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박희승 측근, 상무위원 110명에 비례 지지 문자… 김한종 장성군수는 70만원 살포
호남 6·3 지방선거 경선판, 국회의원 측근과 단체장이 동시에 흔들어
경선 하루 전 농민수당 일제 지급, 군 정책회의에는 안건조차 없어
박희승 의원 전 보좌관·선임비서관, 4개 시군 비례 후보 콕 집어 호명
대의원제 폐지하고 들어선 '1인 200표' 상무위원 표 가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더불어민주당 경선판에서 노골적인 개입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박희승 의원(남원·임실·순창·장수)의 직전 지역구 보좌관과 현 선임비서관이 지역구네 개 시군 상무위원 110여 명에게 특정 비례대표 후보 지지를 요청하는 문자를 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경선 하루 전날 농민수당 70만원을 군 예산으로 일제 살포한 정황이 포착됐다. 두 사건 모두 호남 토착 카르텔과 국회의원·단체장의 결합이 어떻게 경선 결과를 좌우하는지를 보여준다.
경선 하루 전 70만원, 군수가 "내가 준다"
장성군이 4월 17일자 공문으로 정한 농어민수당 지급 일정은 4월 23일부터 5월 14일까지 3주간 분산 지급이었다. 그러나 실제 지급은 민주당 장성군수 경선 직전인 4월 23일과 24일 이틀에 집중됐다. 경선 일정은 4월 24일부터 25일. 경선 첫날 새벽 농민 통장에 돈이 꽂힌 셈이다.
지급 직전 김 군수는 관내 마을 곳곳을 돌며 직접 입을 열었다. 한 농민회 회장은 통화에서 "군수가 부두에 올라와서 원래 60만원인데 10만원 더 얹어서 70만원 준다고, 23일부터 준다고 그렇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농민은 "운면에 돌아다니면서 벌써 그러고 사람들이 다 알더라"고 말했다.
문제는 살포된 돈이 김 군수의 자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성군 1년 예산은 9,000억원 안팎. 김 군수의 결정으로 70만원이 사실상 일제히 풀렸다. 그런데 4월 14일 장성군 정책회의 자료에는 농민수당 조기 지급 안건이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군 내부의 공식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급 시점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앞당겨졌다는 뜻이다.
김 군수는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윤상현 축하영상 띄운 민주당 출판기념회
김 군수가 민주당 후보로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10일 김 군수의 출판기념회 '장성론' 행사장에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축하영상이 걸렸다. 윤 의원은 영상에서 "장성을 위한 일이라면 여기저기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정말 장성을 위한 참된 일꾼"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박수가 터졌다.
윤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런 인물의 축하 영상을 민주당 군수의 출판기념회에 띄우고 박수를 받는 풍경은 일반적이지 않다.
김 군수의 정치 행보는 이 한 장면에 그치지 않는다.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그는 전남도의회 의장 자격으로 이낙연 전 총리 공개 지지를 주도했다. 2023년 9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던 시점에는 장성 지역 강연회에 이 전 총리를 연사로 초청했다. 페이스북에서는 "재명아 감옥 가자"는 보수단체 집회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함께 공유한 친구는 935명에 달한다.
허위 공약 논란도 잇따랐다. 김 군수가 최근 군민에게 보낸 문자에는 임기 성과로 "AI백 산단 유치"가 적혀 있다. 그러나 장성군 담당 공무원은 통화에서 "산 특별법이 아직 개정되지 않았고 다른 지자체와 경쟁해야 한다. 위치한 것이 아니다"라며 "주민들 입장에서는 오해가 생긴다"고 인정했다. 군수가 직접 보낸 문자가 사실관계와 다르다는 점을 군 공무원이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박희승 의원 측근, 상무위원에 "이분 찍어달라" 문자
박희승 의원 지역구에서는 더 조직적인 개입 정황이 잡혔다. 4월 임실군수 경선과 비례대표 경선을 앞두고, 박 의원의 직전 지역구 보좌관 최형규씨와 현 선임비서관 김형진씨가 4개 시군 상무위원 110여 명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는 단도직입적이었다. "비례 투표 꼭 부탁드립니다. 상무위원님들. 남원 ○○○, 장수 ○○○, 임실 ○○○ 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4개 시군의 비례대표 후보 한 명씩을 콕 집어 호명한 문자다.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두 표 차이로 낙선한 한 인사는 통화에서 "박 의원 바로 밑에 있는 연락소장이 임실은 누구, 순창은 누구, 장수는 누구 해서 카톡과 문자로 상무위원들에게 싹 돌렸다"며 "공정해야 하는 경선이 공정하지 못하지 않냐"고 말했다.
뉴탐사 취재진과 직접 통화한 최씨는 "친한 몇 명에게만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 통화에서 "전화를 걸어 특별히 마음에 두신 후보가 없으면, 이분이 정말 오랫동안 고생하신 분들이니 잘 좀 부탁드린다고 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110명 전원에게 통화로 성향을 파악한 뒤 의향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발송한 정황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또 다른 측근인 김형진 선임비서관은 단순 보좌진이 아니다. 그는 전북도당 공천관리심사위원을 겸하고 있다. 공천 심사 권한을 가진 인물이 직접 상무위원을 접촉해 특정 후보 지지를 요청한 셈이다. 김씨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한 문자에는 답이 없었다. 박 의원에게 보낸 사실 확인 문자, 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에게 보낸 문자에도 응답이 오지 않았다.
1인 1표 폐지하고 들어선 1인 200표
박 의원 측근의 개입이 결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배경에는 민주당 비례대표 경선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이 있다. 경선 방식은 권리당원 50%에 상무위원 50%를 합산하는 구조다.
박 의원 지역구네 개 시군의 권리당원은 약 2만명, 상무위원은 약 110명이다. 50대 50으로 표를 합산하면 상무위원 한 사람의 표가 권리당원 200명의 표와 같아진다. 산술적으로 '1인 200표' 제도가 작동한다.
여기에 더해 상무위원들은 자기 시군을 넘어 다른 시군의 비례대표까지 함께 투표한다. 임실 후보의 당락을 임실 권리당원만이 아니라 남원·순창·장수 상무위원이 함께 결정하는 방식이다. 4개 시군 전체를 관할하는 지역구 의원, 즉 박희승 의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북도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무위원 50% 반영은 중앙당 지침"이라며 "상무위원 한 표가 권리당원 200표에 해당된다는 1인 1표 위배 문제 제기는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도당 차원에서도 이 구조의 모순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셈이다.
대의원 한 명에게 17표가량의 가중치를 줬던 대의원제는 폐지됐다. 그러나 그 자리에 1인 200표 상무위원제가 들어섰다. 누가 권리당원 다수의 마음을 얻느냐가 아니라, 누가 상무위원 100여 명을 장악하느냐로 비례대표가 결정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정청래 지도부의 침묵
호남 경선 곳곳에서 의혹이 터지고 있지만 정청래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지도부는 움직이지 않는다. 임실군수 한득수 후보를 둘러싼 돈봉투 의혹은 경선 직전 녹취까지 공개됐지만, 당의 진상조사는 "뚜렷한 혐의점이 없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 당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호남 민심은 갈라지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고 컷오프된 후보들과의 연대를 모색 중이다. 5월 1일 정 대표가 전주를 방문했을 때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환영 인파와 항의 인파가 갈라졌다.
영남에서도 경고음이 울린다. 5월 4일 한길리서치의 부산 북구갑 여론조사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34.3%)와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33.5%)는 0.8%p 격차로 초접전을 기록했다. 같은 날 발표된 경남지사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하루 전인 5월 3일 정 대표는 부산 국포시장 유세 도중 한 초등학생에게 "오빠라고 불러봐"를 반복해 발언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산 여론은 후보에게 맡겨두는 것이 좋겠다"며 정 대표의 영남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호남에서 민주당 자체 비리 후보를 그대로 공천하고, 영남에서 정 대표의 설화로 표를 깎아 먹는 흐름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그 한복판에서 정 대표는 8월 전당대회를 향한 본인의 얼굴 노출에 더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