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경찰, 박대용 기자 자택 현관문 부수고 강제 진입…영장 없는 사찰까지 드러나

한동훈 장관 자택 방문 취재한 더탐사 기자 4명 자택 동시 압수수색

경찰, 드릴로 현관문 구멍 내고 진입…기자 부인 혼자 맞서

영장에 없는 부인 휴대폰까지 가져가

영장 없이 기자 4명 아파트 CCTV·입주자 명부·차량 출입 기록 열람

넉 달 새 한 언론사에 14차례 압수수색

2022-12-26 21:00:00

2022년 12월 26일, 시민언론 더탐사 박대용 기자의 자택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사흘 전인 23일 강진구 기자 자택 압수수색에 이은 두 번째 타격이었다. 이날 경찰은 박대용 기자뿐 아니라 최영민 감독, 권지연 기자의 자택까지 동시에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경찰은 박대용 기자 자택의 현관문을 드릴로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영장에 명시되지 않은 기자 부인의 휴대폰까지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이 영장 없이 기자들의 아파트 CCTV, 입주자 명부, 차량 출입 기록을 사전에 열람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동훈 장관 초인종 두 번 눌렀다고 기자 집 문을 부쉈다


이번 압수수색의 발단은 2022년 11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탐사 기자 4명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방문해 취재를 시도했다. 한동훈 장관이 일방적으로 자기 입장만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자,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기자들은 자택 초인종을 누르고 취재를 요청했다. 이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한동훈 장관 측은 이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12월 2일 고발장이 접수됐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판사가 영장을 발부했다. 초인종을 두 번 누른 취재 행위가 경찰 10여 명이 기자의 자택 현관문을 부수는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판사는 한동훈 장관 측이 신청한 스토킹 잠정 조치를 기각하면서 "한동훈 장관은 고위공직자로서 언론의 비판과 감시 대상"이라며 "스토킹 방지법의 입법 취지를 악용하는 것 같다"고 제동을 건 바 있다.


드릴로 문 뚫고 10여 명이 진입


26일 오전, 경찰은 박대용 기자 자택에 도착해 초인종을 반복적으로 눌렀다. 박대용 기자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기도 했다. 박대용 기자는 출근해서 회사에 있었다. 집에는 부인과 딸만 있었다. 부인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약 2시간 동안 대치가 이어졌다.


경찰은 결국 업체를 불러 드릴로 현관문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경찰관 1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고, 문 개방 업체 직원까지 동원됐다. 박대용 기자는 회사에서 이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부인과 딸 두 명만 있는 집에 경찰관 10여 명이 외부 업체까지 동원해 쇠로 된 현관문을 뜯어내는 장면이었다.


강진구 기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제가 이제 라이브로 보고 있었다. 1시간 가까이 떨어진 거리인데 바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박대용 기자도 "드릴로 문을 뜯고 있을 때, 안쪽에 연약한 여성 두 명만 있는 곳에 저렇게 경찰관 10여 명이 외부 업체까지 동원해 쇠철물을 뜯어내는 건 폭력"이라고 했다.


문이 열리자 박대용 기자의 부인이 뛰어나와 경찰을 향해 항의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여기가 어디라고 오세요. 오늘 초인종 몇 번 누르셨어요? 제 이름 몇 번 부르셨어요? 이거 스토킹 아닙니까?" "한동훈 장관 논리대로 하면 이게 스토킹 아닙니까?" "경찰로서 말 좀 해보세요. 나라가 이 모양인 거,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이 이런 식으로 되는 거 좋으세요?" 박대용 기자의 부인은 경찰에 이렇게 쏘아붙였다.


영장에 없는 부인 휴대폰 가져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은 영장에 명시된 박대용 기자의 휴대폰 외에 부인의 휴대폰까지 가져가려 했다. 더탐사와 협력하는 허재현 기자가 현장에 도착해 이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따졌다. "영장이 제시되지 않은 박대용 기자 부인의 휴대폰을 갖고 가는 게 맞습니까?"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인정하십니까?"


허재현 기자는 박대용 기자 부인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음에도 경찰이 출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직계 가족이나 직원 등 관계인이 확인되면, 압수수색 당하는 분이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올 수 있다"며 "이분들이 무작정 공무집행 방해라고 했다"고 했다. 경찰은 현장 취재와 촬영도 지속적으로 방해했다. 경찰관들이 카메라 앞에 서서 병풍을 치듯 시야를 가렸다.


강진구 기자 자택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찰은 강진구 기자의 휴대폰 외에 집에 있던 오래된 휴대폰 4대와 유심 2개를 추가로 가져갔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이미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들이었다. 경찰은 나중에 강진구 기자에게 패턴 잠금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강진구 기자는 "내 것인지도 모르는 휴대폰"이라며 거부했다.


최영민 감독 자택에도 경찰이 들어갔다. 최영민 감독은 집에 편찮은 어르신이 계셨기 때문에 경찰에 "조용히 해라"고 요구했다. 최영민 감독은 "어차피 휴대폰이 집에 없었다"며 "이전에 사무실 압수수색 때 못 가져갔으니 이번에 가져가야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해 최영민 감독이 전날 밤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스스로 밝혔다.


영장 없이 기자 사찰…CCTV·차량 기록 열람


이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과 별도로, 영장 없이 기자들의 아파트에서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왔다는 것이다.


강진구 기자가 이날 자신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서울경찰청은 12월 한 달 동안 15일, 22일, 23일 세 차례에 걸쳐 아파트를 방문했다. 경찰은 수사 협조 공문을 들고 와서 아파트 내외부 CCTV 영상, 입주자 명부, 차량 등록 현황, 등록된 전화번호, 차량 입출차 내역을 모두 열람했다. 박대용 기자, 최영민 감독, 권지연 기자의 아파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정보가 수집됐다.


입주자 명부에는 가족 구성원 정보가 담겨 있다. 차량 입출차 기록에는 기자들이 몇 시에 출근하고 몇 시에 퇴근하는지, 언제 외출했는지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엘리베이터 CCTV까지 열람해 기자들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무엇을 들고 다녔는지까지 확인했다. 경찰은 기자 본인의 차량뿐 아니라 배우자가 운행하는 차량까지 확인 대상에 포함시켰다. 강진구 기자는 "한동훈 주거 침입 사건과 전혀 무관한 아내의 차량까지 사찰 대상이 됐다"고 했다.


이 같은 정보 수집은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된 내용이 아니었다. 경찰이 판사의 영장 심사 없이, 수사 협조 공문 하나로 기자들의 일상을 들여다본 것이다. 관리사무소는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강진구 기자는 경찰이 전날 밤 CCTV를 봤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으면 사찰 사실 자체를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더탐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세 차례 CCTV 열람이 이뤄졌다.


강진구 기자는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부터 주변을 살피게 되는 두려움 속에 지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사에 대한 사찰은 군사정부 때나 90년대 초반까지 있던 얘기인데, 기자들에 대한 집단적인 사찰을 해왔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영장에는 가지도 않은 장소가 적혀 있었다


압수수색 영장의 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권지연 기자의 영장에는 한동훈 장관 자택 방문 외에 다른 장소에 대한 범죄 사실도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권지연 기자는 해당 장소에 간 적이 없었다. 가지도 않은 곳의 범죄 사실이 영장에 포함된 것이다. 강진구 기자는 "판사가 오인하게 만든 것"이라며 "범죄 사실 자체가 권지연 기자와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영장의 범죄 사실 기재에도 모순이 있었다. 같은 페이지 안에 '도어락 해제 시도'와 '도어락을 조작하여'라는 서로 다른 표현이 함께 적혀 있었다. '시도'와 '조작'은 전혀 다른 의미다. 두 가지 다른 행동을 한 것처럼 읽힐 수 있는 표현이었다. 강진구 기자는 "경찰 조사 때도 도어락 건은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는데, 영장 청구서에는 버젓이 적어놨다"고 했다.


영장을 청구한 검사는 정수정 검사였고, 발부한 판사는 김세용 판사였다. 강진구 기자는 "검사가 써 놓은 대로 그냥 내줄 거면 판사가 왜 필요한가"라며 "영장 실질 심사에서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은 기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넉 달 새 14차례 압수수색


12월 한 달만 놓고 봐도 압수수색이 3차례 있었다. 12월 중 압수수색 영장의 유효기간을 합산하면 31일 중 24일이었다. 한 달 내내 압수수색 상태였던 셈이다. 영장 유효기간이 2023년 1월 6일까지 남아 있어, 연초에도 추가 압수수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날 압수수색까지 포함하면 더탐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넉 달 사이 총 14차례에 달했다. 한 개 언론사에 이 정도 횟수의 압수수색이 집행된 것은 이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11월 29일 더탐사에 대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더탐사가 한동훈 장관 자택을 방문 취재한 직후였다. 강진구 기자는 "대통령이 원하시는 고통을 충분히 느꼈다"면서도 "그렇다고 취재를 멈추지는 않겠다"고 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이날 사설에서 "무려 3차례에 걸쳐 탐사 대표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라며 "더욱 문제인 것은 우리 언론 역시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에 빨간불이 감지됐는데도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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