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해남군, 솔라시도 김치공장 부지 120억에 매입…바로 옆 땅은 자회사에 8분의 1 가격
감정평가는 매도자 측에서만 진행, 군의회 의장·부의장도 "한쪽만 한 줄 몰랐다"
자회사에는 평당 2만원, 해남군에는 55만원…여덟 배 차이
감정평가는 매도자 측 한 곳에서만, 의장·부의장도 "몰랐다"
평당 3만원짜리 대체부지 있었는데 120억 들여 기업도시 부지 매입
해남군이 솔라시도 기업도시 내 김치원료 공급단지 부지를 평당 55만원, 총 120억원에 매입했다. 그런데 바로 100m 옆 부지는 같은 시기에 기업도시 조성 주체인 BS그룹 자회사에 평당 약 2만원, 총 34억원에 넘어갔다. 면적은 자회사 쪽이 두 배 넘게 넓었다. 가격 차이는 약 여덟 배다.
뉴탐사 취재 결과 이 거래의 감정평가는 매도자인 기업도시 SPC 측에서 단독으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남군은 별도의 감정평가를 의뢰하지 않았다. 군의회 의장과 부의장 모두 "양쪽에서 감정평가를 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630만평 미래도시, 13년째 빈 땅
솔라시도는 전남 해남군에 630만평 규모로 조성 중인 기업도시다. 2010년 사업 승인을 받았고 2013년 첫 삽을 떴다. 태양(Sol), 호수(La), 바다(Sea), 도시(Do)를 합쳐 만든 이름처럼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유치를 내걸었다. BS그룹과 전라남도, 해남군이 함께 추진했다.
13년이 지난 지금, 유치된 기업 실적은 사실상 전무하다. 유일하게 입주 예정인 시설은 해남군이 군비로 부지를 매입한 김치원료 공급단지뿐이다. 그마저도 당초 김치공장에서 절임배추 공장으로, 다시 저온저장 시설로 용도가 바뀌었다. 한 동당 200평씩 일곱 동을 짓는다는 계획인데, 사실상 배추 냉장고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2022년 솔라시도에 2조6천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현재까지 실현된 것은 없다. 미국 현지 기업과 양해각서(MOA)를 체결하겠다며 대규모 방미단까지 이끌고 갔지만 빈손 귀국했다. MOA 체결 상대는 골프대회 스폰서 비용 40억원을 내지 못해 비난을 받았던 업체였다. 선데이저널은 "잦은 방미, 빈손 귀국…출장 명분만 쌓이고 성과는 없다"고 보도했다.
120억 vs 34억, 같은 시기·같은 동네
뉴탐사가 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해남군은 2023년 12월 솔라시도 기업도시 내 구성리 641-7 공장용지 약 2만2천평을 약 120억원에 매입했다. 평당 약 55만원이다.
같은 달, 불과 일주일 전에 바로 인근 구성리 부지 약 16만평이 34억원에 거래됐다. 매수자는 주식회사 아영이다. 아영은 솔라시도 기업도시를 조성하는 BS그룹의 특수관계자, 즉 자회사다. 평당 약 2만원꼴이다.
해남군은 자회사에 넘긴 가격의 여덟 배를 주고 땅을 샀다. 면적은 자회사 쪽이 두 배 넘게 넓었다. 해남 지역 땅값 시세를 감안하면 평당 55만원은 파격적으로 높은 가격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평가다. 2019년 공시지가는 5만5천원이었다.
"감정평가는 기업도시 쪽에서만 했다"
해남군청 담당 팀장은 뉴탐사 취재에 "기업도시 특별법에 따라 SPC 쪽에서 감정평가를 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해남군이 별도로 감정평가를 맡긴 적은 없다고 인정했다. 100억원이 넘는 거래에서 매수자인 해남군이 독자적 감정평가를 하지 않은 것이다. 담당 팀장은 "감정평가 비용이 1천몇백만원 들어간다"고 말했다. 120억원짜리 거래에서 감정평가 비용을 아꼈다는 뜻이다.
SPC 측 관계자는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말을 했다. "특별법에 그런 내용은 없다"고 했다. 해남군과 합의해서 SPC 쪽에서만 감정평가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청은 특별법 탓을, SPC는 합의 탓을 한 셈이다.
SPC 측은 처음 제시한 가격이 평당 77만7천원이었다고 밝혔다. 군의회와 협의해 조성원가 수준인 55만원으로 낮췄다고 했다. 군의회에도 가서 설명했고 합의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서해근 해남군의회 부의장은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양쪽에서 감정평가를 한 줄 알았는데, 뉴탐사 보도를 보고 한쪽에서만 한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건 당연히 잘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군의회 의장도 "해남군과 보성 양쪽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건설위원장을 지낸 현 의장이 감정평가 실태를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서해근 전 군의회 부의장은 군의회에서 처음 제시된 가격이 평당 100만원 수준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SPC 측이 밝힌 77만7천원보다도 높다.
"평당 3만원짜리 땅이 있었다"
박종부 전 의원은 뉴탐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화원농협 근처에 평당 3만원이면 2만평을 매입할 수 있는 부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화원농협이 이미 확보해 둔 부지였다.
박 전 의원은 군의회에서 대체부지를 제시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김치원료 공급단지라면 굳이 첨단 기업도시 부지를 살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평당 3만원이면 2만평 매입비는 6~7억원이다. 120억원의 18분의 1 수준이다.
그는 이 사업의 변천 과정도 증언했다. 처음에는 김치공장이었다. 해남에 이미 화원농협 내수김치 공장이 있어 반대했더니 수출김치로 바꿔 왔다. 다시 절임배추 공장으로, 그것도 안 되니 저온창고로 바뀌었다. 박 전 의원은 "어떻게든 기업도시 부지를 사주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회사인 줄 몰랐다"는 SPC, 내부 제보로 뒤집혀
SPC 측은 뉴탐사 인터뷰에서 아영에 대해 "자회사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공모 절차를 거쳤는데 아영만 단독 입찰해서 넘겼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방송 중 내부 직원이 실시간 제보를 보내왔다. "23년도부터 25년도까지 솔라시도 기업도시에서 BS한양 직원으로 일했다. 기업도시 현장사무실에 아영 사무실도 같이 있다. 점심시간에 함바식당도 같이 사용하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데 모른다니 거짓"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도를 확인한 결과 기업도시 사무실과 아영 사무실은 같은 건물 단지 안에 위치해 있었다.
수의계약 40여건 집중 의혹
박종부 전 의원은 수의계약 문제도 폭로했다. 서해근 부의장의 지역 사무소 주소지에 등록된 건설업체에 3~4년간 약 40~50건의 수의계약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은 행정감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고 군정질문에서 공식 문제를 제기했다.
박 전 의원은 "수의계약을 읍면으로 내려달라고 초선 때부터 요구했지만 군수가 끝까지 거부했다"고 말했다. 해남군의 수의계약 운영 실태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해근 부의장은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건설업체가 내 사무소에 주소를 뒀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경찰·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결론났다고도 했다. 다만 수의계약 40여건이 해당 업체에 집중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반대한 의원은 제명당했다
김치공장 부지 매입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박종부 의원은 이후 제명 처분을 받았다. 박 전 의원은 "기획된 폭행 사건에 휘말렸다"고 주장했다. 누군가 폭행을 유도했고, 증인까지 동원됐다는 것이다.
제명 처분은 광주고등법원에서 "과도하다"는 판결로 취소됐다.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박 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부과했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불이익이 작동해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상태다.
박 전 의원은 "행정감사에서 부조리를 발견하면 폭로하는 게 의원의 역할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정을 보고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군정질문에 나섰던 영상도 확인됐다. 남원시의회에서 비리를 지적하다 제명된 이숙자 의원의 사례와 닮았다.
명현관 군수 "큰 문제 없다는 보고 받았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뉴탐사 보도 후 군 직원들에게 "허위 사실"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탐사가 어떤 부분이 허위 사실이냐고 묻자 문자로 답변을 보내왔다.
명 군수는 "단 한 점의 사심 없이 군정을 맡아왔다"며 "관련 부서로부터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친인척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다음 주에 직접 찾아뵙고 설명하겠다"고 밝혔는데, 민주당 공천 경선이 끝난 뒤 시점이다.
명현관 군수는 전국 최초로 급여를 반납하고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청백리 단체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면에서 120억원짜리 부지 매입의 감정평가를 매도자에게만 맡기고, 평당 3만원짜리 대체부지를 무시하고, 반대한 의원은 제명 과정을 거쳤다. 솔라시도 기업도시에는 녹지 조성 명목으로 400억원의 세금이 추가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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