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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조작 수사팀장 김영일, 문재인 정부 때 검사실서 피고인과 '검은 거래'

윤석열 정부 공수처, 공소시효 만료 20일 전 불기소…피해자들 재정신청 대법원 계류 중

2026-03-04 23:36:42

대북송금 사건 조작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김영일 전 검사가, 문재인 정부 시절 이미 자신의 검사실에서 피고인과 범죄수익 은닉을 모의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 수사보고서와 재소자 편지 등 1차 자료에는 김영일 검사실이 사건 거래의 '무대'로 활용됐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IDS홀딩스 사기 사건과 검사실 출정


IDS홀딩스는 원금과 일정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를 끌어모은 전형적인 폰지 사기다. 대표 김성훈은 2014년 8월 672억 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2년 사이, 추가로 1만2000여 명에게 1조960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검찰이 알고도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훈은 2016년 9월 2차 범행으로 추가 기소됐고, 결국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형이 확정된 직후부터 문제는 달라졌다. 2017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김성훈은 서울구치소에서 동료 재소자 한재혁을 통해 김영일 검사를 소개받았다. 한재혁은 "김영일 검사실에 정보를 제공하면 편의를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성훈은 그 말을 따랐다.


경찰 수사보고서에 담긴 내용


뉴탐사가 확보한 2020년 9월 3일 자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보고서에는 당시 상황이 항목별로 정리돼 있다. 김성훈이 김영일 검사실에 출정을 다니며 전 서울경찰청장 구은수 뇌물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사실, 검찰이 위내물 사건에서 김성훈이 연루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기로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은 사실, 김성훈이 사적 목적 달성을 위해 출정을 나가야 했다는 사실 등이 명시돼 있다.


보고서에는 김영일 검사가 김성훈에게 "조용히 맛있는 거나 먹자"며 편의 제공을 약속하고, "1년 동안 서울구치소에 붙잡아 두겠다"고 말한 사실도 기록돼 있다. 출정 요청이 뜸해지자 오히려 재소자인 김성훈이 먼저 전화해 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당시 검사실은 중앙지검 특수1부 김영일 부부장 검사실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김성훈은 이렇게 진술했다. "이성용이 김영일 검사와 꽤 친한 걸로 보였습니다. 일반 수용자를 출정시킬 때는 투명하게 대하는데, 이성용 형을 대할 때는 굉장히 부드럽게 했습니다." 이성용은 김성훈보다 앞서 김영일 검사와 거래한 재소자 브로커다.


김성훈은 37회 출정했지만 실질적인 조사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고 진술했다. 출정 때마다 외부 전화 통화를 했고, 외부에서 음식이 반입됐다. IDS홀딩스 감사였던 예모 씨가 가져온 음식을 두 차례 먹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범죄수익 은닉 모의도 이뤄졌다. 예모 씨를 통해 외부 공범을 불러 검사실 안에서 은닉 방법을 논의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면회 발언과 편지에 남은 흔적


당시 면회 내용도 남아 있다. 2017년 10월 김성훈은 면회를 온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어떻게든 수사권을 안 주려고 경찰 막 흠집 내게 하는 것 같아. 경찰이 수사를 한 적도 없어." 대북송금 사건의 쌍방울 측 진술과 판박이처럼 겹치는 대목이다.


같은 달 17일에는 "검사실에서는 나를 나쁘게 생각 안 해. 나한테 유리한 일이라고 보고 있어"라고 했다. 10월 30일에는 면회를 온 감사 예모 씨에게 "나 조금 있다 검사실 나가는데, 와도 되냐고 물어보고 된다고 하면 거기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검사실을 외부인과의 만남 장소로 활용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2020년 형사 절차가 복잡해지자 김성훈은 이성용에게 편지를 보내 SOS를 쳤다. "아무래도 뇌물공여 기소할 수밖에 없겠죠. 진술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검찰이 협조하면 기소를 면해 주기로 했다고 진술하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고, 그렇다고 자백한 것처럼 해버리면 무조건 기소가 될 수밖에 없을 텐데…만약 기소가 이루어지고 실형이 선고되면 자포자기로 검찰 행태를 전부 까발리려고 할지도 모르죠." 김성훈은 편지에서 "김선규 책을 통해 김영일과 상의해 달라"고도 적었다. 이성용의 바지사장 김씨는 이 편지를 받은 뒤 "오늘 오후에 김부장님(김영일)과 통화했습니다. 회장님 편지 잘 받았다고 알았다고 했습니다"라고 이성용에게 전했다.


이성용이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 초안도 압수수색에서 나왔다. 내용을 지운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초안에는 "우리 부장님이 시켜서 다 불어버린 건데, 봐줘야죠. 당신이 김성훈 때문에 공을 세우고 지금 잘 나가고 있는데 모른 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김영일을 향한 압박성 문구로 보인다.


밝혀진 범죄수익만 55억…실제는 더 클 가능성


판결로 확인된 범죄수익은 55억 원이다. 1차로 한씨에게 건너간 27억, 2차로 28억이다. 이에 더해 이성용 쪽으로 흘러간 29억이 별도로 있지만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한씨 쪽 자금만 200억 원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뉴탐사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85억 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 모든 은닉 모의가 검사실에서 이뤄졌다. 한씨는 보석 출소 후에도 김영일 검사실에서 김성훈과 만났다. 경찰은 이에 대해 범죄수익 은닉 때문으로 판단했지만, 검사 수사권이 없어 더 이상 파고들지 못했다.


김영일 검사는 경찰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구속 기소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정작 뇌물을 준 김성훈은 기소하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이던 2017년 10월, 경찰청장이 다단계 비리로 구속되자 "역시 경찰은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박지원 당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거 경찰 길들이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성훈도 면회 자리에서 같은 취지의 말을 남겼다.


공수처 불기소, 공소시효 만료 20일 전


이 사건은 2020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처음 고발됐으나 흐지부지됐다. 공수처가 출범한 뒤 2021년 6월 다시 고발됐고, 2024년 6월 피해자들이 공수처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열며 세 번째 고발을 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2025년 6월 21일, 공소시효 만료를 20여 일 앞두고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공수처에는 김영일 검사의 인천지검 전임 검사이자 김성훈의 변호인을 맡았던 김선규 전 검사가 재직했다. 또 퇴직 후 김영일 전 검사가 합류한 법무법인 인원에는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송창진 변호사도 있다. 뉴탐사가 송창진 변호사에게 김영일 합류 경위와 김영일 사건 처리 과정을 물었으나, "관심 없습니다. 그 사건은 기억에 없습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선규 변호사와의 친분에 대해서는 "친분 있죠"라고 인정했다.


뉴탐사는 김영일 변호사에게도 수차례 연락했다. 전화를 걸자 곧바로 끊겼고,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자 사무실 직원이 "안에 안 계세요"라며 출입을 막았다. 카카오톡으로 질문을 보냈더니 사진이 사라졌다.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혐의없음 처분 직후 피해자 측은 재정신청을 제기했다. 재정신청을 하면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재정신청이 기각되자 즉시항고를 제기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북송금 조작의 '원형'


김영일 검사가 검사실에서 피고인을 불러 음식을 제공하고 외부 통화를 허용한 뒤 사건 정보를 얻는 수법은, 훗날 대북송금 사건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박상용 검사가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쌍방울 김성태를 상대로 한 행위가 이와 판박이였다.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고문(변호사)은 "김영일 검사실에서 범죄수익 은닉 모의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두 차례 이뤄졌다. 은닉 장소를 제공한 김영일이 견책 처분 한 번 받고 끝났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구치소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당시 자살자가 37명에 달했다. 피해 규모는 1조960억 원이다. 그 사건의 핵심 인물이 대북송금 사건의 수사팀장으로 투입됐고, 그 수사팀장을 수사해야 했던 공수처에는 그와 연결된 검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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