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동훈은 왜 '오빠'에 집착하나… 장시호의 오빠, 양수진의 오빠의 결정적 차이
한동훈이 김승원 공격에 쓰는 '오빠'… 장시호는 자기 재판 검사를 '오빠'라 불렀다
한동훈, 김승원 후보자를 '오빠'라 부른 양수진 녹취를 근거로 연일 공세
장시호는 자기 재판 맡은 검사를 '오빠'로… "형량 1년 6개월 미리 들었다"는 통화 녹음
한동훈 공개분은 검찰 녹취록 109건 중 7건… '오빠' 가장 많은 통화는 공개 안 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공격하며 쓰는 말은 '오빠'다. 9월 9일 국회에서는 "오빠가 본질"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동훈 의원이 처음부터 '오빠'를 말한 건 아니다.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올린 게시물 13건에는 '오빠'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처음 등장한 시각은 9월 3일 오전 10시 42분이다. 김승원 후보자 측이 "공익적 고충민원"이라고 해명한 직후였다.
뉴탐사는 한동훈 의원이 8월 31일부터 9월 9일까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88건을 전수 수집해 단어 빈도를 셌다. 게시물 본문과 첨부 링크 제목을 문자열 그대로 세는 방식이다. 어형 변화도 모두 포함했다.
청탁에서 오빠로, 나흘 만의 교체
첫 사흘 동안 한동훈 의원이 쓴 언어는 다른 계열이었다. '청탁'이 16회 나온다. '기소유예'는 3회다. 9월 1일 게시물에는 "기소유예 처분은 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하지 않는 처분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9월 2일에는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때문에 주가 등락으로 피해본 피해자들이 많습니다"라고 썼다. 청탁이 있었는지, 승인이 부당했는지, 누가 손해를 봤는지를 묻는 말이다. 사안의 실체를 겨냥한 언어였다.
9월 3일 오전 10시 42분 게시물에서 언어가 바뀐다. 제목은 이렇다. "'룸싸롱 여동생' 청부받고 '쥐도 피토해 죽을 약' 승인로비한 것이 공익적 고충민원이라니, 대한민국이 우습습니까." 본문 첫 문장은 "김승원 후보자가 입을 열었는데"로 시작한다. 본문 안에는 "대한민국이 김승원 후보자 같은 친한 오빠 없으면 신약 승인 못받는 나라입니까"라고 적혀 있다. '오빠'와 '룸싸롱'과 '여동생'이 한 글에서 처음 함께 나온 순간이다.
이후 빈도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9월 4일 19회, 9월 6일 15회다. 9월 8일에는 하루 26건을 올렸고 그중 15건에 '오빠'가 들어갔다. 하루 43회다. 열흘간 93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가 8일 하루에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오빠'를 강조하면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취지로 제동을 걸었다. 한동훈 의원은 이튿날 국회에서 "오빠가 본질"이라고 되받았다.
오빠가 가장 많은 통화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동훈 의원이 근거로 내놓는 자료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수사기록 별책 II-1권이다. 751쪽 분량이고, 녹취록 109건이 실려 있다. 사건번호는 2023형제648호,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이다.
한동훈 의원이 직접 공개한 녹취록은 이 가운데 7건이다. 전체의 6.4%다. 공개 대상은 김승원 후보자가 등장하는 통화에 몰려 있다. 김승원 통화 17건 중 6건을 공개했다. 최재성 전 의원 통화는 15건 중 1건이다. 나머지는 한 건도 없다. 제넨셀 측 서모씨 통화는 34건 233분10초 분량인데 공개되지 않았다. 세무사 통화 12건 120분47초, 회계사 김재훈씨 통화 6건 118분10초도 마찬가지다.
공개되지 않은 쪽에 '오빠'가 훨씬 많다. 별책 109건에서 양수진씨가 '오빠'나 '오라버니'라고 말한 줄은 274건이다. 이 가운데 서모씨와의 통화가 185건으로 가장 많다. 김승원 후보자와의 통화는 49건이다. 노모씨 26건, 최재성 전 의원 13건이 뒤를 잇는다. '오빠'라는 호칭 자체가 문제라면 가장 먼저 공개됐어야 할 통화가 서모씨와의 185줄이다. 한 건도 공개되지 않았다.
한동훈 의원이 가진 자료가 별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정황도 있다.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2021년 9월 1일·3일·4일 통화 3건은 별책 II-1권에 없다. 서울서부지검 수사보고에 적힌 녹취서 작성 부수는 속기사 두 명 합계 최소 196부다. 별책에 실린 건 109건이다.
양수진의 오빠, 장시호의 오빠
양수진씨에게 '오빠'는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별책 109건 안에서만 여러 명이 '오빠'로 불린다. 김승원 후보자는 "오라버님" "오라버니" "오빠" "승원 오빠"로 불린다. 최재성 전 의원, 서모씨, 노모씨도 '오빠'다. 이름 앞에 붙는 경우도 많다. 중동 오빠, 일석 오빠, 고진 오빠, 윤형준 오빠가 녹취록에 나온다.
호칭이 특정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점은 한 문장에서 드러난다. 2021년 10월 8일 최재성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양수진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오빠한테 부탁할까 하다가 이제 승원 오빠한테 전화를 했단 말이야." 앞의 '오빠'는 통화 상대인 최재성 전 의원이고, 뒤의 '승원 오빠'는 김승원 후보자다. 한 문장에 '오빠' 두 명이 들어 있다.
2021년 10월 14일 오후 7시 29분 통화에는 현직 부장판사도 등장한다. 김승원 후보자가 "내가 여기 갑자기 정인재 부장판사라고"라고 하자 양수진씨가 "어, 알잖아요. 인재 오빠"라고 답한다. 김승원 후보자는 "나랑 단짝"이라고 말한다. 53초짜리 통화이고, 내용은 여의도 술자리에 합류할지를 의논하는 것이다. 정인재 부장판사가 청탁 대상으로 거론된 대목은 아니다.
검사를 부르는 말은 달랐다. 2021년 11월 9일 통화에서 양수진씨는 자신이 아는 검사를 두 번 다 "황 검사" "황 검사님"이라고 부른다. 오빠라고 하지 않았다. 부탁의 상대도 김승원 후보자 본인이 아니었다. 양수진씨가 최재성 전 의원에게 설명한 내용은 이렇다. "식약처장님한테 부탁할 건 아니고, 왜 이게 딜레이가 되는지 확인만 좀 해 달라." 제3자인 식약처장에게 전달을 부탁했다는 말이다.
장시호씨 쪽은 사정이 다르다. 장시호씨가 검사를 가리켜 '오빠'라고 부른 대목은 김영철 전 검사 한 명이다. 김영철 전 검사는 장시호씨의 국정농단 사건 공판검사였다. 부탁의 상대가 제3자가 아니라 자기 사건을 맡은 사람 본인이다.
공수처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 날짜가 특정된 대목이 여럿이다. 2020년 10월 9일쯤 통화에서 장시호씨는 "1년 6개월 맞을 거라 그랬어, 오빠가"라고 말한다. 형량과 집행유예 기간을 미리 들었다는 취지다. 이 통화에는 증언 준비에 관한 말도 나온다. "페이퍼를 이만큼 준 거야. 외우라고." 2020년 10월 18일 통화에서는 "형사는 내가 김스타한테 기소취하 좀 해달라고 부탁했어"라고 말한다. '김스타'는 장시호씨가 김영철 전 검사를 부르던 또 다른 이름이다.
호칭이 있었다는 사실은 불린 쪽도 인정했다. 김영철 전 검사는 2024년 5월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증교사와 청탁은 부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장 씨가 계속 문자 보내고 카톡 보내고 '오빠'라고 하는데 정말 너무 심하더라." 2020년 10월 29일 주고받은 문자 실물도 이 보도에 실렸다. 장시호씨가 "오빠 연락처좀 달래서 줬어"라고 보내자 김영철 전 검사는 "ㅇㅋ"라고 답했다.
다만 장시호씨의 발언이 사실로 확정된 건 아니다. 공수처는 2024년 11월 19일 김영철 전 검사에 대해 전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장시호씨가 나중에 자신을 무시할 것을 염려해 "과시하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고, 공수처는 그 진술을 받아들였다. 구치소 안으로 증언 연습용 서류를 들인 사실도 없다고 판단했다.
탄핵 사유가 '오빠'였던 2024년, 두 달의 침묵
호칭을 관계의 증거로 삼고 관계를 게이트로 키우는 경로는 2024년에 이미 한 번 작동했다. 2024년 7월 2일 더불어민주당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대상은 강백신·엄희준·박상용·김영철 검사였다. 김영철 검사의 탄핵 사유로 적힌 내용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장시호씨와 뒷거래를 했다는 것이었다. 국회 법사위는 8월 14일 청문회를 열었다. 김영철 검사는 나오지 않았다.
한동훈 의원이 김영철 전 검사를 모를 리 없다.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 수사4팀이 꾸려질 때 팀장은 윤석열 검사였고, 삼성 수사를 맡은 부장검사가 한동훈이었다. 김영철·강백신 검사가 팀원으로 있었다. 2024년 탄핵소추 대상 4명 중 2명이 수사4팀 출신이다. 장시호씨는 이 팀이 수사한 사건의 증인이었다.
뉴탐사는 탄핵소추안 발의를 앞둔 6월 25일부터 청문회가 끝난 8월 31일까지 한동훈 의원 페이스북 게시물 41건을 전수 검색했다. 녹음이 공개된 5월 구간은 수집된 게시물이 3건뿐이어서 집계에서 뺐다. 장시호·김영철·강백신·엄희준·박상용, 그리고 '탄핵소추'라는 말까지 여섯 개 검색어 모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한동훈 의원은 7월 23일 국민의힘 대표가 됐다. 두 달 동안 다룬 주제는 간첩법, 금융투자소득세, 전당대회, 부천 화재였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7월 2일에는 시청역 참사 애도 글을 올렸다. 검사 탄핵을 입에 올린 건 10월 3일이다. "국회 법사위의 검사 탄핵 청문회는 '사법방해'의 결정판이자, 범죄혐의자가 국가기관을 성토하는 '범죄적 장면'이었습니다."
한동훈 의원이 '오빠'에 유독 집착하는 이유
한동훈 의원이 처음 사흘간 꺼낸 말은 다투기 까다로운 것들이었다. 청탁이 있었는지, 승인이 부당했는지, 주가 피해가 있었는지는 처분과 기록으로 가려야 한다. 서울서부지검은 2024년 12월 27일 김승원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서울서부지법은 2024년 12월 19일 1심에서 양수진씨 등의 6억원 전환사채 대가성을 두고 "증명 부족"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허위자료 부분만 유죄였다. 실체를 두고 싸우면 이런 기록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호칭은 다르다. '오빠'는 녹취록에 그대로 남아 있다. 부인할 수가 없다. 입증할 필요도 없고 반박당할 여지도 좁다. 언어가 바뀐 시점이 상대의 해명 시점과 겹친다는 사실도 기록에 남아 있다. 9월 3일 오전 10시 42분 게시물은 김승원 후보자 측 준비단이 낸 '공익적 고충민원' 해명을 전문 인용하고 반박하는 글이다.
'오빠'가 문제의 본질이라면 적용 범위도 일정해야 한다. 그런데 공개 범위는 일정하지 않았다. '오빠'가 185줄 나오는 통화는 덮였고, 49줄 나오는 통화가 공개됐다. 기준이 호칭이 아니라 상대라는 뜻이다. 2024년에는 자신과 같은 특검 팀에 있던 검사를 향해 호칭이 탄핵 사유로 제기됐지만, 두 달간 한동훈 의원 페이스북에는 관련된 이름이 하나도 없었다.
'오빠'라는 말의 파괴력을 한동훈 의원보다 잘 아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자기 사건 검사를 뭐라고 불렀는지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2024년에 지켜봤다. 문자 몇 통과 호칭 하나에서 시작된 문제 제기가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으로 이어졌고,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탄핵소추 대상이 된 김영철 검사는 국정농단 특검 수사4팀에서 한동훈 의원과 함께 일한 사이다.
한동훈 의원은 2024년 10월 3일 그때의 청문회를 두고 "사법방해의 결정판", "범죄적 장면"이라고 했다. 2년 뒤 이번에는 "오빠가 본질"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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