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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거 15주기,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 밝힌 '인간 노무현'의 진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 안원구 대표 인터뷰

2024-05-23 07:52:00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5년이 지났다. 2009년 5월 23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한 정치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당시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셨던 안원구 전 국세청장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7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일반 공무원이 양대 정부에서 연속으로 청와대 근무를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5월 22일 뉴탐사와의 특별 대담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와 개혁 정책들을 상세히 공개했다.


권력 내려놓기의 진정성, 4대 권력기관장 독대 거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내린 첫 결정 중 하나는 4대 권력기관장과의 독대를 거부한 것이었다. 감사원, 국정원, 국세청, 검찰청 수장들이 대통령과 일대일로 만나는 관행을 끊어버린 것이다.


안 전 청장은 "김대중 정부 때까지는 권력기관장들이 정기적으로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며 "국세청장이 독대하러 들어올 때마다 제가 경호실과 조율했기 때문에 잘 안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단언했다.


독대 거부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대통령이 은밀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는 동시에, 권력기관장들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권력을 제한하며 투명한 국정운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감사원을 국회로 돌려주려 했던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더 나아가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려 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을 국회 산하로 옮겨 진정한 독립기관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안 전 청장은 "대통령님은 감사원이 마치 대통령의 사정기관처럼 운영되는 것을 경계했다"며 "박관용 국회의장과 합의까지 했지만 당시 감사원장이 끝까지 반대해 무산됐다"고 전했다. 특히 정책감사 부분에서는 감사원의 독단적 판단을 막고 청와대가 각 부처와 감사원의 의견을 조율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최근 월성원전 사건에서 보듯 정책 판단을 감사 대상으로 삼아 공무원들을 기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우려했던 감사원의 정치화가 현실이 된 셈이다. 실제로 월성원전 관련 공무원들은 최근 법원에서 전원 무죄판결을 받았다.


언론과의 전쟁, 가판 로비 근절


노무현 대통령이 선포한 '언론과의 전쟁'은 당시 큰 논란을 불렀다. 보수언론뿐 아니라 진보언론까지 반대했던 이 조치의 핵심은 가판 제도 폐지였다.

안 전 청장은 "저녁에 다음날 조간신문 가판을 미리 받아본 공무원들이 자기 부처 비판 기사가 있으면 언론사를 찾아가 로비했다"며 "술 접대는 기본이고 세무조사를 무기로 기사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증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가판 보고 구걸하지 마라.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고쳐라"고 지시했다. 언론과 권력의 유착관계를 끊어낸 것이다. 가판 제도는 그때 사라져 지금까지 부활하지 않았다. 기자실 통폐합도 같은 맥락이었다. 각 부처에 상주하던 기자들을 통합 기자실로 모아 취재 창구를 일원화했다.


"아이고 꼼꼼하네" 양말 냄새 맡던 소탈한 대통령


안 전 청장이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통령이 직접 불러 관저에서 만났을 때의 일화가 인상적이다.


"관저에 들어가니 권양숙 여사님이 차와 과일을 내려놓고 가셨다. 대통령님이 들어오시더니 앉자마자 양말을 벗었다. 그리고는 코에 대고 '아이고 꼼꼼하네' 하시며 던지셨다"


긴장으로 굳어있던 안 전 청장은 그 순간 긴장이 풀렸다고 한다. 동네 형이나 선배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순간 제가 '대통령님 그건 그게 아니고요'라며 반박하고 있더라"며 "대통령과 그렇게 편하게 대화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고 돌아온 일화도 특별했다. 이라크 파병 부대를 위문하고 온 노무현 대통령은 군복과 벙거지 모자를 쓴 채로 청와대를 돌아다녔다. 안 전 청장은 "새벽 7시쯤 출근했는데 이상한 차림의 사람이 있어 누군가 했더니 대통령이셨다"며 "장병들을 만나고 온 감동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시대를 앞서간 개혁, 그러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 조치들은 당시에는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지만 지금 돌아보면 시대를 앞서간 것들이었다. 권력기관 독대 금지, 감사원 독립 시도, 언론 유착 근절 등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였다.


안 전 청장은 "대통령님은 표리가 일치하는 분이었다"며 "한번 뱉은 말은 반드시 실행하셨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토론을 좋아하셔서 국무회의에서도 모든 사람의 의견을 다 들으신 후 결론을 내리셨다"며 "그런 모습을 보며 진짜 대통령이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왜곡하고 폄하했다. 안 전 청장은 "좋은 일들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에야 재평가가 이뤄진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정천수의 거짓말 "노무현과 18번 독대는 새빨간 거짓"


대담에서는 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가 미국 교민들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18번 독대했다"고 주장한 영상도 공개됐다. 정천수는 세종시 정부청사 조감도를 그렸고, 18개 혁신도시 관련 일을 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이 제 담배를 가장 많이 빌려 피웠다"고까지 했다.(관련 영상)

▲정천수, 노무현 대통령 18번 독대 발언 영상


안 전 청장은 이를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4대 권력기관장도 못 만나는데 무슨 독대냐"며 "대통령은 지방분권이나 도시계획 같은 걸로 누군가를 독대할 분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고인을 욕보이는 거짓말"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안 계시니 확인할 길도 없는 것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유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정치를 되돌아보는 것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선다. 그가 추구했던 가치와 남긴 과제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스스로 제한하고 투명한 국정운영을 추구했던 대통령. 언론과 권력의 유착을 끊고 건전한 비판문화를 만들려 했던 정치인. 서민의 언어로 국민과 소통하며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푸념하던 인간적인 지도자.


안 전 청장은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을 모신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라며 "그분들이 추구했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하마을을 찾을 때마다 눈물을 참을 수 없다는 그의 고백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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