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정청래, 면전 "당권은 짧다"에 하늘만 봤다
대통령 회견 직후 광주 세과시 강행, 단체장 7명은 불참
강득구 "당원은 영원, 당권은 짧다" 직격에 정청래 눈 감고 외면
5·18 묘지에 당선자 동원, 전남 시장·군수 17명 중 7명 불참
송영길·박지원계 거리두기, 묘지엔 수사선상 두 군수 참석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 3일 지방선거가 끝나고 9일 만이다. 그는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회의장으로 옮겼다. 5·18 묘지에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전남 기초단체장들이 함께했다. 그러나 민주당 공천으로 당선된 전남 시장·군수 17명 가운데 7명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 회견 직후 잡힌 광주 일정
이번 광주 일정은 지난 8일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잡혔다. 취재 결과 정 대표 측은 회견이 끝난 그날 오후 컨벤션센터에 전화해 급히 회의장을 예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견은 정 대표를 향한 경고로 해석됐다. 그런 회견 직후 정 대표가 잡은 것이 광주 세 과시였다.
5·18 묘지 참배에는 전남 당선 단체장들이 동원됐다. 누가 보더라도 줄 세우기였다. 그런데 7명이 빠졌다. 보성 김철우, 고흥 공영민 군수는 송영길 의원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고흥은 송 의원의 고향이기도 하다. 해남 명현관 군수는 박지원 의원과 가깝다. 박 의원은 정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영암 우승희 군수는 지역구 서삼석 의원과 불화설이 있다. 서삼석 의원은 정 대표의 측근으로 꼽힌다. 줄 세우기 행사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면전 직격에 눈 감고 펜만 끄적였다
회의에서는 정 대표를 향한 직격이 이어졌다. 반청계로 분류되는 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이 칼을 빼들었다. 강 최고위원은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고 했다. 앞서 정 대표가 했던 "정권은 짧다"를 그대로 뒤집은 말이다. 친청계인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엄호하고 김민석 국무총리를 겨냥했다. 사퇴 압박과 엄호가 부딪치는 난타전이 됐다.

이 장면에서 정 대표의 표정이 단독으로 잡혔다. 당 공식 중계는 발언자만 비췄지만, 뉴탐사 카메라는 그 시간 정 대표를 향해 있었다. 황 최고위원이 발언을 시작하자 정 대표는 눈을 감았다. 펜은 종이 왼쪽 모서리에 멈춘 채 움직이지 않았다. 메모라기보다 낙서에 가까웠다. 강 최고위원이 "당권은 짧다"고 면전에서 말할 때 정 대표는 하늘을 쳐다봤다. 옆자리 한병도 원내대표와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시간이 없다며 발언을 압박하던 사회자는 친청계 최고위원이 길게 말할 때는 재촉하지 않았다.
불참 대신 줄 선 두 군수, 경찰 수사 본격화
7명이 빠진 자리에 장세일 영광군수와 김산 무안군수는 참석했다. 두 사람 모두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선거가 끝났지만 경찰 수사는 오히려 본격화하는 중이다. 장 군수는 3천만원 금품 수수 의혹과 수의계약 지시 의혹을 받는다. 전남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광수대)는 그의 딸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수사 과정을 두고는 잡음이 나온다. 장 군수의 의혹을 제보하고 고발한 영광 시민운동가 박해중씨는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담당 수사관에게서 "위에서 천천히 하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증거물을 넘기고 공무원 진술까지 확보됐는데도 수사가 더디다는 얘기다.
박씨는 장 군수의 금품 수수 사건을 맡은 광수대에 해상풍력 사업 관련 사건이 병합되지 않고 다른 수사팀으로 떼어진 점도 문제 삼았다. 두 사건을 합치면 혐의가 무거워지는데 분리로 수사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장 군수 측의 신청으로 수사심의위원회 절차가 진행되면서 그사이 증거가 인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박씨는 지난 11일 전남경찰청에 고발장을 추가로 내고 광수대가 수사하도록 해달라고 적시했다고 밝혔다. 장 군수 측은 의혹을 부인하며 제보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김 군수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거론된다. 취재진이 이날 두 군수에게 의혹을 묻자 두 사람 다 답하지 않았다.
질문 외면하고 떠난 정청래
회의를 마친 정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호남 민심의 변화, 통합시장 경선 관리, "정권은 짧다" 발언의 대상을 잇따라 물었지만 그는 시선만 한 번 던졌을 뿐 답 없이 차에 올랐다. 5·18 묘지에서 질문을 받지 못하자 최고위 직후 백브리핑에서 다시 물어도 결과는 같았다. 컨벤션센터 밖에서는 시민단체가 정 대표의 선거 책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회의에서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전체 권리당원의 35%가량이 호남에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결단할 때마다 호남을 찾고 선거 때 지지를 부탁하지만, 그 뒤 호남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수단으로 이용당했다는 생각을 호남 시민들이 많이 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가 호남을 부모에 빗댄 자리에서 나온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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