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김관영 CCTV 제보 음식점 사장, '이원택 비서' 통화 한 건만 빼고 선관위 제출
호남 경선 뒤집은 김관영 영상 폭로, 음식점 사장 단독 행동 아닐 정황 잇따라
정 사장, 채널A 제보 두 달 전 "시그니처 호텔이 이원택 비서실장이라며 만나자고 하네"
경찰의 휴대폰 임의제출 요구도 거부…뉴탐사가 18일 녹취 파일 경찰에 제출
정청래 대표 감찰 지시는 채널A 보도 한 시간 전…최초 제보자 여전히 미궁
지난 4월 1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식당 CCTV 영상이 보도된 지 12시간 만에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호남 지방선거 판도를 단숨에 뒤집은 그날, 영상을 채널A에 넘긴 음식점 사장은 김 지사 한 사람에게 화가 나 영상을 폭로한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사장이 영상을 채널A에 제보하기 두 달 전, 이미 그의 입에서 다른 후보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식점 사장 정 모 씨가 지난 2월 10일 통화에서 "시그니처 호텔 그 사람이 이원택 비서실장이라며 만나자고 한다"고 발언한 녹취 파일이다.
정 씨는 이 녹취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낸 녹취록 묶음에서 빼고 제출했다. 다른 통화는 다 냈는데 이원택 후보 측 인사 이름이 등장하는 단 한 건만 빠졌다. 경찰은 정 씨에게 휴대폰 임의제출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뉴탐사는 18일 이 녹취 파일을 전북경찰청에 증거로 직접 제출했다.
음식점 사장이 정말 김관영 지사 한 사람과의 일로만 움직였는지, 두 달 전부터 다른 그림자가 함께 움직이고 있었는지 다시 들여다봐야 할 단서가 등장한 셈이다.
채널A 보도 1시간 전 감찰 지시, 그날 밤 제명
김 지사 제명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2시간이었다.
오전 9시 10분, 정청래 당대표가 윤리감찰단에 긴급 감찰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민주당 공보국 채팅방에 알려진다. 채널A가 김 지사의 식당 CCTV 영상을 처음 단독 보도한 시각은 오전 10시 15분이다. 보도가 나오기 한 시간 앞서 당대표의 감찰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오전 10시쯤 전북경찰청은 김 지사 고발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식당 돈봉투 의혹'이라는 구체적 혐의 내용까지 포함됐다.
오후 1시에는 안호영 의원이 출마로 입장을 선회했다. 안 의원은 본래 이날 김 지사와의 사실상 단일화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영상 폭로가 이 단일화 작업을 깨뜨린 셈이다.
밤 9시 44분, 민주당은 김 지사 제명을 의결했다.
사실관계 확인이나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통상의 절차는 생략됐다. 당이 경찰·선관위보다 먼저 CCTV 원본 영상을 손에 넣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정 모 씨는 뉴탐사 인터뷰에서 "당직자로 아는 지인에게 채널A에서 무언가 터질 것이라고만 살짝 언질을 줬다. 대리 기사비 같은 구체적 내용은 일체 말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오전 9시 10분 시점에 이미 '식당 돈봉투'라는 구체적 정황을 손에 쥐고 있었다. 사장의 짧은 언질만으로 당대표가 즉각 감찰 카드를 꺼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장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 구체적 정황이 따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강주현 수석대변인은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당내 윤리감찰단에 영상과 함께 제보가 들어왔다. 익명으로 들어온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 경위는 모른다"고 답했다.
채널A 제보 두 달 전, "이원택 비서실장이 만나자고 한다"
이 사건의 시간표를 두 달 앞으로 되돌리면 음식점 사장의 입에서 이미 다른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난 2월 10일 오후 5시 9분. 정 씨는 김 지사 측 유 모 정무수석을 자신에게 연결해 준 지인과 통화를 한다. 정 씨는 통화에서 "송천동 시그니처라는 놈, 가가 이원택이 비서라며. 그쪽에서 시간 좀 내 달래"라고 말한다.
전주 송천동에 '시그니처' 호텔은 없다. 전주역 앞에 자리한 시그니처 호텔의 김 모 대표를 가리킨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 씨는 김 지사 측 정무수석과의 협상이 풀리지 않자 통화 상대방을 매개로 김관영 측을 우회 압박하던 시점이었다. "이원택 쪽에서도 나를 만나자고 한다"는 발언은 그 압박 카드로 등장한다.
녹취의 의미는 분명하다. 채널A 보도 두 달 전부터 음식점 사장의 머릿속에 이원택 후보 측 인사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 녹취만 빠뜨린 채 선관위·경찰에 제출
채널A 보도 이후 정 씨는 선관위와 경찰 조사를 차례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통화 녹취록 일부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2월 10일자 통화 녹취는 그 묶음에 들어 있지 않았다. 김 지사 측 정무수석과 주고받은 통화 녹취는 대부분 제출했다. 이원택 후보 측 인사 이름이 등장하는 단 한 건만 빠진 것이다.
전북경찰청 반부패수사대장은 뉴탐사 취재진에게 "우리가 보유한 기록은 선관위에서 받은 녹취록이다. 2월 10일자 녹취는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정 씨에게 휴대폰 임의제출을 요구했으나 정 씨가 거부한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수사대장은 "정 사장이 우리에게 녹취 파일을 제공하지 않았다. 선관위 조사에서 일부만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원택 개입 의혹을 검증할 수 있는 단서가 핀셋으로 제거된 모양새다.
이 작업을 사장 한 사람이 혼자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신에게 유리한 녹취와 불리한 녹취를 가려내려면 통화 파일을 한 건씩 들어 보며 분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조력이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따라붙는다.
뉴탐사는 이 녹취 파일을 입수한 제보자의 동의를 거쳐 18일 전북경찰청에 증거로 제출했다.
입을 바꾸는 사장, 침묵하는 호텔 대표, 모순된 조지훈
뉴탐사 취재진은 정 씨를 전주의 음식점에서 두 차례 만났다. 시그니처 호텔 김 대표와의 접촉 경위가 핵심 질문이었다.
첫 만남에서 정 씨는 "후배를 통해 시그니처 호텔 김 대표가 밥 한번 먹자고 연락이 왔다"고 답했다. 김 대표에 대해서는 "조지훈 전주시장 후보의 후원회장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만난 시기는 "최근, 4월쯤"이라고 했다. 채널A 보도 이후의 일이라는 취지였다.
두 번째 만남에서 취재진이 2월 10일 녹취의 존재를 알리자 정 씨의 답변은 흔들렸다. "그 통화에서 사장님은 '시그니처 호텔 그 사람이 이원택 비서실장이라며'라고 말씀하셨다"고 묻자, 정 씨는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즉시 짚어냈다. 정 씨는 녹취 통화 상대방에게 그 자리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내가 2월에 너랑 시그니처 얘기한 적 있냐, 녹취록 있다는데"라고 물었다. 상대방도 "기억 없다"고 답했다.
뉴탐사 취재진은 시그니처 호텔도 방문해 김 모 대표 면담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부재중이라고 안내됐다. 본부장을 통해 김 대표 휴대전화로 "2월경 정 모 사장과 만나자고 연락한 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일로 만나려고 했는지" 묻는 문자를 보냈다. 사흘이 지나도 답변은 오지 않았다.
본부장은 18일 통화에서 "대표님께 전달드렸다. 따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단순 친분 차원의 식사 자리였다면 해명이 어렵지 않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 침묵의 무게가 커진다.
조지훈 전주시장 후보의 캠프 사무실도 직접 방문했다. 조 후보는 시그니처 호텔 김 모 대표에 대해 "한국노총 김 대표, 옛 자원봉사센터 김 대표 정도만 안다. 호텔 대표는 모른다"고 답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알게 됐으나 선거법 위반 문제로 멀어졌다는 취지다.
정 모 씨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며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 씨의 부인이 와이즈맨, 여성라이온스 행사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은 구체적으로 기억해 냈다. "가게도 와이즈맨 행사 때 한두 번 가봤다"는 답변도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부인을 알고 부인의 가게도 가봤지만 남편은 모른다는 답이 성립하기는 어렵다.
조지훈 후보는 정청래 당대표와 가까운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안호영 의원이 입원했을 때 정 대표가 병문안 가는 사진에 조 후보가 함께 등장한다. 박지원 청년최고위원이 평당원 대표로 당선되는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인물이라고 전북 인사들은 전한다.
이원택 후보가 전북지사 경선에 출마하면서 비운 지역구를 박 최고위원이 공천받았다. 이원택, 조지훈, 박지원, 정청래로 이어지는 호남 라인의 윤곽이 어른거린다.
채널A는 누가 알려준 자리에 카메라를 댔나
남은 의문은 채널A의 취재 속도다.
채널A는 4월 1일 첫 보도에서 CCTV 영상만 내보낸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던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이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답한 인터뷰까지 함께 보도했다. 김 지사 측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채널A 기자는 제보 후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참석자 최소 6명에게 확인 전화를 돌렸다.
정 모 씨는 뉴탐사 인터뷰에서 "참석자가 누구인지 본인은 모른다. 본인이 채널A에 알려준 적도 없다. 채널A 기자가 그렇게 빨리 수소문하는 것을 보고 본인도 놀랐다"고 말했다.
정 씨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참석자 명단은 누가 채널A에 건넸나. 그날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는 음식점 사장보다 이원택 후보 측 청년 당원 진영이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정보다.
이원택 후보는 뉴탐사 취재에 "채널A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사건 자체를 몰랐다. 음식점 사장과 접촉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시그니처 호텔 김 모 대표에 대해서는 "그 김 대표는 가깝게 알지 못한다. 특보 명함을 갖고 다니는 사람일 수는 있겠으나 내가 알았다면 안다고 답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원택 후보 측의 진술은 선거 운동 과정의 공식 해명이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확인되면 그 자체가 선거법 위반으로 비화할 수 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던 사건이 다시 수사 선상에 올랐다. 김관영 지사의 입막음 시도뿐 아니라, 이원택 후보 측의 개입 가능성도 함께 수사의 무대로 올라와야 할 단서가 등장했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