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이종원 여론조사 조작 의혹, 같은 수법 14명 전원 유죄 판례 있다
법원 "속인 대상은 ARS 기계 아닌 사람"…결과 안 바뀌어도 업무방해 성립
2012년 관악을 야권 단일화 경선 나이 조작 사건, 보좌관 등 3명 구속·기소
영장전담 판사 "민의를 왜곡할 수 있는 여론조사 조작행위의 반사회성"
이종원씨 "재명이네 마을서 배웠다" 해명, 그 게시물은 방송 다음날 게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국민 여론조사에서 지역과 연령을 속여 응답하도록 유도한 행위를 두고 이미 확정된 대법원 판결이 있다. 뉴탐사가 입수한 1심·2심·3심 판결문에는 이런 행위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보고 재판에 넘겨진 14명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된 과정이 담겨 있다. 2012년 4·11 총선을 앞둔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화 경선 사건이다.
더불어민주당도 24일 이 문제를 정면으로 꺼냈다. 김민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대 여론조사와 관련해서 여론조사 조작 등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및 정당법 위반이 예상되고 있는 일부 유튜버들의 최근 지적되는 행태에 대해서도 당 차원의 법적 검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유튜버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 등 관련 자료는 사무총장을 통해 보존 지시를 해 놓았습니다"라며 자료 보존 조치도 공개했다.
2012년 관악을 사건, 보좌관 등 3명이 구속됐다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표 쪽 보좌관 등은 지지자들에게 "지금 ARS 60대로 응답하면 전부 버려집니다", "60대와 함께 4, 50대도 모두 종료. 이후 그 나이대로 답하면 나가짐"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문자는 190통가량이었다. 그해 8월 보좌관 등 3명이 구속됐고, 한 달 뒤 기소됐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민의를 왜곡할 수 있는 여론조사 조작행위의 반사회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14명은 전원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듬해 11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1심부터 3심까지 흔들리지 않은 판단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위계의 상대다. 피고인들은 나이를 허위로 답한 대상이 ARS 기계였으므로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력된 응답을 신뢰해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속은 것으로 봤다. 다른 하나는 결과다. 법원은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로 뒤집혔는지를 따지지 않았다. 업무방해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만 생겨도 죄가 성립하며, 업무 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씨의 방송은 정보 공유에서 멈추지 않았다. 8월 14일 방송에서 그는 "지금은 아마 서울 제주도는 꽉 찼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정말 여론조사 투표하고 싶으면 강원이나 대구 경북으로 나이는 20대로 하는 게 아마 가장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알아서 센스 있게 전화 응대하세요"라는 지시도 반복했다. 2012년 사건의 문자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수준이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캡처 화면에 찍힌 게시 시각, 8월 15일 오전 8시 56분
이씨가 보내온 캡처 화면 속 글의 제목은 '국민여론조사 주의 사항, 답변하면 투표 못하는 지역 선별'이다. 15일 오전 11시 44분 기준으로 표본이 마감된 지역과 연령대를 정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인천 50대 여성처럼 쿼터가 찬 항목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카페 회원들끼리 여론조사 응답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게시물은 지금 검색되지 않는다.
게시 시각이 이씨의 해명을 뒤집는다. 하루 뒤에 올라온 글을 보고 하루 전에 방송을 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글에는 지역이나 나이를 속이라는 문구도 없다. 쿼터가 찬 항목을 공유한 수준이다. 이씨는 특정 지역과 연령대를 지목해 그렇게 답하라고 안내했다.
취재진이 "잼마을 글은 게시 시각이 8월 15일이고 자네는 8월 14일부터 방송을 했지 않은가"라고 묻자 이씨는 "그거 말고 다른 증거도 더 있어"라고만 답했다. 어떤 증거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어 취재진이 "자네 방송 보고 투표 인증한 사람이 200명 넘는다고 했는데 그거 과장한 것 아니냐", "휴대전화를 당에 자진 제출할 생각은 없나"라고 묻자 이씨는 "방송 준비를 해야 한다"며 대화를 끊었다. 이후 질문에는 읽음 표시조차 뜨지 않았다.
5위와 6위를 가른 0.6%포인트
이씨는 방송에서 국민 여론조사 응답 한 건이 권리당원 80표에 해당한다고 계산했다. 8월 15일 방송에서는 "적어도 내 방송에서 200명은, 200명이면 1만6000표는 확보를 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표본 4000명에 80을 곱하면 32만표다. 여론조사 응답 4000건에 대의원 전체보다 큰 힘이 실려 있었다는 계산이다.
최고위원 경선 결과를 보면 그 규모가 어떤 의미인지 드러난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5위 한민수 후보와 6위 김용민 후보의 격차는 2000표 안팎이었다.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는 0.6%포인트였다. 이를 당원표로 환산하면 약 1만2000표다. 이씨가 스스로 밝힌 200명, 1만6000표보다 적다. 최고위원 당락이 뒤바뀔 수 있는 구간이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순위도 앞선 투표와 어긋난다. 권리당원과 대의원 투표에서 하위권이던 이성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했다. 권리당원 1위였던 최민희 후보는 2위, 대의원·권리당원에서 상위였던 박선원 후보는 5위로 밀렸다. 당대표 경선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50.7%를 얻어 김민석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앞섰다.
여론조사 업계 "쿼터 현황은 외부에 알리면 안 되는 정보"
취재진은 여론조사 기관 대표 한 명과 통화했다. 음성 공개는 원치 않아 요약문으로 정리했다. 요약문에는 여론조사를 할 때 쿼터가 채워지는 현황은 절대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모든 조사는 선착순으로 쿼터가 차면 더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 밀집 지역의 40~60대가 먼저 채워지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짐작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현황을 파악해 조직적으로 공유했다면 사안이 심각하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전국 단위 조사에서 특정 유튜브 시청자 가운데 200명 넘게 응답했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담겼다. 나이와 지역을 속인 응답이 200건이라면 결과를 통째로 뒤집을 정도는 아니지만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200명 상당수는 본래 지역과 연령을 사실대로 답했다면 표본에 잡히지 않았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요약문 말미에는 여론조사 기관 입장에서도 유튜브까지 동원한 방해는 예상하지 못했으며 법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적혀 있다.
정청래·한민수, 뉴탐사 문자 확인 안해
이씨가 방송에서 반복해 부른 여론조사 기관 전화번호를 두고도 확인해야 할 지점이 남아 있다. 8월 14일 시사타파TV 방송 채팅창에서 관리자로 보이는 이용자가 여론조사 기관 번호 두 개를 1분 간격으로 반복해 올렸고, 최민희 최고위원은 이튿날 아침 같은 번호 두 개를 공지에 기재했다. 두 사람 사이에 번호가 어떤 경로로 오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취재진은 24일 정청래 의원에게 "시사타파 이종원씨를 아느냐", "이씨가 국민 여론조사 진행 과정에서 생방송으로 지역과 연령을 속여 응답하도록 유도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고 문자로 물었다. 답은 오지 않았다. 읽음 표시도 사라지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순위가 뒤집혀 최고위원이 된 한민수 의원에게도 김민석 대표의 법적 검토 지시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마찬가지로 답변이 없었다. 24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세 명의 친정청래계 최고위원 가운데 여론조사 문제를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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