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탐사
코스피 18% 폭등 이유, 160억달러 매물 공포가 걷혔다
오픈AI 출신 AI헤지펀드가 빚으로 산 주식, 시장에 쏟아지기 전 시타델로 넘어갔다
코스피 17.91% 폭등, 사상 최대 상승률
오픈AI 출신 AI헤지펀드, 빚으로 산 주식 160억달러 시타델에 매각
주식이 아니라 급히 팔 사람이 사라진 반등…SK하이닉스 보유량은 미공개
코스피가 31일 6595.45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1001.89포인트, 17.91% 올랐다. 코스닥도 719.76으로 11.63% 상승했다. 사흘 동안 빠진 1162포인트 가운데 약 86%를 하루에 되돌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26.81% 오른 26만25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29.95% 오른 171만80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17년 만이다.
전날까지 시장을 지배하던 공포가 하루 만에 뒤집힌 이유를 두고 국내에서는 미국 빅테크 실적이 주로 거론됐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는 다른 사건 하나가 함께 지목됐다. 빚을 내 주식을 사 모았던 한 AI 전문 헤지펀드가 그 주식을 통째로 시타델에 넘긴 일이다.
31일 정규시장에서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 7조21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1조1783억원을 샀고 개인은 8조2543억원을 팔았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까지 합치면 외국인 순매수는 8조8043억원으로 늘어난다. 개인은 10조원 넘게 팔았다. 외국인 순매수와 개인 순매도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인 매수는 두 종목에 몰렸다. SK하이닉스를 약 3조6060억원, 삼성전자를 약 2조1168억원 사들였다. 외국인 전체 순매수의 79%가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된 셈이다.
직전 한 달은 정반대였다. 7월 1일부터 29일까지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1조2034억원, 삼성전자를 8조2473억원 순매도했다. 한 달 내내 20조원 가까이 팔던 쪽이 하루 만에 5조7000억원어치를 되사들인 것이다.

낮에 팔고 밤에 되샀다
선물 시장은 반대였다. 뉴탐사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정규장과 야간장으로 나눠 뽑아봤다. 외국인은 정규장에서 코스피200 선물을 5380억20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현물은 사면서 선물은 팔았다.
밤에는 다시 뒤집혔다. 야간시장에서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4632억100만원어치 사들였다. 낮에 판 물량 대부분을 그날 밤 되산 것이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들어온 매수라면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공매도를 되갚느라 급히 사들인 물량, 현물과 선물의 값 차이를 노린 거래, 원래 걸어둔 파생상품을 정리하는 과정이 섞였다고 봐야 한다.
공매도 규모도 작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2조5441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3.16%였다. 지수가 18% 오른 날에도 주가 하락에 거는 거래가 2조원 넘게 이뤄진 것이다.
미국에서 넘어온 불씨, 반도체주와 환율
직접적인 불씨는 전날 미국 시장이었다. 30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8.19% 급등했다. 마이크론이 18.36%, 샌디스크가 25.99%, AMD가 13.00%, 인텔이 11.30% 올랐다. 7월 10일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도 17.52% 올라 공모가인 149달러를 회복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실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서비스에서 수익이 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고, 아마존은 클라우드 부문에서 예상을 웃도는 성장을 내놨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되살아났다.
미국에서 넘어온 재료는 하나 더 있었다. 환율이다.
30일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표결은 9대 3이었다. 같은 날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연율 1.5%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인 2.1%를 밑돌았다. 달러가 약해지자 원화가 강해졌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13.4원 내린 1424.0원에 마감했다. 30일에도 9.3원이 내려 1437.4원이었다. 주가가 빠지던 날에 환율은 이미 내리고 있었다.
외국인에게 환율은 수익률의 일부다. 7월 1일 환율은 1554.9원이었다. 한 달 사이 130원 넘게 내렸다. 한국 주식은 들고만 있어도 환손실이 쌓이는 자산이었고, 이것이 외국인 매도의 배경으로 꼽혔다. 그 조건이 한 달 만에 뒤집혔다.
다만 순서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려면 원화부터 사야 하니 매수가 환율을 끌어내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30일에도 환율은 9.3원 내렸고 그날 주가는 빠졌다. 환율 하락이 주식 매수보다 먼저 시작된 셈이다.
원화를 밀어 올린 요인으로 SK하이닉스도 거론된다. 이 회사가 미국 ADR 공모로 조달한 265억달러 가운데 일부를 원화로 바꾸면서 달러 공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석은 갈린다. 조달 자금은 투자 집행에 시간이 걸려 서둘러 환전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환전 규모와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현지에서는 실적과 환율 말고 다른 사건 하나가 더 지목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헤지펀드 운용자 두 명의 말을 빌려, 한 펀드의 대규모 주식 매각이 끝난 것이 기술주 반등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매체는 별도 기사에서 이 소식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코스피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다만 두 사람은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 시장을 지켜본 쪽이다. 이들의 평가를 거래 데이터로 확인한 보도는 아직 없다.
6개월 439% 수익 뒤 한 달 67% 손실
펀드 이름은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다. 설립자는 오픈AI 연구원 출신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4년 9월 문을 연 AI 전문 주식 투자사다. 아셴브레너는 2023년 오픈AI의 슈퍼얼라인먼트 팀에 합류했다. 강력한 AI를 사람이 통제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던 조직이다. 그는 2024년 4월 정보 유출 의혹으로 해고됐다. 본인은 중국의 산업스파이 위험을 경고한 사내 보안 메모가 실제 해고 이유였다고 주장한다. 해고 한 달 뒤 이 팀은 해체됐다. 아셴브레너는 그해 AI 발전 전망을 담은 같은 이름의 보고서를 내면서 이름을 알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펀드는 한때 약 200억달러를 굴렸다.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수익률은 439%였다. 그러다 7월 들어 AI 관련 종목이 무너지면서 한 달 만에 약 67%를 잃었다. 연초 100이던 돈이 6월 말 539가 됐다가 7월에 178로 줄어든 셈이다. 한 달 손실은 컸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78% 높은 수준이다.
이 거래를 처음 전한 곳은 로이터다. 한국시각 31일 새벽 보도였다. 이 펀드가 약 160억달러 규모의 상장주식을 대부분 시타델에 넘겼다는 내용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등 증권사들이 거래에 참여했다. 시타델이 넘겨받은 것은 이 펀드가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사들인 주식 부분이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 모두 거래 사정을 아는 소식통을 근거로 삼았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와 시타델 어느 쪽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계약 규모와 조건을 담은 문서가 공개된 것도 아니다.
이 거래를 파산이나 청산으로 옮긴 국내 보도가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넘긴 것은 빚으로 산 주식이다. 투자자가 맡긴 돈으로 사들인 자산과 앤스로픽 비상장 지분 약 50억달러는 그대로 남았다. 로이터는 거래 뒤 펀드에 약 100억달러 규모 자산이 남은 것으로 전했다. 펀드는 계속 운용된다.
마진콜, 즉 담보 부족에 따른 추가 증거금 요구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매체마다 표현이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출기관의 마진콜을 메우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자금 압박을 받은 것은 맞지만 거래 전에 실제 마진콜을 받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펀드는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샀다.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는 담보를 더 채우라고 요구한다.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그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판다. 그렇게 쏟아질 예정이던 물량이 160억달러였다.
시타델은 이 주식을 장외에서 한꺼번에 사들였다. 매도 주문이 호가창에 뜨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시타델은 빚을 갚기 위해 급히 팔아야 할 처지가 아니다. 주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급하게 팔 사람이 사라졌다. 이 거래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아니다. 다만 더 떨어질 걱정 하나를 없앴고, 그 안도감이 이미 오르던 시장을 더 밀어 올렸다.
공시에 드러난 실체는 반도체 하락 쪽
7월 AI 주가 급락으로 무너졌다는 결과만 놓고 보면 이 펀드는 AI 상승에 전부를 걸었다가 당한 것처럼 읽힌다. 그런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뉴탐사가 이 공시의 42개 항목을 하나씩 갈라 계산했다. 3월 31일 기준 신고 규모는 136억7666만달러다. 이 가운데 실제 주식은 38억5577만달러로 28.2%였다. 나머지 대부분은 옵션이었다. 풋옵션 관련 신고액이 84억5906만달러였다. 전체의 61.9%다. 콜옵션은 13억6183만달러로 10.0%였다.

풋옵션은 주가가 떨어질 때 이익을 보는 계약이다. 신고액이 큰 종목을 보면 성격이 드러난다. 반에크 반도체 상장지수펀드가 20억4272만달러, 엔비디아가 15억6826만달러, 오라클이 10억7287만달러, 브로드컴이 10억625만달러다. AMD, 마이크론, TSMC, ASML도 들어 있다.

반대로 실제 주식으로 들고 있던 종목은 블룸에너지, 샌디스크, 코어위브, IREN, 코어사이언티픽, 어플라이드디지털이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을 대는 회사들이다.
공시에는 라이엇플랫폼스, 클린스파크, 비트팜스, 비트디어, 하이브디지털도 들어 있다. 원래 비트코인을 캐던 업체들이다. 전기를 대량으로 끌어 쓰는 설비를 이미 갖췄다는 이유로 채굴장을 AI 데이터센터로 바꾸고 있다. 이 펀드가 주식으로 사들인 것은 AI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AI가 돌아갈 자리를 대는 회사들이었다.
이 펀드는 AI 인프라를 떠받치는 중소형 기업에 주식으로 투자했다. 반면 이미 많이 오른 대형 반도체 기업과 반도체 지수에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이 나는 계약을 걸어놨다. 여기 적힌 금액은 옵션이 걸린 주식의 값이다. 옵션을 사는 데 쓴 돈이 아니다. 그래도 반도체 상승에 전부를 걸었다가 무너진 펀드라는 설명은 공시와 맞지 않는다.
확인된 건 공모 참여 의향뿐
이 펀드와 SK하이닉스 사이에는 확인된 연결고리가 하나 있다. 7월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ADR을 발행할 때 베일리기포드, 코튜매니지먼트와 함께 이 펀드가 최대 70억달러까지 사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SEC에 제출된 최종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관심 표명이었다. 세 곳이 각각 얼마를 배정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갈라야 한다. 확인된 것은 이 펀드가 SK하이닉스 ADR 공모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점뿐이다. 실제 배정 물량, 7월 폭락 과정에서의 매도 여부, 시타델에 넘어간 포트폴리오에 SK하이닉스가 들어 있었는지는 전부 미확인이다.
1분기 공시에 SK하이닉스가 없는 것도 근거가 되지 못한다. ADR이 7월에 상장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공시에는 한국에 상장된 보통주, 스왑 같은 일부 파생상품, 공매도 포지션이 아예 표시되지 않는다. 없다는 사실이 보유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다.
이 펀드가 실제로 SK하이닉스 ADR을 들고 있었는지는 9월 30일 기준 공시가 나오는 11월 중순에야 일부 확인이 가능하다. SEC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에서 누구나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다만 그때도 한국 상장 보통주와 스왑은 잡히지 않는다.
국내 데이터는 지금도 볼 수 있다. 31일 개인은 10조원 넘게 팔았고 그 물량을 외국인이 받았다. 반등이 이어질지는 다음 거래일부터 외국인 순매수가 계속되는지를 보면 된다. 코스피200 선물에서도 매수로 돌아서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현물만 사고 선물은 파는 흐름이 계속되면 방향성 매수로 보기 어렵다. 한국거래소 공매도종합포털에서 공개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 추이,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하는 신용융자 잔고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실적이 아니라 빚이 움직인 시장
삼성전자는 7월 30일 2분기 확정 실적을 내놨다.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이다. 직전 분기보다 각각 28%, 56% 늘었다. 그런데 그날 코스피는 1.23% 내렸다. 그리고 다음날 18% 올랐다. 31일 반등에 새로 더해진 호재는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실적은 AI 투자가 이어진다는 확인이었지 새로운 성장 재료가 아니었다. 국내에서 발표되거나 시행된 정책도 없었다.
실적은 사상 최대인데 지수는 사흘 만에 1162포인트 빠졌다. 그러다 하루 만에 1001포인트를 되돌렸다. 이 시장은 기업 가치가 아니라 빚으로 움직였다. 마진콜을 맞은 쪽은 주가 전망과 무관하게 팔아야 한다. 환헤지를 걸어둔 쪽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실적이 좋아도 주가는 빠졌고, 실적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주가는 올랐다.
31일 걷힌 것도 심리가 아니다. 강제로 팔아야 할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시타델은 빚을 갚기 위해 급히 처분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 회사가 언제 얼마를 팔지는 아무도 모른다. 160억달러어치 AI 주식이 한 곳에 모였을 뿐 시장에서 없어진 것은 아니다.
누가 무엇을 얼마나 들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미국 공시 제도는 외국에 상장된 주식과 스왑, 공매도를 보고 대상에서 빼놓고 있다. 한국 제도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별 실제 보유 내역은 시장에 드러나지 않는다. 한 펀드의 자금 사정이 한국 증시 사상 최대 상승률과 같은 날 겹쳤다. 그 인과관계를 국내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
8월 이후 변수는 세 갈래다. 시타델이 넘겨받은 물량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미국 AI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유지되는지, 원달러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다. 여기에 국내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를 두고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규제안이다. 이 상품이 이번 폭락과 폭등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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