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세계 최대 LNG 터미널이 또 불탔다... 카타르 생산 중단 17일째, 우리나라 가스 수입 비상

이란 미사일이 카타르 라스라판을 다시 뚫었다. 우리나라 LNG 수입의 15% 중단

2026-03-19 11:16:19

3월 18일(현지시각), 이란이 카타르를 향해 탄도미사일 5발을 발사했다. 카타르 방공망이 4발을 요격했다. 1발이 뚫었다. 그 1발이 떨어진 곳이 라스라판 산업도시다.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도시의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 LNG 생산시설. 사진=로이터

라스라판은 세계 최대 단일 LNG 수출 터미널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LNG 수출 1위지만, 한 곳의 시설에서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를 처리하는 곳은 라스라판뿐이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시설에 "광범위한 피해(extensive damage)"가 발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화재가 발생해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알자지라)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월 2일에도 이란 드론이 라스라판과 메사이드 산업도시를 공격했다. 카타르에너지는 그날 LNG 생산을 전면 중단했고, 이틀 뒤인 3월 4일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공식 선언했다. 생산 중단 16일째인 지금까지 재개 소식은 없다. (로이터)


같은 날 UAE도 피격됐다. 아부다비 미디어오피스에 따르면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13발과 드론 27기를 요격했으나, 하브샨(Habshan) 가스시설과 바브(Bab) 유전에는 요격 잔해가 낙하해 가동이 중단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ABC News)


사우스파르스 타격이 부른 연쇄 보복


시작은 2월 28일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합동 공습을 개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이날 사망했고,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후계자로 지명됐다.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 역내 미군 기지, 그리고 걸프 산유국들을 대상으로 미사일·드론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ABC News)


3월 18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세계 최대 가스전, 이란-카타르 국경 해역 소재)을 타격하자, 이란은 즉각 걸프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국영 타스님 통신은 사우디 사므레프(SAMREF) 정유시설, 주바일 석유화학단지, UAE 알호슨 가스전, 카타르 라스라판 정유시설과 메사이드 석유화학단지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인근 주민·근로자의 긴급 대피를 요구했다. (CBS News)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도 방해하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페르시아만·호르무즈 해협·오만만 해역에서 6척 이상의 선박이 피해를 입었다. (CNBC)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구조의 약한 고리


우리나라는 카타르에서 연간 약 697만 톤의 LNG를 수입한다. 2025년 기준 전체 LNG 수입량 4,668만 톤의 14.9%다. 한국가스공사(KOGAS)는 카타르와 장기계약을 통해 연간 약 610만 톤을 확보해왔다. 다만 이 중 라스가스(RasGas)와 2007년에 맺은 연 210만 톤 계약은 2026년 만료가 도래한 상태로, 연장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나머지 두 건(라스가스 연 200만 톤·2013~2032, 카타르석유 연 200만 톤·2025~2044)은 유효하다. (S&P Global)


에너지 전문 분석업체 Vortexa는 KOGAS를 통한 카타르 LNG 의존도가 우리나라 전체 가스 공급의 15~35%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LNG 수입량만 놓고 보면 약 15%지만, 전체 가스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따지면 35%까지 올라간다. 카타르 생산 중단이 길어지면 우리나라도 현물 시장에서 비싼 값에 가스를 사와야 한다. (Vortexa)


LNG만이 아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3월 18일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실질적으로 봉쇄된 상황"이며 "우리나라 도입 원유의 약 7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밝혔다.


원유 가격은 이미 가파르게 올랐다. 3월 18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 110달러에 근접했다. 전쟁 발발(2월 28일) 이후 약 80% 상승한 수치다. 아시아 구매자들의 기준 가격인 두바이유는 지난주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오만유도 152달러를 넘었다. 같은 유종인데 미국 WTI(약 96달러)와 50달러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아시아에 실물 원유가 그만큼 부족하다. (Fortune)


여기에 원화 환율이 겹친다. 3월 19일 기준 달러당 1,506.6원이다. 달러 표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데다 원화까지 약세니, 수입 비용은 이중으로 불어난다.


2,400만 배럴 긴급 도입, 그러나 세 가지 빈틈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3월 18일 산업통상부는 UAE로부터 원유 총 2,400만 배럴(일일 소비량의 약 8배)을 긴급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특사로 UAE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확인받은 물량이다. UAE 측은 "한국이 원유 공급 최우선 국가"라고 약속했다.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됐다.


LNG 쪽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5일 "카타르 수입이 완전히 중단되더라도 상당 기간 충당 가능한 LNG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동남아·호주·북미 대체 공급원 확보 등 비상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정 비축 의무일수인 9일분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S&P Global)


그런데 따져보면 빠진 게 있다.


2,400만 배럴은 원유다. LNG가 아니다. 카타르 LNG 공백을 메우는 조치가 아니라 원유 수급 불안에 대한 대응이다. 카타르 LNG 장기계약 물량의 대체분은 현물 시장에서 사와야 한다. 현물 가격은 전쟁 직후 100만 BTU당 15달러를 넘어서며 급등세를 탔다.


UAE 원유가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는 건 하브샨-푸자이라 파이프라인(ADCOP, 일일 150만 배럴 처리) 덕분이다. 그런데 그 파이프라인의 출발점인 하브샨 시설이 바로 이번에 가동 중단된 곳이다. 푸자이라 오일 허브도 3월 14일, 16일 연이어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고 선적 작업이 중단됐다. UAE 원유 생산량 자체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약속은 2,400만 배럴인데, 그 기름을 실어 나를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CNBC)


IEA도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고, 미국도 전략비축유(SPR) 대규모 방출을 선언했다. 다만 이 물량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나눠 풀린다. 그런데도 유가는 내리지 않았다. 비축유를 아무리 풀어도 호르무즈가 막혀 있으면 아시아로 오는 기름 자체가 줄어든다. (Fortune)


아랍어 매체가 먼저 잡은 확전 신호


이번 공격의 윤곽은 아랍어권 매체에서 먼저 드러났다. UAE 정부 자본이 절반을 소유한 합작 채널 Sky News Arabia는 하브샨·바브 가스시설 타격, 라스라판 표적, GCC(걸프협력회의) 공동 규탄, 카타르의 이란 외교관 추방 요구를 시설명과 수치까지 보도했다. 해당 내용은 이후 아부다비 미디어오피스·카타르에너지 공식 성명과 로이터·알자지라를 통해 교차 확인됐다. 영어권 매체에 같은 내용이 확인되기까지 수 시간이 걸렸다.


카타르 외교부는 이란 대사관 군사·안보 무관 및 소속 직원 전원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선언하고 24시간 내 출국을 요구했다. 카타르가 수십 년간 유지해온 이란과의 우호 관계가 끊어지고 있다. (알자지라)


우리나라 뉴스룸은 영어권 매체를 거쳐 중동 뉴스를 수신하는 구조다. 아랍어 현지 매체가 시설명과 수치를 구체적으로 보도한 뒤, 영어권 매체 확인까지 수 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 직결되는 뉴스가 이 시차 동안 사각지대에 머문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포털(0404.go.kr)에서 UAE·카타르·바레인 여행경보 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 걸프 지역 체류 중이라면 영사콜센터(+82-2-3210-0404, 24시간)로 연락할 수 있다.


에너지 수급 현황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044-203-5200, 평일 09:00~18:00)에 문의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해외 계약 공시는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서 'KOGAS'로 검색하면 열람 가능하다.


다음 분기 도시가스·전기요금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말할 수 없다. 확실한 건, 라스라판에서 난 불이 꺼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비용은 계속 오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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