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정유라는 왜 배신했나... 장시호 녹취 파일 공개를 막는 거대한 세력

뉴탐사 제보자 정유라, 가세연으로 돌아서며 핵심 증거 봉인

2023-11-28 2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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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핵심 증거를 손에 쥐고도 갑작스럽게 뉴탐사를 떠나 가세연으로 향했다. 그녀가 남긴 것은 윤석열과 한동훈을 직격할 수 있는 장시호 녹취 파일의 존재 확인뿐이었다. 한 달간의 취재 협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정유라가 뉴탐사를 찾아온 경로는 이랬다. 지난 10월 중순 정유라는 지인을 통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농성장에 연락처를 전달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정유라와 면담한 후 제보 내용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윤여창 PD에게 뉴탐사와 연결하도록 지시했다. 정유라가 들고 온 것은 태블릿 PC 조작과 관련된 손씨의 녹취 파일이었다.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과 검찰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담은 폭탄 같은 내용이었다.


뉴탐사와 정유라를 연결해준 윤여창 PD는 "정유라가 5억원의 부채에 시달리며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있었다"며 "처음에는 돈 문제 해결을 기대했지만, 방송 후 모금액이 기대에 못 미치자 크게 실망했다"고 증언했다. 첫 방송 후 정유라는 울면서 전화를 걸어와 "사채업자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절망했다.


장시호 운전기사가 2년간 녹취한 폭탄 증거


상황이 급변한 것은 11월 4일경이었다. 정유라는 새로운 제보를 들고 왔다. 바로 장시호의 2년치 녹취 파일이었다. 장시호 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운전기사가 비인격적 대우에 분노해 몰래 녹취한 것이었다.


강진구 기자는 "운전기사가 장시호를 냉장고나 TV처럼 여기고 아무 말이나 했다"며 "검사들과의 통화, 한동훈과 관련된 대화까지 모두 녹취했다"고 설명했다.


11월 14일, 뉴탐사 측은 직접 장시호 녹취 파일 일부를 들었다. 윤여창 PD와 전병덕 변호사가 함께 확인한 15초 분량의 녹취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이 지켜줄 거야. 한동훈이 시켜서 태블릿을 했는데 나만 고생이야. 너무 억울해."


술에 취한 장시호의 목소리였다. 태블릿 PC 조작에 한동훈이 직접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결정적 증언이었다.


최순실이 쥔 윤석열 탄핵 카드들


정유라는 장시호 녹취 파일 외에도 최순실이 보유한 추가 증거들을 언급했다. 윤석열이 박근혜 비자금을 덮어줬다는 증거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련된 코바나컨텐츠의 비밀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정치적 망명에 성공한 데이비드 윤도 정유라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는 "윤석열을 탄핵시킬 정도의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민주당 전원이 나선다는 전제 하에 증거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전병덕 변호사와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정유라는 "데이비드 윤이 박영수 특검과 알던 사이"라며 "박영수를 엄마 변호사로 선임하려 전화했던 사람이 데이비드 윤"이라고 폭로했다.


회유와 협박 사이, 마지막 선택


11월 중순부터 정유라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돈 얘기를 하지 않게 됐고, 민주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와의 접촉을 원했지만 뉴탐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정유라는 "한동훈 탄핵 성공 못 하면 송대표님이랑 같이 죽는 거"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장시호의 말로는 "한동훈이 정유라가 태블릿 가짜라고 말하고 다닌다며 정유라를 풀어놓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송영길 전 대표의 부인은 정유라를 딸처럼 돌봤다. 직접 만든 반찬을 정성스럽게 싸주며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잘 커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당시 정유라는 "부인께서 주신 반찬 너무 잘 먹겠습니다. 감동이고 너무 감사하다"며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27일 오후 7시, 모든 것이 뒤바뀐 순간


마지막 약속이었던 11월 27일 오후 7시, 선릉역 인근 카페에서 정유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는 "없는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두 시간 후 가세연에 출연한 정유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세연에서 정유라는 송영길 전 대표와 뉴탐사를 조롱했다. 부인이 정성껏 싸준 반찬에 대해 "토가 나올 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시호에 대한 적대감만큼은 그대로 유지됐다.


운전기사의 용기가 마지막 희망


뉴탐사는 정유라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핵심 정보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장시호 녹취 파일의 실재와 그 내용의 진실성을 두 명의 증인이 확인했다는 것이다.


강진구 기자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검찰이나 공수처가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할 내용"이라며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핵폭탄급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제 남은 것은 운전기사의 용기뿐이다. 정유라가 중간 고리 역할을 포기한 상황에서 운전기사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결정적 증거는 영원히 묻힐 수 있다.


뉴탐사는 "제보자의 신변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윤석열 정권 탄핵의 희망이 운전기사분의 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정유라의 배신은 개인적 선택이었을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거대한 정치적 역학이 작동하고 있다. 5억원의 부채와 세 아이를 키우는 현실적 어려움, 그리고 알 수 없는 세력의 회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장시호 녹취 파일의 존재가 확인된 이상, 그것이 세상에 나올 날도 머지않았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이 증거를 과연 누가, 왜 막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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