페소니아'를 운영해온 김이경 씨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장을 내밀며 언론인터뷰를 통해 '약자동행지수'를 치적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작 서울 현장에서는 '약자와의 동행'과 정반대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에서 공들여 복합문화공간을 일궈온 한 소상공인이 서울시의 일방적인 계약 연장 거부와 강제집행으로 거리로 내몰렸다.


서울시는 '서울시민들에게 돌려주려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의 가능성을 확인하자 소상공인이 쏟아 부은 투자와 노력을 무시하고 불법 점유자로 낙인찍었다.


지난 3월 11일, 카페 '드 페소니아'에 약 70명의 강제집행 인력이 들이닥쳤다. 김이경 대표와 직원 11명이 일궈온 공간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말한 '약자와의 동행'은 그 현장에 없었다.


스트레스 등으로 디스크가 터졌는데도 대응을 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에 수술조차 포기한 채 목에 깁스를 하고 나온 김이경 대표는 인터뷰 내내 울먹이면서도, ”나와 같은 사람이 또 나오지 않도록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텅 빈 로비에 화장실·배관 시설 설치하며 공들인 소상공인

서울시, '홍보 공간' 조성 명분으로 강제 퇴거… 대기업은 연장, 개인은 불허

15억 빚더미 앉은 시민, "행정이 시민의 전 재산을 뺏어갔다" 절규

"시장 홍보공간위해, 시민은 '테스트용 생쥐' 신세“


지난 2017년, 울산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김이경 대표는 DDP의 한 텅 빈 공간에서 카페를 시작했다. 안내 데스크만 덩그러니 놓인 ‘죽은 공간’이었지만, 김 대표는 이곳에서 새로운 꿈을 보았다. 서울로 상경한 그는 전 재산과 대출금을 쏟아 부어 약 10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감행했다.


당시 해당 공간에는 기본적인 전기, 수도, 배수 시설조차 없었다. 김 대표는 서울시 디자인재단 측의 요청에 따라 동대문을 찾는 시민들이 함께 사용할 화장실까지 사비(약 1억 5천만 원)를 들여 구축했다. 재단 측은 "나중에 예산을 확보하면 돌려 주겠다"며 상생을 약속했고, 김 대표는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약속은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소송을 통해 받아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김 대표의 노력으로 카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서울의 랜드마크 카페로 발전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의 요구대로 각종 문화행사와 브랜딩 행사를 유치하며 DDP의 활성화에 공헌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도 극복해 냈다. 이 모든 건, 김 대표의 노력이었다. 한창 엄마 손이 필요했을 자녀들에 대한 돌봄도 뒤로한 채 카페를 일구었다. 그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 그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12 건의 이상의 소송에 직면해야 했다. 매 순간 금전적 압박이 뒤따랐다.


김 대표는 ”부당한 승계 구조를 이유로 한 소송으로 8천만원의 현금공탁을 감당해야 했다“며, ”2026년 2월 민사 1심에서 패소했고, 이후 강제집행 정지신청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공탁금 3억원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탄했다. 이후 3억 공탁금을 내라는 판결이 나온 지 3일만인 지난 3월 11일 카페에는 약 70명의 강제집행 인력이 들이닥쳤다. 김 대표와 11명의 직원이 일궈온 일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김 대표는 이날 억울함에 항의하다 공무집행방해에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까지 됐다. 사실상 공권력이 서울시의 강제집행을 위해 김 대표를 잡아두고 있던 셈이다.




법의 사각지대 이용한 ‘고무줄 잣대’


이 모든 문제는 2020년, 서울시가 기존 '위수탁 계약'을 '공유재산법에 따른 사용 수익 허가'로 전환하면서 시작됐다. 김 대표가 2017년 했던 계약은 민간 임대차 성격의 ‘위·수탁 운영관리 계약’이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2020년, 이 계약을 갑자기 공유재산법상 행정처분인 ‘사용·수익 허가’로 전환시켰다. 이 과정에서 재단측은 2020년 문서에 ‘연장’이라는 단어를 교묘히 박아 넣었다.


이것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었다. 2017년 계약은 사법상 계약이므로 공유재산법상 갱신권 논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를 행정처분으로 소급 의제하여, 2020년 허가를 ‘1회 갱신’으로 둔갑시켰다. 이 전환의 결과는 하나였다. 공유재산법상 딱 한 번 허용되는 1회 갱신이 완료되었으니 나가라는 논리였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나 재단 측은 김 대표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구제책을 제시조차 하지 않았다는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시장님 사인 받았다"… 이미 정해진 퇴거 시나리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선에 성공하면서 상황은 악화되어 갔다. 2023년 재단 관계자는 "오 시장이 직접 사인한 계획이 있어 나가야 한다"며 압박했다. 실제로 김 대표가 퇴거하기도 전인 2023년부터 서울시 산하 기관인 SBA(서울경제진흥원)는 해당 공간을 타깃으로 실측을 진행하고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김 대표는 토로했다. 김 대표가 퇴거하기도 전에 후속 활용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번 처분은 시장의 직인이 없는 ‘서울디자인재단’ 명의로 이루어졌다. 서울시는 시정 홍보관 조성이라는 목적 하에 절차를 주도하면서도, 법적 분쟁이 발생하자 '계약 당사자는 재단'이라며 책임을 넘겼다. 김 대표는 이렇게 울먹이며 하소연했다.


"공간이 비어 있을 땐 아무것도 안 하더니 제가 활성화시켜 놓으니까 대관 문의가 쏟아진 모양이에요. 하루에 대관료 2천만 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 제가 없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겠죠. 활용도를 테스트하는 생쥐처럼 저를 이용해보고, 이제 자기들이 쓰려고 회수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행정 소송’ 피하기 위해 ‘민사 소송’ 남용


공유재산 사용허가 갱신 거절은 명백한 ‘행정처분’이다. 따라서 행정청은 이유를 명시하고 불복 절차(행정심판, 행정소송)를 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입수한 담당 공무원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건 행정처분이 아니라 단순 계약 만료 안내"라고 발언하는 등 심각한 법리 오적용을 드러냈다.


행정소송으로 가면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등 엄격한 공법적 심사를 받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행정청에 유리하고 절차가 간소한 민사소송의 틀 안에서 김 씨는 ‘방어권’조차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다.



대기업은 연장, 개인은 불허… ‘평등의 원칙’ 유린한 ‘표적 행정’


가장 심각한 대목은 ‘평등의 원칙 위반’이다. 서울시는  DDP 내 공간들을 공유재산으로 전환하면서, 원고와 동일하게 위수탁사의 전차인으로서 실질적으로 점유·운영하던 다른  업체에 대해서는 그 실질 운영자임을 인정하여 일반입찰의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유독 김 대표에게만 이러한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정반대의 처분을 내렸다. 같은 조건의 업체에는 입찰 기회를 주고 김 대표에게만 주지 않은 근거가 무엇인지, 서울시는 설명하지 않았다.


"서울시 광고비 무서워 입 닫은 언론... 기사가 데스크에서 잘렸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겪은 언론의 외면에 또 다시 좌절했다. 김 대표는 "기사를 쓸 것처럼 다가온 기자들이 하나같이 '데스크에서 잘린다'며 발을 뺐다."고 했다. "서울시에서 광고비를 받기 때문에 보도할 수 없다는 미안하다는 말만 돌아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심지어 강제집행 다음 날, 서울시는 기다렸다는 듯 모든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무단 점유자를 퇴거시키고 이 공간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김 대표는 "어떤 기자도 저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러 오지 않았다. 서울시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됐다. 그 화려한 기사 어디에도 2017년부터 그 공간을 지켜온 사람의 사연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강 버스 사업에 투입된 시청 직원 위해 울던 오세훈, 우리 직원들은?“


김 대표는 오세훈 시장의 최근 행보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오세훈 시장이 한강 버스 만들며 고생한 직원들 생각에 눈물이 난다며 울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 직원들은 저하고 작별 인사도 못 하고 헤어졌다. 우리 매장에서 일하던 11명 중 10명이 청년이었는데...”라며 울먹였다.


세상에 제대로 첫발도 떼지 않은 청년들에게 행정의 폭력부터 맛보게 한 셈이다.


서울디자인재단 “행정실수에 대한 책임 다했다”


서울디자인재단 박진배 문화본부장은 “드페소니아 공간은 시민들을 위한 디자이너 라운지 조성을 위해 쓸 예정”이라며, “오래 전부터 계획돼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공유재산법에 따른 사용 수익 허가 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으로 임차하게 했던 행정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그래서 3년 연장을 보장해줬지 않나”라며 그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일관된 태도를 취했다.


뉴탐사가 "처음부터 내보낼 계획이었다면, 왜 소상공인에게 시민용 화장실까지 사비로 짓게 했느냐"고 묻자, 박 문화본부장은 "법원 판결로 17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나왔고, 이는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 외에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김 대표가 화장실 구축에 쓴 돈은 1억5천만원이다. 법원이 재단에 지급하라고 명한 금액은 1700만원이었다. 


'어차피 다른 계획에 의해 내보낼 건데, 왜 공용 화장실까지 짓게 했느냐'고 거듭 질의하자, 박 본부장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카페 ‘페소니아’ 간판은 지난 3월 11일 이후 철거했고, 이 자리엔 공간 재정비 안내 문구와 함께 ‘어메이징 투머로우’라는 서울시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제 세금으로 저를 공격하는 서울시... 정의는 살아있나“


현재 김 대표는 15억 원의 빚을 떠안았다. 서울시와 재단이 김 씨의 모든 통장을 압류해 옴짝달싹 못하게 손발을 묶은 상태다.


김 대표는 "서울시는 시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곳이지 시장 개인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라는 거대 공권력은 제가 낸 세금으로 변호사를 사고 저를 공격했다. 제 2017년의 선택이 제 인생과 아이들의 미래까지 망칠 줄은 몰랐다"며 참담해했다.


인터뷰 내내 김 대표는 절규했다.


"내가 죽어야 이슈화가 될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렇게 해야 오세훈이가 잘못을 뉘우치고 내 앞에 무릎을 꿇을까 싶었습니다.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시키는대로 행정을 믿고 따른 것뿐인데, 우리 아이들은 무슨 죄입니까”


현재 카페가 있던 자리에는 '어메이징 투마로우(Amazing Tomorrow)'라는 서울시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15억 원의 빚더미에 앉아 극심한 스트레스로 삶도 미래도 빼앗긴 김 대표에게 서울시가 약속한 ‘놀라운 내일’은 없었다.


서울시공유재산피해소상공인비상대책위원회 정태윤 협력위원장은 “이 사건은 '행정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소상공인이 가치를 높여놓은 공공 자산을 지자체가  회수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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