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일 선관위에 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허정 검사장이 뉴탐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선관위에 간 것은 완전히 낭설"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허정 검사장은 지난달 29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아 현재 대검 과학수사부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허정 검사장은 또 2018년 윤석열과 홍석현의 심야회동 배경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하남 유니언스퀘어 사건과 관련해서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서도 제보를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뉴탐사는 지난 3일 허정 검사장과 약 1시간에 걸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정 검사장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상당히 자세한 해명을 했다.
2012년 하남 유니언스퀘어 제보의 진실
허정 검사장을 둘러싼 의혹의 출발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제보자가 뉴탐사에 전해온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2년 10월쯤 하남 유니언스퀘어 비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특수1부장은 윤석열이었고 내가 만났던 사람은 허정 검사였다. 증거는 확실했고 윤석열은 LIG사건이 끝나면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고 제보자는 증언했다.
제보자는 "당시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 신세계그룹 정용진이다 보니 범삼성가에서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펼쳤다"며 "이때 총대를 멨던 사람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었다. 홍회장이 나서면서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흐지부지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정 검사장은 "가물가물한데 지금 워낙 오래된 일이라 그거 제가 방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당시에는 특수부 검사들이 누구나 뭔가 범죄가 있다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하면 일단 들어는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건을 지금 뭐라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면서도 제보를 받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특히 윤석열을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그 당시에 특수1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이었죠"라고 확인했다.
제보자는 또 "2018년 윤석열이 홍석현을 심야에 불러낼 수 있었던 것도 이때 인연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홍석현은 윤석열에 크게 빚을 진 상황이었고 다시 이 사건이 불거지면 삼성가 전체가 화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은 이날 심야회동에서 홍석현에 대권프로젝트를 얘기했고 홍석현이 이를 수락하고 다른 언론사 사주들과 회동도 주선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석현 이름 나올 때마다 이상한 헛웃음
허정 검사장은 홍석현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묘한 반응을 보였다. 2018년 11월 윤석열과 홍석현의 심야회동 보도에 대해 묻자 "기사로 봤는데 그게 맞는지 안 맞는지 제가 알 수 있는 바는 아니고요. 누구한테 물어볼 그건 전혀 저도 그냥 일개 독자에 불과합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2012년 하남 유니언스퀘어 사건이 2018년 심야회동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구조상으로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것 같은 구조는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다만 그 이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하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허정 검사장은 홍석현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이상한 헛웃음을 내며 어색한 반응을 보였다. 또 현재 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에 대해서도 여전히 '윤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해 윤석열 핵심 라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계엄 6개월 전 대검 과학수사부장 발탁
허정 검사장이 대검 과학수사부장에 발탁된 시점은 2024년 5월이다. 12·3 계엄을 7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그의 직계 부하인 박건영 검사도 함께 대검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장으로 발령받았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함께 근무한 바 있다.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 출범 첫 검찰 인사에서 허정은 서울남부지검 2차장으로, 박건영은 같은 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 2팀장으로 발령받았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은 윤석열의 핵심 라인인 양석조였다.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수단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폐지됐다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때 다시 부활한 조직이다. 허정-박건영 라인은 이 조직에서 함께 일하다가 계엄을 앞두고 나란히 대검 과학수사부로 자리를 옮겼다.
허정이나 박건영 정도의 커리어에 비하면 대검 과학수사부장이나 법과학분석과장은 그리 빛나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윤석열이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한 계엄을 계획했다면 믿을 만한 심복을 보내야 하는 자리였을 것이다.
계엄 당일 방첩사와 통화한 박건영, 허정 해명과 경찰 수사 결과 정면 배치
실제로 계엄 당일인 12월 3일 밤 박건영 과장은 방첩사 대령과 통화를 했다. 오전 0시 37분 방첩사 송제영 대령과 1분 22초간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제영 대령은 방첩사 과학수사센터장을 7-8년간 맡은 인물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송제영 센터장은 12월 4일 0시 37분 박건영 대검 과학수사부 선임과장과, 0시 53분 한모 국정원 과학대응처장과 각각 통화했다. 박건영 과장과는 같은 날 오전 3시 6분에 추가로 통화했고, 12월 5일에도 두 간부와 각각 두 차례씩 전화를 주고받았다.
중요한 것은 통화 내용이다. 송제영 센터장은 경찰 조사에서 "박 과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선관위에 가라고 하는데 아는 거 있냐. 너희가 간첩단을 보고해서 계엄이 선포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며 "박 과장은 '그런 보고한 적 없다. 진짜 계엄 맞느냐'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송제영 센터장은 "통화 이후 우리만 출동 지시를 받은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선관위로 가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실제로 그는 서버 포렌식 장비 등을 챙기지 않은 채 출동했고, 부대 앞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복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향신문 2025년 3월 25일 보도)
허정 검사장은 이에 대해 "송제영 대령과 박건영 과장은 평소부터 업무상 교류가 있었던 사이"라며 "디지털 포렌식 기술은 경찰, 국정원, 검찰, 군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 "12월 5일 대검에서 디지털 포렌식 행사가 있었는데 송제영 대령이 오기로 돼 있었다"며 평소 친분을 강조했다.
허정 검사장은 "송제영 대령과 박건영 과장은 나이도 같고 평소에도 수시로 통화하고 카카오톡 내용도 주고받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궁금하니까 방첩사는 무슨 정보가 있을지 알고 아마 제가 알기로 그것까지도 다 확보를 했었던 것 같다"며 "박건영 과장이 송제영 대령한테 먼저 전화를 했는데 한 번만 한 게 아니라 두세 차례 통화를 했다"고 인정했다. 허정은 또 "그전에도 카카오톡을 주고받았고 그런 것도 다 제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정 검사장의 해명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송제영 센터장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박건영 과장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송제영이 "선관위에 가라고 하는데 아는 거 있냐"고 물었다는 것은 박건영이 이미 선관위 출동과 관련된 정보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송제영 센터장이 "우리만 출동 지시를 받은 것이 이상하다"며 선관위 출동을 거부한 것은 다른 기관들도 함께 투입될 계획이었음을 보여준다. 만약 허정 검사장의 주장대로 단순한 친분 차 통화였다면 송제영 센터장이 이런 판단을 내릴 이유가 없다.
박건영 검사는 지난 6월 사직 의사를 표명했지만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내란 특검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출동은 완전히 낭설"
허정 검사장은 자신이 계엄 당일 선관위에 출동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제가 서버 분석을 할 줄 모릅니다"며 "서버를 포렌식한다는 것은 전문 기술자여야 돼요. 예전에 무슨 전자공학과 교수가 냉장고 고장났다고 그래갖고 가서 냉장고 고치지는 않지 않습니까"라고 비유를 들었다.
그는 또 "저는 저기 자동차 OO손해보험입니다. OO손해보험 아세요? 그거는 운행한 만큼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운행 기록이 다 저장이 돼 있습니다"며 "그 당시에 대검의 출입 내역들도 다 있고요"라고 알리바이를 주장했다.
개인차량 운행 기록을 강조한 것이 검사장급 관용차 존재를 고려할 때 다소 이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정 검사장은 "무슨 간첩이 나타났다고 그랬을 때 사단장이 연대장하고 둘이 총 들고 나가서 순찰하면서 간첩 잡으러 가지는 않지 않습니까"라며 "제가 누군가를 보내야 됐겠죠"라고도 말했다. 이는 자신 대신 부하를 보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검찰의 내란 개입 의혹, 허정 해명의 신빙성 의문
12·3 비상계엄 수사에서 군인들과 경찰, 국정원 관계자들은 대거 구속됐지만 검찰 관계자들의 이름은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이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한 계엄을 추진하면서 검찰을 동원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선관위 서버 분석 등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작업에는 검찰의 과학수사 전문가들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정-박건영 라인이 계엄을 앞두고 대검 과학수사부로 집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허정 검사장의 해명이 경찰 수사 결과와 배치되는 것은 그의 신빙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박건영 과장이 송제영 센터장에게 "선관위에 가라고 하는데 아는 거 있냐"고 구체적으로 물었다는 경찰 조사 결과는 검찰이 계엄 작전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송제영 센터장이 "우리만 출동 지시를 받은 것이 이상하다"며 선관위 출동을 거부한 것은 다른 기관들도 함께 투입될 계획이었음을 보여준다. 만약 허정 검사장의 주장대로 단순한 친분 차 통화였다면 송제영 센터장이 이런 판단을 내릴 이유가 없다.
내란 특검은 검찰의 계엄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허정 검사장과 그의 핵심 부하인 박건영 검사에 대한 조사가 내란의 전모를 밝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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