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창원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 ‘무효’…법원 “동의 절차 중대 하자”

비대위 10년 싸움 끝 승소…명태균 게이트 연루 정치인들 '촉각'

2025-11-29 20:38:35

▲부산고등법원이 창원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 관련 행정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한 주문(2025.11.21)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내곡리 일원에서 추진되던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업 추진 과정의 핵심 절차인 도시개발구역 지정, 조합설립 인가, 실시계획 인가 등이 모두 중대한 하자를 지닌 채 처리됐다는 이유에서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제1행정부는 지난 21일 1심 판결을 뒤집고, 2013년 당시 박완수 창원시장이 고시한 ▲내곡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과 2013년·2015년 내곡지구도시개발사업조합에 내린 ▲조합설립 인가와 ▲실시계획 인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행정처분이 모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를 갖고 있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한 소송비용은 창원시와 조합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사업의 절차적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변론종결을 하고도 1년간 매우 유례없을 정도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며 “1심에서 제출된 증거자료가 77호증까지 제출됐다면, 항소심에서는 165증까지 제출됐다. 그 정도로 창원시청이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그릇된 행정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대행사 대표와 전 조합장 등이 모두 법정에서 위증을 했다”며 “이 때문에 전 조합장은 현재 위증죄로도 기소됐다”라고 했다.


잡음 끊이지 않았던 창원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 내막은?


2013년 시작된 창원 내곡지구 도시개발 사업은 150만㎡ 규모의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진행 내내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뉴탐사는 지난해 11월 창원 내곡지구 도시개발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첫째. 창원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시행대행사는 일봉도시개발이다. 일봉도시개발은 조합장과 조합 임원들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2021년 10월 22일 실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뇌물수수혐의로 수사를 받던 2020년 삼부토건을 시공사로 선정한다. 방식도 공개경쟁입찰을 거치지 않았다. 2천억 규모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맺은 것이다.


시행대행사와 조합 임원들이 모두 뇌물을 주고받아 문제가 됐던 시점에 서둘러 계약을 맺은 곳이 하필이면 삼부토건이었을까. 이미 당시에도 삼부토건은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 상태가 매우 부실했던 터였다.


이뿐 아니라, 2022년 차주는 일봉도시개발에서 현선으로 변경된다. 확인 결과 현선의 대표는 삼부토건의 현장소장이자 상무였다. 


둘째, 2013년 조합설립 동의서와 2015년 개발계획 동의서 중 일부가 위변조된 정황이 있음에도 묵과됐다.


셋째, 시행대행사 대표인 현 모 씨가 뇌물수수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인 2020년 4월 20일 창원지검 505호실에서 작성한 피의자 조서에 따르면, 그는 2006년 박완수 당시 창원시장을 만나면서 창원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넷째, 개발사업 자체가 원토지주들에게는 피해가 예상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건대 체비지가 확정되기도 전에 예정 체비지를 담보로 12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대출을 승인해 준 곳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다.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따낸 삼부토건이 연대보증을 서는 방식이었는데, 시행대행사 대표는 줄곧 “신용대출”이라고 주장했으나, 삼부토건 공시자료에는 “예정 체비지 담보대출”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체비지(替費地)는 도시개발사업을 환지 방식으로 진행할 때, 시행자가 공사비 등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토지 소유주로부터 취득해 처분할 수 있는 땅을 말한다. 즉, 시행자는 이 땅을 팔아 공사비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위치조차 확정되지 않은 ‘예정’ 체비지를 담보로 거액의 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만약 시공사의 부실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그 빚은 고스란히 조합원인 토지주들이 떠안게 될 위험이 크다.


다섯째, ‘토지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방식이 아니냐’는 뉴탐사 취재진의 질의에 창원시청 관계자는 “조합에서 정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등 무책임으로 일관했다.


여섯째, 허성무 전임 시장(더불어민주당)은 내곡지구 개발의 문제를 제기하는 비대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19가지 문제를 우선 해결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해주었다. 그런데 홍남표 시장이 당선된 이후인 2021년 9월 조건부 승인을 사실상 해제해 주었다.


여기에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이던 김영선, 현 창원시장인 홍남표, 현 경남도지사 박완수 등이 모두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됐고, 명태균 씨가 창원 산단 개발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정황 등이 공론화되면서 창원 내곡지구 개발사업에도 정치권의 부적절한 이권 개입이 존재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상황이다. 더구나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 씨가 김상민 전 검사에게 공천을 주려 했던 지역이 창원 의창구였다.


법원 “동의율 산정 자체가 잘못…숱한 위조·누락·부적법 동의서 확인”


이번 법원의 결정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출된 개발계획 동의서와 조합설립 동의서에 동의율 조작, 위조 의혹, 부적법 작성 등이 유력하게 작용했다.


① 내곡4지구 과거 계획과 ‘전혀 다른 사업’

전혀 다른 지역의 개발계획의 동의서가 창원 내곡지구 개발사업의 동의서로 둔갑됐다.

창원시와 조합측은 과거 추진되던 ‘내곡4지구 개발계획’의 동의를 내곡지구 사업의 동의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사업 면적 ▷구역 범위 ▷사업 목적 ▷토지이용계획 ▷조합 구성 시기 등이 모두 서로 다르므로 두 사업은 동일성이 없고 별개의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② 존재하지 않는 동의서(미현출 동의서)

동의자 명부에는 이름이 있는데 실제 동의서가 존재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법원은 4명, 총 9,177㎡ 규모의 토지에 대해 “동의서가 제출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동의율 산정에서 제외했다.


③ 지상권자 동의 누락

지상권이 설정된 토지의 경우 지상권자도 동의를 해야 하지만, 다수 필지에서 지상권자 동의가 누락됐음이 드러났다.


④ 개발계획 고시 이후 작성된 동의서

일부 동의서는 개발계획 고시일(2013.9.10.) 이후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⑤ 공유토지 대표자 지정 서류 미비

공유자의 대표 지정에 필요한 서류가 없거나 신분증 사본이 누락된 경우 등도 확인됐다. 도시개발법은 환지 방식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 토지 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여러 부적법 동의서를 제외한 후 다시 계산한 결과, 법정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창원 내곡지구 개발사업은 사실상 전면 중단돼 처음 단계부터 동의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됐던 정치인들이 이 같은 그릇된 행정절차를 모르쇠로 일관하며 특정 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되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밀어붙인 이유가 더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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