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국회의원의 부친과 장인이 모두 친일 행적을 남긴 가운데, 친일 기업 전남방직 터에 김무성 의원 인척이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역사 지우기 논란이 일고 있다.
뉴탐사는 5일 역사탐사 방송을 통해 김무성 전 의원 부친 김용주와 장인 최치환의 친일 행적을 추적했다. 김용주는 일제강점기 전남방직을 불하받아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최치환은 제주 4·3 당시 경무부 작전과장으로 양민 학살을 주도한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현재 국립서울현충원 제1유공자 묘역에 안장돼 있다.
군용기 5대 헌납하고도 "독립운동가" 주장
김용주는 1905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18세에 조선식산은행에 취직했다. 조선식산은행은 일제의 민족 수탈을 관리하던 기관이었다. 김무성 전 의원은 부친이 1936년 포항 영흥학교 교장으로 애국 활동을 했다며 친일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1937년 중일전쟁 이후 김용주의 행적은 달라진다. 국민총력 경상북도연맹 평의원, 조선임전보국단 경북 도지부 상임이사로 활동하며 대구 국채보상운동건립에 1000원(현재 가치 약 1억 원), 대구 신사 건립에 2000원(약 2억 원)을 헌납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1943년 군용기 5대 헌납이다. 기록에 나타난 헌납액 7만5000원은 현재 가치로 수억 원대에 이르는 거액으로, 당시 일반인의 평생소득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제로센 전투기 가격과 일본 물가 지수를 어떤 기준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액수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군용기 5대를 헌납할 수 있었던 재력과 친일 협력의 성격은 결코 축소해 볼 수 없다.
김용주는 같은 해 부민관에서 열린 전선공직자대회에서 "진정한 내선일체화를 해 충실한 황국신민이 될 것"을 밝히며 "조선 청년들의 부모를 향해 자식을 나라의 창조신께 기쁘게 바치는 마음가짐을 알아야 한다"고 연설했다.
김무성 전 의원은 이런 사실을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으나 법정에서 패소했다. 아사히신문에 김용주의 이름이 명시된 군용기 헌납 광고와 전선공직자대회 연설 기사가 결정적 증거로 제출됐다.
이기붕에게 춤춰 전남방직 불하받아
해방 후 김용주는 일제의 간네보방적을 불하받아 전남방직 사장이 됐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이기붕 앞에서 춤을 추며 아부해 불하받았다고 한다. 전남방직은 1935년 일제가 광주에 설립한 공장으로 약 3000명이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노동을 착취당했던 곳이다.
현재 전남방직 부지에는 더현대 광주가 들어서고 있다. 주목할 점은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이 김무성 전 의원의 이복형 김창성의 딸 김문희와 현영원의 딸이라는 점이다.
전남방직 공장 안에는 2015년까지 김용주 동상이 서 있었다. 김창성 회장이 세운 이 동상은 현대백화점 공사가 시작되면서 철거됐지만, 기단은 여전히 남아 있다. 광주시는 2019년 전남방직 삼거리에 친일 행적을 알리는 단죄문을 설치했으나, 크기가 작아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강제동원 역사관 대신 '근대산업박물관' 추진 논란
광주시는 전남방직 부지 일부를 강제동원 역사관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시행사 측 공모 당선작은 '근대산업 노동박물관'이었다. 이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시 방침은 일제 강제동원 전시관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도 "보일러실 한쪽 공간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발전소 건물 전체를 역사관으로 사용하는 대신 일부 공간만 할애하겠다는 것이다.
더현대 광주는 이 역사관 부지를 둘러싸고 건설된다. 현정은 회장이 김용주의 인척이라는 점에서 역사관 조성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 4·3 학살 주역 최치환, 현충원 1묘역에
김무성 전 의원의 장인 최치환은 1948년 제주 4·3 당시 경무부 작전과장으로 응원경찰을 제주에 파견해 무자비한 학살을 주도했다. 만주군관학교 출신인 최치환은 이승만 대통령 경찰 비서관, 서울시 경찰국장, 국회의원, 1971~1974년 경향신문 사장, 대한축구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치환은 현재 국립서울현충원 제1유공자 묘역에 안장돼 있다. 묘비에는 "자신보다는 남을 위하여 평생을 살았다"고 적혀 있지만, 제주 4·3 학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남해 스포츠파크에는 최치환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2024년 8월 최치환의 부인 송효숙 여사 사망 당시 강원도민일보는 "국내외 사회봉사의 대모"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2019년에는 제주학연구센터에 최치환을 옹호하는 글이 기고되기도 했다.
"파묘법 통과시켜 친일파 현충원서 파내야"
배기성 역사강사는 "현충원은 1956년 6월 6일 반민특위가 해체된 것을 기념해 이승만이 만든 친일파 안장 시설"이라며 "6월 6일이 현충일인 이유를 보훈처는 1018년 고려 현종이 거란군 희생자를 위무한 날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억지 논리"라고 지적했다.
김용만 의원은 "현충원 안장 심사 기구를 통해 친일 행적이 확인되면 파묘해야 한다"며 "의석수가 많을 때, 이재명 정부가 역사에 관심을 가질 때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박진경 대령 등 인권 유린 가해자를 국가유공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소급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최치환도 국가유공자 자격을 박탈당해 현충원에서 파묘될 수 있다.
뉴탐사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합당 논란으로 당내 소모전을 벌이는 대신 파묘법 같은 역사 바로 세우기 법안 통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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