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원래 13일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었으나 하루 앞서 백기를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지지율 부진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명태균 게이트와 검찰 수사 압박이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명태균이 석방된 직후 오세훈이 불출마를 선언한 시점이 주목받고 있다.
오세훈 불출마, 한동훈에게 유리할까
오세훈의 불출마는 지지층이 겹치는 한동훈에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한동훈과 홍준표는 각각 11%, 오세훈은 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자들만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이 비슷한 지지율을 보였다.
한동훈 입장에서는 오세훈이 물러나면 국민의힘 경선에서 김문수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세훈의 불출마 선언문에는 한동훈을 겨냥한 내용이 담겨 있어 예상과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오세훈은 선언문에서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책임(윤석열 겨냥), 당정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한동훈 겨냥)"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윤석열과 한동훈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훈이 지난 9일 오세훈을 겨냥해 "서울 싱크홀 고위험 지역을 공개하라"는 견제구를 던진 것도 오세훈의 불출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오세훈은 한덕수에 대해서는 "경륜이나 역량, 품성에 대해 깊이 존경할 정도"라며 호의적 평가를 내놓았다.
명태균 게이트, 오세훈을 무너뜨린 결정적 증거
오세훈의 정치 생명을 위협한 것은 명태균 게이트였다. 3월 20일 오세훈 후원회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을 때만 해도 오세훈은 "기다리던 바였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상태였다.
결정타는 명태균의 서울행 항공권이었다.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은 "2021년 4월 명태균과 함께 강철원(오세훈 측근)을 만나러 간 것만 기억하고 입증할 증거가 없었는데, 그날 비행기 타고 갔던 게 뒤늦게 기억났다"며 항공권 구매 내역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세훈 측이 명태균과의 접촉 사실을 부인해온 주장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오세훈은 2021년 1월에 명태균을 만났지만 거의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경선 마지막 날까지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오세훈 후원회장과 명태균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우리가 원하는 조사만 좀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던 정황도 밝혀졌다. 명태균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잔치날 돼지 잡는다"며 복수를 암시했고, 실제로 석방 직후 오세훈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입을 다물었다.
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재점화와 한덕수 변수
대선 시즌이 시작되면서 윤석열과 한동훈 간의 갈등도 재점화되는 조짐이 보인다. 서종욱 변호사에 따르면 윤석열은 3단계 전략으로 경선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1차로 친윤 핵심 나경원을 경선 통과시키고, 2차로 김문수를 밀어 한동훈을 견제하며, 마지막으로 한덕수를 통해 후보단일화로 한동훈을 저지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동훈 측은 김건희 소환설을 흘리며 윤석열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특히 김건희 관련 사건들이 모두 친한동훈계로 알려진 박세현 서울고검장 밑으로 집중되어 있다. 특히 명태균 게이트는 한동훈의 최순실 특검 동료였던 이지영 차장검사가 수사를 총괄하고 있어 한동훈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덕수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50여 명의 의원이 한덕수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한덕수는 123 개헌(개엄) 당시 윤석열이 가장 먼저 불렀던 6인 중 한 명으로, 내란 연루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김용현 전 법무부 장관은 헌재 심리 과정에서 "계엄 문건이 총리에게도 전달됐다"고 밝혔으나, 한덕수는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는 해명을 내놓아 논란이 됐다. 검찰이 그동안 한덕수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 대해 수사를 미뤄왔으나, 한덕수가 대선 주자로 부상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미래당의 '백기사'와 국힘 경선 구도
새미래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삼총사(김부겸·정세균 등)보다 파괴력 있는 4총, 5총까지의 구도를 조성해야 한다"며 "그림자 속의 백기사가 있다"고 암시했다. 이는 한덕수를 대선 후보로 옹립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종교 세력 간 갈등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신천지나 통일교는 한동훈에게도 우호적이지만,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 세력은 윤석열과 운명공동체적 성격을 띠고 있다. 김문수와 나경원이 전광훈, 전한길, 손현보 목사 아들 등과 함께 연금개혁 반대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김문수와 나경원의 햄버거 회동은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김문수는 대화보다 햄버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멍한 표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동훈 측은 김문수와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연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오세훈의 불출마, 명태균의 석방, 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재점화, 한덕수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대선 구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검찰 행보와 각 정치세력의 동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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