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신안 박우량 '정원수협동조합' 2년간 600억, 측근·친인척이 독식했다
뉴탐사, 신안군 내부 문서·전자공시 단독 추적…조합부터 납품 업체까지 '패밀리 비즈니스'
조합 이사장은 전 신안군청 국장, 감사는 박 전 군수 6촌
직원에는 전직 수행원·운전기사, 실무 총괄은 박 전 캠프 출신
친동생 측근 법인에 75억, 사돈 의혹 제주 업체에 133억
'군수님 지시' 공문과 쪼개기 수의계약…현장엔 버려진 묘목
박우량 전 신안군수가 군수 재직 시절 도입한 '신안군 정원수 사회적협동조합'의 실체가 박 전 군수의 측근과 친인척, 전직 수행원으로 채워진 '패밀리 비즈니스' 구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합은 2년간 신안군 예산 약 600억원을 사실상 독점 수주했다. 조합 바깥에서 신안군과 거래한 주요 업체들도 박 전 군수의 친동생 측근, 사돈 의혹 인물과 연결돼 있었다. 뉴탐사가 신안군 내부 문서와 전자공시 자료를 입수해 교차 확인한 결과다.
조합 열면 나오는 이름들, 박 전 군수 6촌에 전 운전기사까지
정원수 사회적협동조합의 인적 구성을 뜯어보면 신안군 군정의 연장선이다. 이사장 박모씨는 신안군청 건설산업국장을 지낸 녹지직 퇴직 공무원이다. 초대 이사장도 신안군 농업기술센터 소장 출신이었다. 박모 이사는 최미숙 전남도의원의 남편이자 박 전 군수 집안 사람으로 알려졌다. 김모 감사는 박 전 군수의 6촌 친척이다. 삼성전자 신안대리점을 배우자 명의로 운영하며 군청에 전자제품을 독점 납품해왔다. 김 감사의 형은 신안군청 녹지직 7급 공무원, 형수는 신안군청 공무직으로 재직 중이다. 김 감사는 현재 박 전 군수의 신안군수 재도전 캠프에서 수행을 맡고 있다.
조합 직원 명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모씨는 박 전 군수의 전 운전기사 출신이다. 구모 과장은 신안군 녹지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조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모 팀장은 현직 신안군 녹지직 공무원이다. 조합 실무를 총괄하는 장모 팀장은 박 전 군수 선거 캠프에서 일하다 임기제 녹지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인물이다. 녹지직 시험에는 떨어진 뒤 임기제로 공직에 들어왔다. 민간 조합이라면서도 현직 신안군 공무원이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구조다.
뉴탐사는 장 팀장에게 사업 설계와 업체 선정 과정, 검수 구조, 특정 직원의 초고속 승진과 제주 특급호텔 접대 의혹에 관한 질의서를 문자로 전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군수님 지시' 공문과 4천만원으로 쪼갠 수의계약 500건
조합의 회계 기반은 박 전 군수의 지시 한 줄에서 출발했다. 뉴탐사가 입수한 신안군 공문은 2024년 3월 13일자 '정원수협동조합 묘목 구입 집행계획 시행 협조 요청'이다. 문서 첫 줄 '관련' 근거란에는 "군수님 지시 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박 전 군수가 대법원에서 군수직 상실형이 확정되기 1년 전이다. 공문은 본청 정원살림총괄과에 40%, 각 읍면에 30%, 정원관리사업소에 30%의 구매 비율을 못 박았다. 총 구매 수량은 145만 그루. 실제 집행된 수량은 약 200만 그루로 이를 넘어섰다.

문제는 발주 방식이다. 공문에 첨부된 집행계획표를 보면, 팔금면 생활정원 조성 사업에서 매자나무 약 1만3천 그루를 본청, 센터, 면, 정원관리사업소가 각각 4400만~4500만원씩 나눠 계약했다. 도초면 감탕나무 구매 사업도 같은 방식이다. 한 개의 사업을 네 곳으로 쪼갠 뒤 합치면 1억6천만원 안팎이 된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상 사회적협동조합과의 수의계약은 5천만원 이하에서만 가능한 점을 이용하여. 사회적협동조합의 묘목을 구입하기 위한 분할 발주로 보인다. 분할 뒤 개별 계약은 모두 한도 아래로 떨어지지만, 분할계약 자체가 지방계약법이 금지하는 방식이다.
지방회계법상 계약 결정 권한을 가진 읍면·사업소 재무관의 권한을 상급 부서가 가로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업에서는 본청 정원살림총괄과가 각 기관의 집행 비율과 수량, 금액, 수종까지 지정해 내려보냈다. 신안군 정원살림총괄과 담당 과장은 뉴탐사 취재에 "처음 시도한 방식이라 직원들이 익숙하지 않아 실행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뉴탐사가 확보한 지출결의 자료에는 2024년 4월 30일 계약, 6월 18일 4500만원 지급 등 공문 계획대로 집행된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렇게 쪼갠 수의계약은 추산만으로도 500건이 넘는다. 뉴탐사가 확인한 공시자료 합산 결과, 정원수협동조합이 신안군으로부터 수주한 묘목 구입비는 2024년 약 250억원, 2025년 약 346억원이다. 2년간 합계는 약 600억원이다. 공시에 누락된 건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친동생 측근 법인 75억, 사돈 의혹 제주 업체 133억
조합 바깥으로 눈을 돌려도 낯익은 이름이 반복된다. 법인 등기부를 추적하자 '달빛토건'과 '주진건설'은 상호만 다른 동일 법인으로 확인됐다. 2022년 달빛토건이 주진건설로 이름을 바꿨다. 이 회사의 이사 박모씨(63년생)는 박 전 군수의 친동생 박우득씨가 2023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건설사 '한중토건'에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뉴탐사가 공시를 확인한 결과 달빛토건은 2019~2021년 84건 약 32억원, 주진건설은 2022~2024년 113건 약 43억원의 신안군 수의계약을 받았다. 합하면 6년간 75억원이다.
제주 서귀포시에 주소를 둔 '꿈에그린'과 '그린조경'은 같은 대표가 운영한다. 꿈에그린 대표이사는 문모씨, 이사는 그의 배우자 한모씨다. 두 업체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신안군에 수목을 납품하며 따낸 수의계약은 약 23억원이다. 여기에 '기증수목 사례금'이 얹혔다. 신안군 나무은행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따르면 기증수목 사례금은 감정가의 20% 이내에서만 지급할 수 있다. 그런데 2023년 3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3년간 한 이사에게 67억원, 배우자 문 대표에게 43억원이 지급됐다. 부부 합계 110억원이다. 역산하면 이 부부가 3년간 550억원어치의 나무를 신안군에 기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뉴탐사가 꿈에그린 한 이사와 통화에서, 신안군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한 이사는 두 차례 모두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꿈에그린의 등기부상 주소지는 서귀포시의 한 5층 건물이다. 뉴탐사의 제주 시민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건물에는 빵집, PC방, 스포츠센터 등이 입주해 있을 뿐 꿈에그린 사무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등기상 소재지인 5층은 대표 부부의 살림집이다. 건물 자체도 부부가 공유로 소유하고 있다. 전국 114 안내 전화에도 꿈에그린과 그린조경은 등록돼 있지 않다. 조경업체의 기본인 농장도 찾을 수 없었다.
심을 곳 없어 대나무밭·톤마대에 버려진 묘목
결과는 현장에 고스란히 남았다. 지도읍 일대에는 차로 20분을 달려도 끝나지 않는 묘목 행렬이 이어졌다. 논을 성토해 나무를 심은 구간, 비포장 도로 옆 공터까지 모두 식재 대상이었다. 임자면 수도의 '홍매화 섬'에는 한 구덩이에 세 그루씩 홍매화가 묶여 심겼다. 위와 옆으로 크게 자라는 홍매화는 단독 식재가 원칙이다.

2025년 12월 29일 도초면의 한 사유지 대나무밭에서는 화분에서 꺼낸 묘목 수백 주가 흙과 함께 둔덕에 쌓여 방치됐다. 2026년 1월 13일 같은 현장을 다시 찾은 제보자는 톤마대 18포에 묘목이 매립된 장면을 확인했다. 빈 화분을 가득 실은 트럭이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1월 29일에는 12월에 방치됐던 묘목이 누렇게 말라 고사한 상태였다. 뉴탐사가 신안군 산림조합 관계자에게 확인하자 "풍랑주의보로 섬에 들어갈 수 없어 보관 중이었고 2월 말에 다시 심었다"고 해명했다.
감금당한 취재진과 박 전 군수의 현 위치
추궁이 시작되자 조합의 반응은 거칠었다. 정원수협동조합을 방문한 뉴탐사 취재진에게 기자의 촬영을 문제 삼은 직원 한모씨가 경찰에 신고하고 사무실 문을 걸어 잠갔다. 취재진이 감금 상태에서 맞신고를 하고 "23년도 200억 수주를 받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쟁점을 꺼내 들자 문이 풀렸다.
박 전 군수는 2023년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확정 판결로 군수직을 상실했다가 2025년 사면된 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특보로 임명됐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안군수 예비후보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
뉴탐사는 본 보도 중 다음 사실관계를 바로잡습니다.
당초 보도에서 뉴탐사는 제주 서귀포에 소재한 업체 '꿈에그린'의 한모 이사가 박우량 전 신안군수의 전 운전기사인 한모씨의 부친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확인 결과 두 한모씨는 동명이인이며, 꿈에그린 한 이사의 아들과 본 보도에서 적시한 박 전 군수 측 한모씨는 서로 무관한 별개의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꿈에그린 한 이사 및 그 일가가 박우량 전 군수 본인이나 그의 측근, 친인척에 해당한다고 볼 사실관계는 본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당초 보도는 취재 기자가 한 이사와의 두 차례 통화에서 두 사람의 성씨가 같다는 정황을 근거로 부친 여부를 거듭 확인했고, 한 이사가 이를 긍정하는 취지로 답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다만 한 이사 측이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는 응하지 않아 보다 명확한 확인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보도가 이루어졌습니다. 동성동명의 가능성을 별도의 객관적 자료로 추가 검증하지 않은 점, 인물 특정 보도에 요구되는 교차 검증의 기준을 충분히 지키지 못한 점을 뉴탐사는 책임감 있게 받아들입니다.
이번 보도로 꿈에그린 한모 이사와 그 가족 등 본 보도 내용과 무관함에도 거론된 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해당 내용은 본 안내 게재와 동시에 본 기사 본문에서도 수정 처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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