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심덕섭 고창군수 측근, 국수본에 "7천만원 선거자금" 진술
30억 자금세탁·14개 읍면 현금살포 녹취까지···민주당 도당위원장 "가짜뉴스" 모르쇠
측근 김씨, 국수본에 건설업자 7천만원·여론조사·집기 대납 진술
심군수 송파집 매각 30억, 측근 7명이 자금세탁해 14개 읍면 살포
윤준병 도당위원장 녹취 듣지도 않고 "가짜뉴스"···감찰단도 무대응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심덕섭 고창군수 캠프에서 핵심으로 활동했던 측근 김모 씨가 지난해 9월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관을 만나 선거자금 비리를 털어놓은 녹취 파일이 입수됐다. 김씨는 건설업자가 7천만원의 현금을 캠프에 건넸다는 점부터 30억원 규모의 자금세탁과 14개 읍면 현금 살포 정황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녹취에 등장하는 회사명, 공사명, 인물은 공식 서류와 현지 취재로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뉴탐사가 매일전북신문과 함께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송추갈비집에서 시작된 진술
녹취가 이뤄진 곳은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갈비집이었다. 지난해 9월 30일 김씨는 국수본 수사관 두 명과 마주 앉았다. 같은 자리에는 김씨를 진술 자리로 끌어낸 고창군의원. 고창군 재경향우회장 등 다섯 명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휴대전화로 영상을 켰다. 약 두 시간 분량의 녹취가 그렇게 남았다.
김씨는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심 군수의 당선을 도운 핵심 인사다. 지역 언론사 기자였고, 당선 직후 인수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씨가 입을 연 동기는 본인 진술에 따르면 "배신감"이었다. 자기가 캠프에 들였던 친구 박씨에게는 6억원 규모 하청 한 건만 돌아간 반면, 다른 측근에게는 100여건의 수의계약이 몰렸다는 것이다.
5천만원·2천만원·여론조사·집기·상품권
녹취에서 김씨는 박씨가 캠프에 건넨 돈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첫 5천만원, 이어 2천만원이 현금으로 들어갔다. 합계 7천만원이다.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돈이라고 김씨는 분명히 말했다.
여론조사 비용 330만원은 박씨가 김씨 명의 회사 계좌로 대납했다. 김씨는 자신이 일하던 언론사를 통해 정식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해 처리했다고 진술했다. 캠프 사무실 집기 렌탈비도 박씨가 부담했다. 심 군수가 당선된 뒤 첫 추석에는 박씨가 10만원권 상품권 20장, 200만원어치를 추가로 보냈다.
7천만원이 들어간 직후 후보였던 심 군수가 박씨에게 보냈다는 말도 녹취에 담겼다. 박씨가 김씨에게 전한 군수의 반응은 "정말 고맙다. 안 그래도 돈이 많이 딸린 상황이었는데. 잘 쓸게"였다.
1년 뒤 6억6천만원 하청, 본점도 옮겼다
녹취에서 김씨는 보답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심 군수가 당선된 뒤 박씨에게 공음면 칠암천 정비공사 하청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원래 고창의 한 군의원이 운영하는 건설사가 따낸 7억9700만원짜리 공사였는데, 그 군의원이 사퇴하자 정무비서가 담당 공무원에게 박씨를 끼우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김씨는 진술했다.
매일전북신문이 고창군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박씨 회사는 2023년 4월 이 공사 하도급 6억6천만원 규모로 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6월에는 회사 본점을 정읍에서 고창으로 옮겼다. 등기부에는 회사명도 경O건설에서 한O건설로 바뀐 사실이 기록돼 있다.
박씨 회사가 고창군에서 따낸 공사는 결과적으로 이 한 건이 전부였다. 김씨는 친구가 7천만원에 더해 여론조사·집기·상품권까지 댔는데도 보답이 한 건뿐이라는 점을 두고 "심 군수에게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진술했다.
30억 자금세탁과 14개 읍면 현금 살포
녹취에는 별도로 더 큰 규모의 자금이 등장한다. 심 군수가 서울 송파의 자기 집을 팔아 30억원을 선거자금으로 들고 내려왔고, 측근 6명이 6억원씩 나눠 받아 자금세탁을 했다는 진술이다.
김씨는 자기 몫 6억원을 광주 한 여성 명의 통장과 자기가 다니는 회사 법인 계좌, 본인 개인 계좌에 분산해 입금한 뒤 5만원권 현금으로 인출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도 6억원을 종합건설 면허가 있는 다른 회사를 통해 세탁했다. 인출된 5만원권은 정읍에 있는 박씨 사무실 금고에 보관됐다.
자금 살포는 캠프 핵심 7명이 직접 분담했다. 김씨는 일곱 명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14개 읍면별 명단을 가져오면 5만원, 10만원씩 보내라고 회의에서 정해졌다"고 진술했다. 살포된 돈은 선거법으로 신고할 수 있는 금액과 합쳐 약 40억원 규모로 모두 소진됐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녹취에 거명된 7명은 심 군수 본인을 포함한 캠프 최측근들이다. 매일전북신문 확인 결과 이들은 모두 현재 고창군 투자유치자문위원, 장학재단 사무국장과 이사, 자원봉사센터 이사장, 로컬잡센터 본부장, 공동체지원센터장, 체육회 부회장 등의 자리를 맡고 있다. 그중 한 명은 도의원 출마를 위해 이번 경선에 올라간 상태다.
측근 회사에 100여건 수의계약
7인 중 권모 씨가 실질 운영하는 중O건설이 받은 특혜는 한층 노골적이다. 매일전북신문이 고창군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심 군수 당선 이후 3년간 군과 60여건, 합계 10억원 규모로 수의계약을 맺었다. 같은 날짜에 두세 건씩 쪼개 계약한 정황이 다수 확인된다. 2천만원 미만 수의계약 한도를 우회하는 방식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권씨의 부인은 고창군 자원봉사센터 이사장도 함께 맡고 있다.
매일전북신문 이충현 대표는 최근 심 군수 출판기념회를 취재하다 권씨와 그 부인으로부터 직접 회유 시도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권씨가 '지금까지의 일은 없는 것으로 해 줄테니 배고프면 말해라'고 했다. 부부가 옆에서 함께 웃고 있었다"고 말했다.
14억원 '보이스피싱' 신고와 취하
녹취가 외부에 알려진 시점과 맞물려 또 다른 의혹이 있다. 권씨의 30대 초반 아들이 지난해 11월 어느 하루에 고창의 농협 두 곳과 우체국 한 곳을 돌며 합계 14억원이 보이스피싱으로 빠져나갔다고 신고했다가 곧바로 취하한 사실이다. 사건은 그대로 종결됐다. 고창에서는 입막음 자금이 외부로 흘러나간 흔적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입장 번복한 김씨, "직 걸겠다"는 군수
녹취가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하자 김씨는 올해 1월 30일 무렵 공식 입장문을 냈다.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한 적이 없으며 고발이나 문제 제기를 한 사실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심덕섭 군수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문구도 들어 있었다.
이 입장문이 나오기 직전 심 군수는 김씨와 이충현 대표를 고창경찰서에 고소한 상태였다. 김씨는 이후 한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 군수에 대한 감정에서 출발해 2년 동안 만들어낸 가설이고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 자체를 부인했다. 다만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를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만남 자체와 자신이 한 발언 내용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심 군수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을 걸겠다. 다 사실무근"이라며 "김씨는 선거를 도왔을 뿐 핵심 관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고, 임명장 수여식에서 심 군수와 함께 찍힌 사진도 남아 있다.
뉴탐사가 27일 심 군수에게 7천만원과 공음면 공사 사이의 대가성, 인수위원 김씨를 단순 지지자로 표현한 근거 등을 물은 데 대해 캠프 측은 "본인과 무관한 일"이며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선거 막바지 선거판을 뒤흔들려는 의도된 기획 보도라 유감"이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윤준병 도당위원장 "녹취는 안 들었다"
이 사건이 표면화된 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윤준병 의원의 대응은 따로 짚어 둘 만하다. 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조국혁신당과 매일전북신문은 사과하라. 가짜뉴스로 혹세무민한 가담자들을 심판해 달라"고 썼다. 형사 고발도 예고했다.
뉴탐사가 윤 의원에게 가짜뉴스라고 판단한 근거를 묻자 그는 "본인이 스스로 가공한 허위라고 공개 발언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 녹취 파일은 직접 들어봤느냐는 질문에는 "안 했다"고 답했다. "본인이 아니라는데 뭘 확인하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수사 결과가 사실로 나오면 그때 그에 맞게 조치하면 된다"는 답이 마무리였다.
고창 지역 주민들은 올해 2월 녹취 파일을 정청래 당대표실, 김이수 공관위원장, 윤리감찰단, 그리고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에까지 함께 보냈다고 밝혔다. 답변이 온 곳은 국민의힘 한 곳뿐이었다. 민주당은 어디에서도 회신이 없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심 군수는 이번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적합도 검증에서 처음에는 정밀 분류로 떴다가 곧 적합으로 바뀌어 경선에서 무감점으로 공천을 받았다.
경찰 수사는 진행 중
녹취 파일에 등장한 자금세탁 경로와 살포 명단은 경찰의 계좌추적이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1팀이 사건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천만원을 건넨 박씨는 이미 경찰에 사실관계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 군수는 최근 손 떨림 증세로 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지역에서는 6.3 선거일까지 병상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함께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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