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공감TV가 정천수를 대신해 뉴탐사 기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고발이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다. 정천수가 설립자본금 100만원을 납입하지 않았다는 뉴탐사 보도 내용이 허위가 아닌 '사실'이라는 경찰 판단이다. 앞서 정천수가 자신의 주금 미납 사실을 덮기 위해 제기한 '인장위조' 주장 역시 무혐의 처분된 바 있어, 정천수의 모든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번 고발의 구조는 묘하다. 고발인은 열린공감TV(주식회사)지만, 고발장에 명시된 '피해자'는 정천수 본인이다. 피고발인은 뉴탐사(회사)가 아닌 최영민·강진구·박대용 기자 개인들이다. 이 3명은 2022년 정천수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전 열린공감 이사들이기도 하다.
정천수가 직접 고소할 경우 허위사실로 판명되면 무고죄에 걸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를 고발인으로 내세우고, 자신을 해임한 3명을 타겟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정천수는 앞서 '양복 사건'에서도 한원섭을 시켜 똑같이 이 3명만 골라서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양복을 받은 5명 중 정천수와 김두일은 빠지고, 정천수를 해임한 3명만 고발 대상이 됐다. 같은 3명을 반복해서 타겟으로 삼는 패턴이 보복의 본질을 드러낸다.
경찰 "기사 내용은 허위사실 아니다"
11월 24일자 서울방배경찰서 불송치 결정서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피의자들이 기재한 기사 내용은 허위사실이 아니며, 공익성 측면이 반영된 기사로 비방 목적 또한 인정하기 어렵다."


정천수 측은 뉴탐사가 지난해 11월 15일 보도한 '열린공감TV 정천수, 설립자본금 허위납입 은폐하려 재판부까지 속였다' 기사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천수가 설립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았다는 보도 내용이 사실과 부합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서에서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1년 3월 31일 작성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는 위변조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 확인되며, 피의자가 제출한 '법인설립 자금 100만원 납부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은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인정되는 점, 앞서 불송치 종결된 공람 사건들의 주식변경 과정에서 계약취소 및 지분반환 청구 통지문 등의 증거자료들에 비추어, 피의자들이 본 건 범죄사실 요지가 반영된 기사의 내용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100만원 납입 약속으로 1% 추가 취득...실제론 한 푼도 안 내
불송치 결정서에는 정천수와 최영민 사이의 지분 합의 경과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경찰은 "주 피의자 최영민은 고발인 회사 정천수와 법인 설립을 위한 지분 50대 50으로 협의하였다가 그 설립자금 100만원 납입 조건으로 정천수에게 지분 1% 양보해 51대 49로 지분율 협의했으나, 이후 정천수가 약속한 설립자금 100만원 납입을 이행하지 않아 다시 50대 50으로 지분율 정정했다는 주장"이라고 적시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2020년 경 정천수와 최영민은 열린공감TV 설립을 위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는 1차 합의를 했다. 이후 2020년 8월 25일, 정천수가 "설립자본금 100만원을 내가 전액 부담할 테니 1%만 더 달라"고 요구했고, 최영민이 이를 수용해 51대 49 비율로 2차 합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정천수는 약속한 100만원을 실제로 납입하지 않았다. 100만원 한 푼 내지 않고 51% 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서 서두에서 "피해자 정천수와 주 피의자 최영민과의 주식변동상황명세서 주식 지분율이 [정천수 51%, 최영민 49%]에서 [정천수 50%, 최영민 50%]로 변경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정천수가 주금을 납입하지 않아 지분율이 원래대로 정정됐다는 사실을 경찰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인장위조 프레임으로 덮으려 했지만...그마저도 무혐의
정천수는 자신의 주금 미납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덮기 위해 '인장위조'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회사가 51대 49로 되어 있던 주주명부를 실제 자본금 납입 여부에 따라 50대 50으로 정정해 세무서에 신고하자, 정천수는 이를 '인장위조'라고 주장하며 고발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무너졌다. 지난 3월 남양주북부경찰서는 정천수가 제기한 사전자기록변작 및 동행사(인장위조)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역시 동일 인물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횡령, 사기미수 등 모든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천수의 논리는 이랬다. 자신이 100만원을 납입했는데 주주명부가 50대 50으로 바뀌었으니 이는 위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정천수가 100만원을 납입했다는 주장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00만원을 내지 않았으니 지분율 정정은 정당한 것이고, 따라서 인장위조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결국 정천수가 본질적 문제인 '주금 미납'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낸 '인장위조' 프레임은 완전히 실패했다.
다섯번째 고발도 불송치...동일 사안 줄줄이 기각
정천수 측의 고발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정천수와 관련된 기존 사건들도 검토됐다. 불송치 결정서에 따르면, 이미 경기남양주북부경찰서(2024-6316, 사자기록변작 등), 경기양주경찰서(2024-7529, 사기), 서울중랑경찰서(2025-1976, 위증) 등 3건의 사건이 불송치 결정된 바 있다. 인장위조 무혐의까지 합치면 이번이 다섯 번째 실패다.
경찰은 "피해자 정천수와 주 피의자 최영민 간의 법인 설립과정에서 주식비율 변동내용에 대한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다고 판단된다"며, 이번 고발 역시 기존에 불송치된 사건들과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이라고 봤다. 정천수가 여러 경찰서에 유사한 내용으로 고소·고발을 반복해왔지만, 번번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정천수 측은 고발인만 바꿔가며 경기남부청, 경기북부청, 서초경찰서, 남양주북부서, 서울방배서 등 다수의 수사기관에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어느 경찰서에서도 정천수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익 목적 인정, 비방 목적 부정"
경찰은 기사의 비방 목적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 경찰은 대법원 판례(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를 인용하며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이 정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이고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어 "같은 항에서 정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은 부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범죄사실 내용의 기사를 2024년 11월 5일 기재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분쟁을 넘어 회사 운영의 투명성과 합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의 취지가 반영되므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따라서 피의자들은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발이 오히려 '주금 미납' 공식 확인하는 결과로
이번 불송치 결정은 정천수 측 주장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천수는 고발장에서 뉴탐사 기사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설립자본금 100만원을 자신이 납입했다는 전제 아래 제기한 고발이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정천수의 주장과 정반대로 나왔다.
경찰은 정천수가 100만원을 납입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영민 측이 제출한 '100만원 납부이행 촉구 내용증명'을 증명력 있는 증거로 인정했다. 정천수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가, 역으로 자신의 주금 미납 사실만 공식 확인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정천수의 주금 미납 사실은 2022년 9월 새로운 회계담당자가 입사하면서 처음 발각됐다. 연도별 회계내역 검토 과정에서 설립자본금 100만원이 법인계좌에 입금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이사회에서 여러 차례 정천수에게 주금 납입 여부를 질의했으나, 정천수는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결국 2023년 5월, 회사는 정천수의 주금 미납 사실을 최종 확정하고 51% 지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당초 합의했던 50대 50 지분 비율로 조정했다.
약속 파기, 미국 도주, 그리고 보복의 시작
정천수는 설립자본금 100만원을 납입하지 않고도 51% 지분을 주장하며 회사 경영권을 장악했다. 지난 7월 수원고등법원은 "정천수가 약속했던 주식증여를 거부해 경영권 분쟁을 야기했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11월 13일 정천수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해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 2022년 3월 9일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되자 정천수는 다음날 갑자기 미국행을 선언했다. 이후 "검찰 쪽 관계자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기자들은 손 안 되는데 대표는 손된다"며 검찰 수사를 피해 도망간 사실을 본인이 직접 시인하기도 했다. 5월 2일 미국으로 떠난 정천수는 '시민포털' 명목으로 18만 달러를 개인 계좌로 모금했고, 이를 중단하라는 이사회 요구를 거부하다 6월 7일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정천수 측의 경영권 재장악은 계획적 수순이었다. 지난 2023년 8월부터 정천수 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더탐사 전 경영진에 대한 조직적인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이후 9월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친형을 포함한 측근 5명을 이사로 선임해 경영권을 장악했고, 10월에는 강진구, 최영민 대표이사를 해임했으며, 11월에는 회사 명칭을 '열린공감'으로 변경했다.
그해 12월부터 옛 더탐사 직원 9명이 무더기 해고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월 17일 이 중 2명에 대해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 "약 40여 일간 사직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고 서면 통지 의무도 위반했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나머지 7명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고,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이 진행 중이며 다음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보복할수록 자신의 범죄만 드러나다
정천수의 보복은 자신을 해임한 이사 3명에게 집중됐다. 양복 사건 고발을 사주하고, 인장위조로 고발하고, 배임·횡령으로 고발하고,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결과는 전부 실패였다. 양복 사건 고발 사주는 오히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으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인장위조 주장은 무혐의. 배임·횡령 주장도 무혐의. 명예훼손 고발도 불송치.
역설적인 것은 정천수가 줄곧 부정해온 '설립자본금 100만원 미납'이 오히려 이번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올해 초 양주경찰서는 최영민이 정천수를 상법위반(주금납입가장)으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했는데, 당시 경찰은 고소장에 명시된 상법위반과 횡령 혐의는 판단하지 않고 사기죄만 검토했다.
정천수는 이 불송치에 힘입어 뉴탐사 기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역공에 나섰지만, 그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주금 미납 사실만 공식 확인받는 결과를 자초했다. 대법원 판례(2004도7585)에 따르면 가장납입된 자금이라도 대표이사가 임의로 인출·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보복하려 할수록 자신의 범죄만 수면 위로 떠오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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