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이 사법부의 승인도 받았다. 시민방송 RTV가 케이티스카이라이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서부지법이 18일 "원고 패소"를 선고하면서, 정권 교체 후 이뤄진 정치적 퇴출에 법적 정당성까지 부여한 것이다.
2001년부터 21년간 스카이라이프 채널 179번을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해온 RTV는 이제 위성방송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2022년 5월 이후 본격화된 언론탄압의 칼날이 사법부까지 관통한 셈이다.
정권 교체와 함께 시작된 퇴출 작업
판결문에서 확인되는 시간표는 명확하다. 스카이라이프는 2021년 10월 8일 RTV에게 "2021년 채널평가 실시 결과 월간평가 및 연간평가 모두 경고 등급(E등급)을 받았다"고 통지했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2022년 5월 10일 이후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2022년 10월 31일에는 "2022년도 채널 심의평가 청문심사 결과 기준점에 미달되어 2023년도 재계약 체결에서 제외되었다"고 최종 퇴출을 통보했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큰 문제없이 방송해온 RTV가 갑자기 '문제 채널'로 낙인찍힌 것이다. 통일TV 등 진보 성향 매체들이 정권 교체 후 연이어 탄압받은 것과 똑같은 패턴이다.
사법부, "효율성" 명분으로 시민 방송 평가절하
재판부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을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법리로 포장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재판부가 RTV의 정당한 기대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결국 스카이라이프의 손을 들어준 논리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공급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그에 대한 보호가치가 계약 종료에 따른 피고의 이익보다 월등히 큰 경우에는 피고의 갱신 거절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 "원고에 대한 보호가치가 한정된 채널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보다 경쟁력 있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선정하고자 하는 피고의 이익보다 월등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스카이라이프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사실상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RTV보다 '경쟁력 있는' 다른 채널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1년간 시민 참여 방송을 해온 공익적 가치를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평가절하한 셈이다.
최근 10년간 스카이라이프가 일방적으로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송출을 중단한 채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송출이 중단된 32개 채널 중 15개는 채널평가 결과로, 17개는 방송사 자체 종료 의사에 따른 것이었다. 유독 RTV만 '계약 기간 만료'라는 이유로 쫓겨난 것이다.
핵심 쟁점 외면, 정치적 압박 의혹 묵살
더욱 문제인 것은 재판부가 언론탄압의 핵심 쟁점들을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RTV 측은 스카이라이프의 2022년 채널평가가 명백한 조작이었다고 구체적 증거와 함께 주장했다.
▲개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고 안내하면서도 실제로는 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점 ▲해외채널과 국내채널을 동일한 평가기준으로 평가하면서도 해외채널에만 합리적 근거 없이 높은 점수를 부여한 점 ▲재산공표집을 근거로 한 평가항목에서 RTV의 실제 비용과 다른 액수를 적용한 점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시청자의 정치적 성향 등을 문제삼은 정권의 압박 하에 원고를 퇴출시키기 위해 부당하게 진행된 것"이라는 RTV의 주장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정치적 압박이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을 의미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핵심 쟁점들에 대해 "고지된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한 줄로 정리해버렸다. 계약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론탄압의 실체에 대한 판단 자체를 회피한 것이다.
퍼블릭 액세스의 가치도 무시
재판부는 RTV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로서의 공익적 가치도 외면했다. RTV는 2001년부터 일반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며 진정한 '방송의 자유'를 실현해온 국내 유일의 채널이다.
RTV는 "국내 유일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의 송출 범위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적 가치를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방송의 자유에 의해 특정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게 채널배정을 요구할 청구권이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며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매체가 사라져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언론 다양성과 민주주의 가치보다 대형 플랫폼의 '계약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행정부-사법부 총동원된 언론탄압
RTV의 고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방송분쟁조정위원회는 2023년 3월 "채널평가와 채널계약 종료절차 등에 문제가 없다"며 조정을 거부했다.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도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까지 언론탄압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권에 비판적인 매체들이 하나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사법부마저 이를 정당화한다면, 우리나라 언론 자유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1심 패소로 복원 기회 사라져
RTV의 스카이라이프 송출은 이미 2023년 12월 30일 24시를 기해 종료됐다. 21년간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해온 창구가 사라진 것이다. 이번 1심 판결로 RTV가 스카이라이프로 복원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RTV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했다. 재판부가 스카이라이프의 가이드라인 조작과 자의적인 심의평가, 청문회에서의 정치적 압박 등 언론탄압의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는 아예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RTV 측은 "새롭게 찾아낸 부당함과 거짓말들에 대해서는 판단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언론탄압의 실체는 외면하고 형식논리로만 판결한 것에 대한 분노다.
항소와 특검 고발로 끝까지 투쟁
RTV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항소를 통해 2심에서 판결을 뒤집기 위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한편, 스카이라이프의 부당한 채널평가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사법부가 외면한 언론탄압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겠다는 의지다.
RTV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계약갱신기대권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고, 스카이라이프 측도 업계에서 일방적 계약 종료 사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번 판결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에 사법부까지 동조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대형 플랫폼이 정치적 압박에 따라 언론사를 퇴출시켜도 '계약자유'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언론 자유가 이렇게 쉽게 짓밟혀도 되는 걸까. 행정부의 압박과 사법부의 묵인이 결합된 언론탄압 앞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지키기 위한 더 큰 저항과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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