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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급락은 블룸버그 영문 송고보다 빨랐다
분 단위 흐름 분석…5월 12일 본격 급락 12분, 블룸버그 보도 보다 8분 앞서
5/12 코스피 사상최고 7,999.67 직후 -5.12% 폭락, 마감 -2.29%
본격 폭락 12분(10:30~10:42)이 블룸버그 본 송고(10:50)보다 8분 빨라
단기 과열·환율·미국 물가·삼성 파업·외국인 리밸런싱 다섯 변수 다중 구조
5월 12일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7,999.67을 찍은 뒤 장중 한때 5.12% 급락했다. 종가는 전날보다 2.29% 내린 7,643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전날 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국민배당금' 구상이 폭락의 방아쇠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코스피의 분 단위 움직임과 영어권 매체의 송고 시각을 대조하면, 이 설명만으로는 당일 급락을 설명하기 어렵다.
코스피가 가장 가파르게 무너진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10시 42분까지 12분이었다. 블룸버그가 김 실장 글을 영어로 정리해 본 송고한 시각은 오전 10시 50분이다. 시장의 본격 폭락은 블룸버그 본 송고보다 8분 먼저 일어났다.
김용범 페북 글 게시 뒤 11시간, 시장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
김 실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시각은 5월 11일 밤 10시 8분이다. 제목은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었다. 분량은 약 5,000자였다.
한국 주식시장은 다음 날 오전 9시에 열렸다. 글이 올라온 뒤 개장까지 약 11시간 동안 시장은 닫혀 있었다.
5월 12일 오전 9시, 코스피는 7,960에서 출발했다. 전날 종가 7,820보다 1.68% 오른 강한 갭상승이었다. 오전 9시 20분에는 7,999.67까지 올랐다. 장중 8,000선에 거의 닿은 사상 최고치였다.
김 실장의 한국어 원문이 공개된 뒤에도 개장 직후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먼저 찍었다.
폭락은 12분 동안 집중됐다
이날 장중 흐름은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뉜다.
오전 9시 22분부터 9시 52분까지 약 30분 동안 코스피는 7,920에서 7,960 사이를 오갔다. 급락이라기보다 고점 부근 횡보에 가까웠다.
오전 9시 52분부터 10시 30분까지는 완만한 하락이 이어졌다. 지수는 7,800 부근까지 내려왔다. 1분에 5~10포인트가량 빠지는 흐름이었다. 사상 최고치 직후 나타날 수 있는 차익실현 매물로 볼 수 있는 구간이다.
흐름이 급변한 것은 오전 10시 30분부터였다. 코스피는 10시 42분까지 12분 동안 7,800에서 7,430까지 밀렸다. 약 370포인트가 한꺼번에 빠졌다. 1분당 30~60포인트씩 떨어진 셈이다.
5월 12일 급락은 이 12분에 집중됐다.
블룸버그 보도 전, 시장은 이미 저점을 찍었다
블룸버그가 김 실장 글을 영어로 정리해 송고한 시각은 5월 12일 오전 10시 50분, 한국 시간 기준이다. 블룸버그 본 기사 페이지에 표시된 타임스탬프다.

그런데 코스피가 장중 저점 7,430을 찍은 시각은 오전 10시 42분이었다. 블룸버그 본 송고보다 8분 빨랐다.
즉, 블룸버그 영어 본 송고가 나온 뒤 시장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본 송고가 나오기 전에 시장은 이미 가장 급한 하락 구간을 지나 저점에 도달해 있었다.
블룸버그 외에도 같은 사안에 대한 영어권 보도가 5월 12일 일중에 잇따라 나왔다.
| 매체 | 송고 시각 (한국 시간) | 제목 핵심 표현 |
|---|---|---|
| 블룸버그 본기사 | 5/12 오전 10:50 | 'Citizen Dividend' From AI |
| 블룸버그 로(Law) | 5/12 오전 11:47 | From AI Tax |
| 블룸버그 택스(Tax) | 5/12 오후 17:10 | From AI Tax |
| 블룸버그 뉴스레터 | 5/12 오후 18:45 | Tech Tax |
| 파이낸셜타임스 | 5/12 장중 | AI bonus |
블룸버그 로 판은 오전 11시 47분 별도로 송고됐다. 블룸버그 택스 판은 오후 5시 10분, 블룸버그 뉴스레터는 오후 6시 45분에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의 'AI bonus' 헤드라인 역시 5월 12일 장중 영어권 시장에 노출됐다.
영어권 보도가 시장 심리를 자극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5월 12일 코스피의 가장 급한 12분 폭락을 블룸버그 본 송고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당일 시장에는 다섯 가지 변수가 겹쳐 있었다
5월 12일 시장에는 김 실장 글 외에도 여러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었다.

첫째는 단기 과열이다. 5월 들어 코스피 누적 상승률은 18.5%에 달했다. 단기간 급등한 시장에서는 작은 악재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나올 수 있다.
둘째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5월 12일 1,488원까지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 보유에 따른 환차손 위험이 커진 상태였다.
셋째는 미국 물가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8%로 발표됐다.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나온 이 지표는 5월 12일 한국 증시에 바로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 금리 인하 지연 우려는 한국 주식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넷째는 삼성전자 파업 변수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5월 13일 새벽 노사 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은 현실화됐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인 만큼, 관련 불확실성은 지수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섯째는 외국인 리밸런싱이다. 한국 시장이 5월 한 달 동안 18.5% 오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한국 비중은 자동으로 커졌다. 국가별 투자 비율을 다시 맞추기 위한 매도 압력이 5월 12일 무렵 임계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 5월 12일 시장 변수 | 상태 | 시장 영향 |
|---|---|---|
| 단기 과열 | 5월 누적 +18.5% | 차익실현 매물 가능 구간 |
| 환율 | 원·달러 1,488원 | 외국인 환차손 위험 확대 |
| 미국 물가 | 4월 소비자물가 3.8% | 금리 인하 지연 우려 |
| 삼성전자 파업 | 18일 총파업 예고 | 코스피 시총 1위 종목 불확실성 |
| 외국인 리밸런싱 | 한국 비중 자동 확대 | 국가별 비율 재조정 매도 |
5월 7일에도 외국인은 한국 주식 7조1,700억 원어치를 팔았다. 한국 시장 단일일 외국인 매도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그날 시장은 횡보로 마감했다. 개인 투자자가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5월 12일 급락은 단순히 "외국인이 많이 팔았다"는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단기 과열, 환율, 미국 물가, 삼성전자 파업, 외국인 리밸런싱, 그리고 김 실장 글을 둘러싼 해석 논란이 같은 날 겹쳐진 복합 충격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영어 헤드라인은 원문과 달랐다
김 실장 글이 5월 12일 폭락의 단일 방아쇠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영어권 보도가 원문의 취지를 다르게 전달한 문제는 남는다.
블룸버그 본 기사 제목은 "Korea Roils Market by Floating 'Citizen Dividend' From AI"였다. 본문에는 "windfall levy on corporate profits", 즉 기업 이익에 매기는 횡재세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블룸버그 로와 블룸버그 택스 판은 제목에 아예 "AI Tax"라는 표현을 썼다. 파이낸셜타임스는 "Koreans should all get an AI bonus"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그러나 김 실장의 원문은 기업 이익에 새 세금을 매기자는 내용이 아니었다. 김 실장은 AI 시대 국가 전략을 설명하면서, 평소보다 더 들어오는 초과세수가 있을 경우 이를 국민배당금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실장이 본문에 직접 쓴 문장은 이렇다.
"초과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이야기다."
배당 재원이 기업 이익에 대한 새 세금이 아니라 정부의 초과세수라는 뜻이다.
본문에 등장한 표현도 엇갈린다. '초과이윤'은 8번, '초과이익'은 2번, '초과세수'는 4번 등장했다. 국내 일부 매체는 이 가운데 '초과이윤'을 강조했다. 이후 영어권 보도에서는 이 표현이 'windfall levy', 'AI Tax', 'AI bonus'로 옮겨졌다.
김 실장은 5월 12일 오후 직접 해명했다.
"영어로는 windfall tax라고 부르는데, 그건 아닙니다."
블룸버그는 5월 13일 별도 정정 기사를 냈다. 그러나 원기사 본문에는 여전히 'windfall levy' 표현이 남아 있다. 별도의 'Correction' 알림도 붙어 있지 않다. 블룸버그 로의 'From AI Tax' 제목 역시 그대로다.
2008년에는 6일 만에 영문 반박, 2026년에는 70일째 침묵
비슷한 사례는 2008년에도 있었다.
2008년 10월 14일, 파이낸셜타임스는 "Sinking feeling"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외환위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에 달러를 빌리러 갔다는 취지로 표현했고, 단기 외채 1,750억 달러, 민간 부채 GDP 대비 180% 같은 수치를 강조했다.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진 것처럼 읽힐 수 있는 기사였다.
엿새 뒤인 10월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공동 영문 반박문을 냈다. 제목은 "Corrections, Clarifications and Explanations for factual errors and questionable assertions in the October 14 Financial Times article 'Sinking feeling'"이었다.
정부는 "factual errors", "misleading" 같은 표현을 직접 써가며 영어로 반박했다. 해외 투자자와 외신을 상대로 한 공식 대응이었다.
2026년 현재 청와대 영문 사이트는 운영 중이다. 그러나 보도자료 섹션의 마지막 게시일은 3월 4일이다. 5월 14일까지 약 70일 동안 새 게시물이 없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영문 사이트에서도 이 사안과 관련한 별도 영문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코스피는 5월 13일 V자 반등했다. 5월 14일 오후에는 다시 7,800 부근까지 회복했다. 시장 가격은 일부 되돌아왔다.
하지만 영어권 기사에 남은 표현은 그대로다. 'windfall levy', 'AI Tax', 'AI bonus'라는 단어는 정정 표시 없이 여전히 검색되고 있다.
5월 12일 코스피 폭락은 김용범 글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글이 영어권에서 어떻게 번역되고 유통됐는지, 그리고 정부가 그 오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시장은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잘못 박힌 프레임은 그냥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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