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호남 단체장 비리 제보 봇물… 김철우·명현관 의혹 무더기
정청래 대표 전주 방문 같은 시간, 길 건너편엔 사퇴 요구 집회
보성 김철우 군수 아들 변호인 17명·5개 로펌, 10억 대납 의혹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에 세금 2,781억, 민자는 59억뿐
명현관 군수 미공표 여론조사 핸드폰 유포 녹취 확보
5월 1일 오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주를 찾았다. 이원택 전북지사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이 열린 자리였다. 정청래 대표가 식장에 들어서던 그 시각, 길 건너편에서는 정청래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호남 곳곳에서 단체장들의 비리 제보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와중이다.
이원택 후보는 식사비 대납과 후원금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자택과 의원실에 압수수색까지 들어왔다. 안호영 의원은 당의 부실 감찰에 항의해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정청래 대표는 그런 이원택 후보의 손을 직접 들어주는 길을 택했다.
집회 단상에는 영광에서 장세일 군수 비리를 폭로해 온 박해중 씨가 도포 차림으로 올랐다. 박해중 씨는 광주지법이 4월 30일 장세일 군수 측의 영상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대해 "후보자 당사자가 도망다녀 그러지 법원에서 봤을 때 그게 인정이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장세일 측근에서 어제 문자가 왔습니다. 판결문을 배포하면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라며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뉴탐사 정선호 PD가 정청래 대표에게 양정철 씨 공천 의혹과 박우량·김산 후보 영장 가능성을 거듭 물었으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지원 의원 '공천 혁명에 가까웠다'… 의혹엔 모르쇠
정청래 대표를 옹호하는 호남 중진 의원의 평가는 정반대다.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인 박지원 의원은 인터뷰에서 호남 공천 잡음에 대해 "공천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정청래 대표나 우리 중앙당에서 잘했다"고 평가했다. 김원이 전남도당위원장도 "잘 이끌었다"고 했다.
그러나 박우량 신안군수와 김산 무안군수가 감점 없이 경선을 치른 데 대해 박지원 의원은 "나는 감점이 있는 것 없는가 그 자체를 몰라요"라고 답했다. 목포시장 경선에서 탈락한 이호균 후보가 스스로를 "박지원 의원을 따르는 독수리 5형제 장자방"이라 칭한 데 대해서는 "그런 말을 처음 들어보는데"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이 인정한 진짜 독수리 5형제 멤버는 따로 있었다. 박지원 의원은 "그 전에 우리 국회의원들 목포 박지원, 무안 이윤석, 영암 황주홍, 해남 김영록, 그 다음에 또 누구지 이렇게 해서 독수리 5형제라고 우리가 했지 그 외에는 몰라요"라고 말했다.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보성그룹 부회장 자리를 차지한 고형권 전 기획재정부 차관에 대한 추천설을 묻자 박지원 의원은 그 순간만큼은 다른 답변을 내놨다. 자신이 추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말씀 조심해"라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그러면서 "아무리 기자라고 말이지 그런 거 하지 마"라고 쏘아붙였다.
보성 김철우 군수 아들, 변호인 17명에 변호사비 10억 추정
호남에서 들어온 단독 제보 가운데 무게가 가장 무거운 것은 보성에서 나왔다. 김철우 보성군수의 아들 김모씨(92년생)는 마약(대마)·음주운전 2회·뺑소니·무면허 운전·운전수 바꿔치기 시도까지 다섯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도 항소심에서 받은 형은 징역 1년에 그쳤다. 음주 뺑소니 한 건만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받은 가수 김호중씨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가벼운 형량이다.
판결문상 변호인단 규모가 그 이유를 짐작케 한다. 1심에서는 법무법인 오현, HS, 로히어 등 3개 로펌이 들어갔다. 항소심에서는 율촌과 대한중앙이 추가 투입됐다. 두 심을 합쳐 총 5개 로펌, 17명의 변호사가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율촌은 국내 10대 로펌으로 꼽히는 곳이다. 변호인 명단에 이름만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5개 로펌이 동원된 사건에서 변호사 비용이 가볍게 끝났을 가능성은 낮다. 보성 지역에서는 변호사 비용만 10억원에 이른다는 추정이 돈다.
문제는 그 돈을 누가 댔느냐다. 김철우 군수가 매년 신고한 재산은 거의 변동이 없다. 2024년 신고 재산(2023년 말 기준)은 25억 3백만원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늘었다. 아들이 기소된 시점이 2023년 12월이니 변호사 비용이 본격적으로 나갈 무렵이었다. 2025년 신고 재산(2024년 말 기준)은 23억 8천 1백만원이었다. 한 해 사이 줄어든 액수는 1억 2천만원 남짓이다. 변호사비가 10억원에 달했다면 재산은 같은 폭으로 줄어야 하는데 그 흔적이 없다.
보성군청 공무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시민의 진술이 그 공백을 메운다. "관내 토목업체 두 곳에서 각각 5억원씩 총 10억원을 대납했다"는 군청 내부 소문이 그 핵심이다. 대가는 쪼개기 수의계약이라는 게 제보의 골자다. 두 토목업체에 90억~100억원대 수의계약이 몰렸다는 것이다. 변호사비 대납이 문제가 될 가능성을 의식해 김철우 군수와 토목업체 사이에 차용증을 뒤늦게 작성하고 있다는 소문도 함께 돌고 있다.
뉴탐사가 사실 확인을 위해 보낸 질의에 김철우 군수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변호사 비용은 변호사 사무실과 의혹이 간다는 토목업자를 찾아서 직접 물어보시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답변이었다. 부인도 시인도 아닌 회피였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한 기자가 같은 의혹을 추적하자 김철우 군수가 "그만하면 안 되겠느냐"는 회유 전화를 걸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철우 군수는 별도로 100억원대 임금 체불 혐의로 구속된 사업가 유모씨가 운영하던 회사에 아들이 1억원의 급여를 받은 의혹으로도 전남청에 제3자 뇌물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같은 회사 직원은 "근무하는 동안 아들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은 좀처럼 발부되지 않고 있다. 일선 광역수사대는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가수사본부 쪽에서 "수사를 천천히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말도 나온다.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에 세금 2,781억 퍼붓기
해남에서는 명현관 군수의 솔라시도 기업도시 특혜 의혹이 새로 드러났다. 솔라시도 기업도시는 보성그룹(현 BS)이 자기 자본으로 부지를 조성해 분양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된 민간 사업이다. 그러나 해남군의 2025년 정책사업 자료를 살펴본 결과는 사뭇 다르다. 기업도시 안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9건, 총사업비는 2,840억원에 달한다. 국비 1,493억원, 도비 406억원, 군비 882억원이 들어간다. 정작 보성그룹이 부담하는 민자는 59억원에 그친다.
가장 논란이 된 사업은 400억원 규모의 서남해안 생태정원 도시 조성이다. 해남군은 윤석열 정부 대선 공약이라는 점, 국토계획법상 녹지공간이 기반시설에 해당한다는 점, 협약서에 지자체 비용 부담 근거가 있다는 점을 들어 적법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업도시 특별법은 다른 법률보다 우선한다. 이 법 19조는 시행자가 아닌 자(지자체)가 부담할 수 있는 시설을 도로, 상수도, 전기시설, 통신시설 등 4종으로 한정하고 있다. 녹지공간은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다.
김치원료 공급단지 부지 매입은 더 노골적이다. 해남군은 2023년 12월 보성그룹으로부터 평당 55만원, 총 119억원에 김치공장 부지를 사들였다. 인근 땅 시세의 8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감정평가도 보성그룹 측 평가만 받아들여 협상이 진행됐다. 등기부등본상 매매 계약은 2023년 12월에 체결됐고 잔금도 그때 모두 지급됐다. 그런데 소유권 이전 등기는 2025년 10월에야 이뤄졌다. 협약서상 보성그룹은 2024년 10월까지 부지 조성을 완료해야 했다. 보성그룹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1년 동안 해남군은 계약 해지나 지연 이자 청구 없이 그대로 기다렸다. 해남군 회계 관리 규칙상 2억원 이상 토지 매입은 군수 결재 사항이다. 그러나 명현관 군수는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미공표 여조 핸드폰 유포·관권 동원, 명현관의 또 다른 의혹
명현관 군수의 미공표 여론조사 유포 의혹은 녹취로 뒷받침됐다. 해남군청 한 직원이 시민과의 통화에서 "군수님이 핸드폰에 (여론조사 자료를) 다 갖고 있어요"라고 말한 녹취가 입수됐다. 지난해 말 명현관 군수가 실과장 등 직원 다섯 명과 국회 출장을 가서 예산 협의를 하던 중 커피숍에서 다음 군수 선거 여론조사 그래프를 슬쩍 보여줬다는 진술이다. 명현관 군수와 김성주, 서해근, 김병덕, 이길운 등 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는 내용이었다.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외부에 공표하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명현관 군수는 그 결과를 군청 직원들 앞에서 흘려 입소문을 통해 확산시켰다는 게 제보의 골자다.
급여 기부 공표와 관권·금권 선거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명현관 군수는 군수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장학재단에 기부한다는 점을 자기 치적으로 내세워 왔다. 선출직 공무원의 기부 행위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이를 공표하는 행위 또한 선거법에 저촉된다. 그런데 면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공무원이 사전에 주민에게 "월급을 어디에 쓰는지 질문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 명현관 군수는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됐다. 명현관 군수는 "그분이 질문을 했기 때문에" 답한 것일 뿐이라 해명하면서도 사전 부탁이 있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노인 일자리 교육이라며 주민을 모은 자리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 참석자는 "교육이라는 말은 전혀 없고 명현관 씨가 와서 솔라시도 얘기, 자기 월급 기부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 참석자 계좌에는 일당 명목으로 29만원이 입금됐다. 박지원 의원이 "관내에서 돈봉투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언하던 시점, 정작 그의 지역구 한복판에서는 관권과 금권이 결합된 구도가 작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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