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경찰, 장세일 영광군수 '돈봉투' 압수수색 단행…민주당 '근거없음' 일주일 만에 뒤집혔다

제보자 "수의계약 군수 지시 통화기록 있다…포렌식하면 다 나온다"

전남청 광역수사대, 장세일 군수 딸·뇌물 공여자 자택 동시 압수수색

제보자 "재무과장에게 '군수님이 에이텍 줘라 했다' 통화기록 남아 있을 것"

비서실장 출신 정OO, 계약 담당 최OO에게 "우리 둘이 한 걸로 하자" 꼬리자르기

윤리감찰단 장인재 부단장, 수사팀 확인도 않고 제보자에게 취조식 질문만

2026-03-31 06:22:13

민주당 윤리감찰단이 뉴탐사의 장세일 영광군수 '돈봉투' 보도를 "근거 없다"고 공식 발표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30일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장세일 군수의 딸 자택과 뇌물 공여 혐의로 자수한 정운성씨 자택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현직 단체장이자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에 대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민주당이 덮었지만, 경찰이 뒤집다


장세일 군수 측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허위 제보에 대한 진상이 빨리 규명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뉴탐사가 보도한 돈봉투 영상 관련 의혹에 대해 조기에 '근거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장세일 군수의 예비후보 등록 절차를 빨리 진행하라는 취지로 읽혔다. 경선 참여 자격을 유지시켜 후보의 갑옷을 입히면 수사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원칙대로 움직였다. 뉴탐사와 통화한 수사관은 "우리는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원칙대로 수사할 뿐"이라고 밝혔다. 뉴탐사 취재에 따르면 경찰이 확보한 증거는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 없을 만큼 구체적이다.


"군수님이 에이텍을 줘라 했다"


정운성씨는 필리핀 체류를 마치고 30일 귀국한 뒤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 후 정운성씨는 뉴탐사와 통화에서 수의계약 체결 과정을 상세히 증언했다. 핵심은 군수의 직접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운성씨에 따르면 영광군 재무과장 송OO이 수의계약 체결 직전 본인에게 전화를 걸어 "군수님께서 에이스라고 착각하셨다. 에이텍을 줘라고 들었으니 빨리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 업체명은 에이텍인데 군수가 에이스로 잘못 알고 있었던 해프닝이 있었고, 이후 정확한 업체명을 확인한 뒤 계약이 급속히 진행됐다는 것이다. 정운성씨는 "휴대폰 포렌식을 하면 이 통화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장세일 군수 측은 그간 "전임 군수 시절부터 납품을 받아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운성씨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장 군수가 있을 때 처음으로 시작된 일이다. 전임 군수 때는 시작도 안 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서실장의 꼬리자르기, 실무자가 거부


군수의 지시가 어떤 경로로 내려갔는지도 드러났다. 정운성씨는 계약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정OO을 "군수의 오른팔"이라고 불렀다. 군수의 오더는 정OO을 거쳐 안전관리과 동보장비 담당 최OO에게 전달됐다. 정운성씨는 "비서실장 통해서 군수님이 오더를 내렸다. 그렇게 해서 일이 된 거라고 최OO이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30일 아침에는 제보가 하나 더 접수됐다. 정OO이 최OO에게 전화를 걸어 "이거 그냥 우리 둘이 한 걸로 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군수 지시는 없었고 자신들이 알아서 한 것으로 총대를 메자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다. 최OO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경찰에 출석해 있는 그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운성씨는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는 얘기냐"는 질문에 "개연성이 아니라 팩트다. 100%"라고 답했다.


에이텍과의 접촉, 리베이트 경로도 구체적


정운성씨는 에이텍과의 접촉 과정도 밝혔다. 에이텍 강OO 상무와는 본인이 직접 수십 차례 만나며 사업을 구두로 협약했다. 군청과의 계약 실무는 집안 삼촌인 정O진이 투입된 뒤 급속히 진행됐다. 정O진이 투입되기 전에는 예산 집행이 안 되는 바람에 약 6개월간 지연됐는데, 예산 문제가 해결되자 계약 체결까지 빠르게 이루어졌다.


리베이트 경로도 나왔다. 에이텍에서 신안설비라는 업체를 경유해 수수료를 받았고, 이 돈은 부인 명의로 이동했다. 정운성씨는 "신안설비는 에이텍에서 리베이트를 받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에이텍이 신안설비에 발행한 세금계산서에는 강OO 상무의 이메일 이니셜이 적혀 있어, 정운성씨가 언급한 담당 임원의 실명과 정확히 일치한다.


"돌려줬다"는 문자, 포렌식이 가린다


장세일 군수 측이 마지막 방어선으로 내세운 것은 딸이 정운성씨에게 보냈다는 문자다. 돈봉투를 전달한 다음 날 밤 10시 30~40분쯤 "돈을 안 받아서 상처 받았을까 봐 마음이 많이 꺼려했다"는 내용이다. 돌려줬다는 의미로 해석하라는 것이다.


정운성씨는 이 문자에 대해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보냈다면 저한테 내역이 있었겠지만 문자가 없어서 기억을 못 해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돌려받은 적 단호하게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히려 의문을 제기했다. "굳이 '돈'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강단 있게 문자를 보낸 건 꼭 누가 시킨 것 같았다"는 것이다. 문자를 받았다면 당연히 반응을 보였을 텐데, 그 뒤에 이어지는 답장은 없다. 정운성씨는 "포렌식을 통하면 진위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윤리감찰단의 취조식 감찰


정운성씨와의 통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민주당 윤리감찰단 장인재 부단장의 행태다. 장인재 부단장은 정운성씨에게 두 차례 전화했다. 첫 통화에서 꺼낸 말은 윤리 감찰이 아니라 취조였다. "영상 왜 찍었어요? 돈 갖고 나가는 거 찍었어요? 없어요? 알았어요." 정운성씨는 "윤리감찰단이 윤리를 따져야지 왜 나한테 취조를 하느냐"고 따졌다.


두 번째 통화는 더 짧았다. "문자 있느냐"고 물었고, 없다는 답을 듣고 끊었다. 통화 시간 1분도 안 됐다. 장인재 부단장은 경찰 수사팀에도 전화를 했지만, 수사 초기 단계라는 답변만 듣고 돌아섰다. 직접 찾아가지는 않았다. 정운성씨는 "이것 또한 장세일이 다 선이 닿아 있구나 하는 느낌을 엄청 세게 받았다"고 말했다.


정운성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윤리감찰단의 움직임은 이렇게 재구성된다. 수사팀에 전화해 수사 초기 단계임을 확인했다. 최종 수사 결과까지 시간이 걸리겠다고 판단했다. 제보자에게는 돈봉투 반환 영상이나 문자 같은 반박 증거가 있는지만 캐물었다. 마땅한 반박 증거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근거 없음'으로 발표해도 당장 뒤집힐 위험은 낮다고 본 것이다. 그 사이 장세일 군수가 경선을 통과하면 나중 일은 나중에 처리하면 된다는 셈법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사 초기 단계라고 했던 경찰이 곧바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이 계산은 틀어졌다. 윤리감찰단의 조기 면죄부는 부실 감찰을 넘어 봐주기 감찰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청래 당 대표 체제에서 이 윤리감찰이 감찰단 자체의 판단이었는지, 당 대표의 승인이나 지시에 의한 것이었는지도 역으로 감찰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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