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공영민 고흥군수, 선거 보름 전 촬영된 '수표 포함 3억원' 사진의 존재 확인
정청래 당대표 국민특보 출신 현직 군수,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
제보자·전 비서실장·선거 브로커·별장 주인 등 4명 사진 존재 인정
선거 브로커와 별장 주인, 돈 출처 놓고 정면 충돌하는 진술
브로커 소유 4500평 부지, 군비 7억원에 매입…추정 적정가의 2.5~3배
캠프 핵심 인물 관련 4개 업체, 수의계약 1061건·101억원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시점, 현금 2억원과 수표 1억원이 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사진이 촬영됐다. 수표 발행처는 농협 고흥군지부. 뉴탐사가 이 사진을 직접 본 제보자, 사진을 보여준 당사자, 돈의 출처로 지목된 별장 주인, 그리고 공영민 고흥군수의 전 비서실장까지 네 사람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사진의 존재 자체는 모두 인정했다. 다만 그 돈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는지를 놓고 진술이 엇갈렸다. 뉴탐사는 사진 실물을 직접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네 사람의 증언을 교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진의 존재를 사실로 확인했다.
"코를 꿰놔야겠다"
제보자는 공영민 군수와 오랜 인연을 가진 인물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고 낙선한 공영민 당시 후보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선거 브로커 유모씨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공 후보는 제보자의 가게에 일주일에 다섯 번에서 일곱 번, 많게는 하루에 두 번씩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2022년 선거 때는 특보단장으로 활동했다. 당선 후에는 인수위원까지 맡았다. 공영민 군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 보름 전쯤 유씨가 자신의 가게를 찾아왔다. 유씨는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5만원권 현금 다발 2억원어치와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한 장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수표에는 '농협 고흥군지부'라는 발행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고 제보자는 증언했다. 유씨는 "코를 꿰놔야겠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3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주지 않고 수표를 섞은 이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제보자는 이 사진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봤다고 했다. 유씨는 선거 전뿐 아니라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자기만 본 것이 아니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한테 많이 보여줬다"고 제보자는 말했다. 돈이 전달된 장소는 포두에 있는 김모씨 소유의 별장이었다. 제보자는 공영민 당시 후보가 별장에 비치돼 있던 검정색 가방에 돈을 담아 들쳐메고 뒤뚱거리며 걸어갔다는 유씨의 묘사까지 전했다. 며칠 뒤 공영민 후보가 그 가방을 별장으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군수를 향한 최후통첩, 그리고 화해
공영민 군수가 당선된 뒤 약 1년에서 1년 반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유씨의 불만이 터졌다. 선거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고 자부했지만, 군수는 한번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3000만원짜리 작은 보수공사 하나조차 안 줬다.
유씨가 부부 동반으로 제보자의 가게를 찾아왔다. "몇월 몇일 몇 시까지 군수직 사표를 내라. 안 내면 검찰이든 언론이든 다 뿌리겠다." 20분가량 악을 쓰며 분을 토해냈다. 제보자는 그 자리에서 신승식 당시 비서실장에게 전화했다. "수표 있고 현금 있고, 나도 다 봤다"고 말했다. 비서실장은 "잘못 보필해서 죄송하다"며 태도가 달라졌다. 30분 뒤 공영민 군수 본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보자는 "빨리 가서 달래라"고 했다. 군수는 유씨를 찾아갔고, 결국 화해했다고 한다.
그 뒤에도 공영민 군수는 제보자를 불러 "1억짜리 수표 그거 좀 어떻게 정리해 주면 안 되겠나"라고 한두 차례 부탁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군수는 "나도 그 사진 봤다"고 인정하면서도 "내가 수표를 안 썼다"는 식으로 말했다. 제보자는 반문했다. "수표를 안 썼으면 왜 해결해 달라고 하느냐." 유씨의 아들까지 동원돼 군수를 압박했던 정황도 있다. 공영민 군수는 제보자에게 "아들놈이 훨씬 더 악날하더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세 사람의 말, 세 갈래로 갈라지다
뉴탐사는 제보자의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하루 만에 관계자 세 사람을 찾아갔다. 하루 안에 몰아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시간을 두면 입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신승식 전 비서실장이다. 현재 도화면장으로 근무 중인 신 면장은 사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유씨가 사진을 가지고 군수를 압박했다는 사실, 군수가 유씨를 찾아가 화해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세부적인 전달 경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겠다"고 했다. 수표에 대해 묻자 "그거에 대해서는 말씀 안 드리겠다"고 답을 피했다. 신 면장은 한 가지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제가 아는 군수님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갖고는 그렇게 반박을 안 하세요. 소문에 불과하면 뭐 냅둬 이런 식이지, 굳이 막으려고 그러시지는 않아요." 사실이 아니라면 달래러 갈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두 번째는 유씨 본인이다. 뉴탐사가 유씨 자택을 찾아가 직접 만났다. 유씨는 공영민 군수 선거에 도움을 줬다는 사실, 선거 후 서운해했다는 사실, 군수가 찾아와 화해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돈다발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설명이 달랐다. "선거 전략이었다"고 했다. 캠프에 자금이 없어 사람들이 빠져나갈 때 심리적 동요를 막으려고 가짜 사진을 찍어서 보여줬다는 것이다. 수표도 가짜라고 주장했다. 선거 후에도 보여준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공영민 군수를 만들었다는 걸 과시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세 번째는 별장 주인 김모씨다. 김씨에게 전화를 걸자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김씨는 사진 속 돈이 자기 돈이라고 했다. 자기가 직접 별장에서 찍었다고도 했다. 바지락 양식 투자금으로 마련한 3억5000만원 중 일부라는 설명이었다. 수표는 농협에서 인출했고, 나중에 현금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여러 금융기관을 거쳤다고 말했다. "왜 계좌이체를 하지 않고 수표와 현금으로 인출했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바지락 투자라면서 왜 돈을 사진으로 찍어뒀느냐는 질문에는 "공영민한테 도와줬다는 걸 자랑하려고 유씨에게 보여줬더니, 유씨가 그걸 찍어갔다"고 했다.
유씨와 김씨의 진술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유씨는 인터넷에서 가져온 가짜 돈이라 했고, 김씨는 자기 진짜 돈을 자기가 찍었다고 했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뉴탐사가 하루 만에 몰아치듯 취재한 덕에, 세 사람이 입을 맞추기 전에 진술의 어긋남이 드러났다.
유씨 소유 4500평 부지, 군비 7억원에 매입
3억원 의혹과 별개로, 유씨가 공영민 군수로부터 실질적 반대급부를 받았는지도 확인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공영민 군수는 유씨에게 "사업을 줬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구체적인 사업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더 이상은 안 줄 거다"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뉴탐사가 확인한 것 중 하나가 토지 매입이다. 유씨는 과거 한옥마을 사업을 위해 도양읍 용정리 일대 토지를 대량 매입했다. 한옥을 지어 분양하려 했으나 사업이 부진했고, 골치 아픈 땅이 됐다. 고흥군은 이 토지 약 4500평을 파크골프장 용지 명목으로 7억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해당 토지는 2025년 8월 29일 '협의 취득'을 통해 고흥군으로 넘어갔다.
뉴탐사가 2025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실거래가를 추정한 결과, 매입 가격은 공시지가 대비 2.5배에서 3배 수준이었다. 인근 토지인 1079번지의 경우 평당 공시지가가 약 3300원, 추정 실거래가가 약 6만원인데 고흥군은 5만4000원에 매입해 적정 범위에 있었다. 그런데 유씨 소유 토지 중 1077번지는 평당 공시지가 약 3만1600원, 추정 실거래가 6만2000원 수준인데 고흥군은 14만5662원에 매입했다. 산125번지는 평당 공시지가 약 8900원인데 6만2370원에 매입했다. 7억원에 산 땅의 적정 가격은 3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유씨 측은 "평당 20만원에 샀는데 15만원에 팔아서 오히려 손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3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해당 토지의 매매 가격은 평당 4만~5만원 수준이다. 20만원에 매입했다는 주장은 공시지가의 열 배에 해당해 상식적이지 않다. 실거래가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영광군에서 정O진씨가 장세일 군수에게 자신의 골치 아픈 맹지를 군비로 매입하게 한 구조와 닮았다.
'고흥의 김건희'와 수의계약 1061건
공영민 군수를 둘러싼 의혹은 선거자금과 토지 매입에 그치지 않는다. 고흥군의 수의계약 현황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김병진이라는 인물이 있다.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고, 공영민 군수 선거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수 당선 직후 제네시스에서 마이바흐로 차량을 바꿨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공영민 군수의 사모님을 "고흥의 김건희"라고 부르는데, 김병진이 이 사모님을 마이바흐에 태우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병진이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감사로 등재된 법인은 4개다. 비비건설, 제이비건설, 늘푸른조경, 나라시설물. 지역 시민단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4개 법인이 고흥군과 체결한 수의계약은 총 1061건, 금액으로는 101억8600만원에 달한다.
뉴탐사가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뚜렷한 패턴이 드러났다. 4개 법인의 본점 소재지가 모두 '성촌1길 111'로 동일했다. 김병진 외에도 윤경숙, 최재윤, 윤진식 등 소수 인물이 여러 법인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었다. 최재윤과 김한나는 주소지가 같아 가족으로 추정된다. 윤경숙과 김진호도 마찬가지다. 늘푸른조경과 비비건설은 같은 주소로 동반 이전한 이력도 있었다. 법인은 넷이지만, 사실상 동일한 지배구조 아래 움직이는 관계회사군이다. 이 수의계약 건은 이미 수사기관이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수의 반론, "유씨에게 물어보라"
뉴탐사는 고흥군청에 반론을 요청했다. 3억원 관련 소문을 아는지, 유씨로부터 협박받은 사실이 있는지, 왜 허위사실 유포자를 고소하지 않고 찾아가 화해했는지를 물었다. 토지 매입 경위도 질문했다.
군청 홍보팀장이 답변을 전했다. 토지는 해양스포츠파크 조성 부지에 해당하며, 총 8명의 소유자가 있었고, 유씨는 오히려 감정평가 금액이 낮다며 매각을 꺼렸다고 설명했다. 3억원 의혹에 대해서는 공영민 군수 본인이 "유씨에게 직접 들어보라"며 유씨의 연락처를 건넸다.
자신을 의심하는 기자에게, 자신을 음해했다고 주장하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라고 안내한 셈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그건 거짓말이다, 이미 고소했다"고 답하면 된다. 그러지 않았다. 유씨의 말이 곧 자기 말이라는 뜻이다.
뉴탐사는 토지 매입 관련 정보공개도 신청했다. 군청은 "바로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경선이 끝나는 15일 이후에 공개하겠다고 처리 기한을 늦췄다.
공영민 고흥군수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국민특보 출신이다. 사진의 존재는 네 사람의 증언으로 확인됐다. 농협 고흥군지부 발행 1억원짜리 수표의 행방은 추적 가능하다. 수사기관이 수표를 추적하면 진위가 드러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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