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이재명 선거법 2심 전면 무죄... 김문기·백현동 관련 모든 혐의 법원 인정 안 해
법원 "검찰 공소장 짜깁기" 비판하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 존중... 대선 행보 탄력 예상
서울고등법원 제6-2형사부(재판장 최은정)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검찰 측이 제기한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날 공개된 판결문에는 오민재, 박종현, 송준구, 유민종, 임아랑, 서성광, 신기창, 박종현, 김지혜, 장재정, 류재현 등 검사 11명이 이 사건 수사와 공판에 참여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검찰이 얼마나 많은 인력을 투입했는지 드러났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김성훈, 이광우 영장실질심사 때는 검사 집단 불참해놓고 이재명 공판 때는 10명이 넘는 공판 검사들이 배석했다"며 "검찰이 선택적으로 정적에 대해서는 자기들 권한을 악착같이 남용하면서 권력과 검찰 내부에는 해야할 법적 의무도 다하지 않는 검찰의 행태를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어떤 형태로든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투명하고 논리적" 판결문 호평...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 이익으로" 원칙 확립
이날 선고된 판결문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크게 ▲김문기 관련 허위사실공표와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공표 두 가지로 나누어 각각 치밀하게 분석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지엽적인 표현 하나하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발언의 전체적 맥락과 취지를 살펴본 공정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을 세 차례나 강조하며, 검찰의 기소 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증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의 원 발언 원문을 직접 인용하고, 발언이 이루어진 당시의 질문 맥락까지 상세히 살펴보며 표현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판결은 최은정·이예슬·정재오 재판부가 손준성 전 검사장의 고발사주 사건에서도 법리와 원칙에 따라 판단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이 재판부는 손준성 전 검사장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어, 정치적 사건에 대해 일관된 법리 판단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문기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판단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2021년 12월에 네 차례 방송을 통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과의 관계에 대해 허위발언을 했다고 기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의 포괄일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각 발언별로 허위사실공표죄 해당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러 표현 행위가 일시와 장소를 달리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 행위별로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첫째, "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요. 하위 직원이었으니까요"라는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후보자의 '인식'에 관한 내용일 뿐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행위'에 관한 허위 발언만을 처벌 대상으로 한다고 명확히 했다.
둘째, "도지사가 돼서 재판 받을 때 이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됐고 전화도 꽤 많이 했고"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는 1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적 배경 사실로 제시되었을 뿐, 그 자체로 독자적 의미를 가져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장 쟁점이 됐던 '골프'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이 사건 발언에는 '골프'와 관련된 언급 자체가 없다. 진행자도 '골프'를 쳤는지 여부를 아예 물어본 바 없고, 당연히 그에 대한 대답도 없다"며 "이 사건 발언을 아무리 넓게 유추해석하거나 확장해석한다 하더라도 이를 '피고인이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까지 해석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골프장 사진 '조작'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사진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에 의해 피고인이 김문기와 골프를 친 증거로 제시된 것인데, 원본은 해외에서 10명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므로 골프를 쳤다는 자료가 되지 못하고, '원본 중 일부를 떼 내어' 보여준 것이라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판단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첫째, 이재명 대표가 2021년 10월 20일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의 의미를 검찰이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백현동 발언의 의미는 문언 그대로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것이지, 이를 공소사실처럼 '국토부의 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에 근거한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불가피하게 변경했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둘째, 당시 국토부의 압박이 실제로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다수의 공문과 청와대 회의 문건 등을 근거로 "성남시는 공공기관 종전부지 용도지역 변경과 관련하여 장기간에 걸쳐 다각도로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이라는 표현이 다소 과장되었을 수 있으나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 존중한 판결
재판부는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판결문에서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에 관하여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생방송 토론 과정에서의 즉흥적 발언에 대한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생방송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표현 하나하나를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지엽적으로 해석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면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무죄 판결로 대선가도 파란불... 윤석열 탄핵 국면에 새 변수
이번 판결로 이재명 대표는 1심에서 받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이 취소됐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무죄 판결로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행보가 한층 자유로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유력 정치인인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은 정국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지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헌재의 결정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4월 18일 만료되는 점을 고려할 때, 헌재가 더 이상 선고를 미룰 명분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진실과 정의의 기관에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 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며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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