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장세일 영광군수 "전임 군수 때부터 쓰던 업체"라더니, 영광군 계약 이력에 없다
윤리감찰단 '근거 없음' 결론 냈지만, 계약서·자금 흐름 증거는 확인도 안 했다
녹취록 속 '에이텍', 나라장터 계약서 규격란에서 동일 업체 확인
영광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 전수 검색, 해당 협동조합 거래 이력 이 2건뿐
하도급 업체 신안설비, 실제 공사 없이 세금계산서만 발행…대금 수령 다음 날 브로커에게 2,350만 원 이체
2건 합산 3.25억, 수의계약 고시금액 2.3억 초과…분할계약 의혹
민주당 윤리감찰단(단장 : 박균택 의원)이 장세일 영광군수의 돈봉투 수수 의혹에 대해 "근거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고위원회의 보고도 거치지 않았고,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탐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적도 없었다. 장 군수는 같은 날 영광군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러나 윤리감찰단이 들여다보지 않은 증거들이 있다. 나라장터에 올라 있는 물품계약서,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영광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 브로커가 경찰에 직접 제출한 전자세금계산서와 계좌이체 내역이다. 이 서류들을 하나하나 대조하면, 장 군수가 내놓은 해명 세 가지가 모두 사실과 어긋난다.
녹취록 속 '에이텍', 계약서에서 찾았다
앞서 3월 22·23일 보도에서 브로커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장세일 군수와 "에이텍"이라는 업체명을 직접 논의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에이텍이 어디인지가 쟁점이었다.
영광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서 수의계약 내역을 찾아봤다. 2025년 하반기에 마을방송 가정용 수신기를 구입하는 계약 2건이 나왔다. 그런데 계약 상대방 이름에 "에이텍"은 없었다. 대신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이라는, 처음 보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계약서를 열어봤다. 계약물품명세서의 규격란에 "에이텍, AIBS-NAE1B"이 찍혀 있었다. AIBS-NAE1B은 (주)에이텍시스템(대표 한가진, 성남시 판교)이 만드는 동보장치 모델명이다. 녹취록 속 '에이텍'과 계약서 속 '에이텍'이 같은 업체임이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계약서에 적힌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과 에이텍시스템은 무슨 관계인가.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대표 주대철, 서울 마포구)은 방송통신 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모여 만든 조합이다. 에이텍시스템은 이 조합에 소속된 회원사 중 하나다. 영광군은 협동조합과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한 건 회원사인 에이텍시스템이다. 협동조합은 계약 명의를 맡은 창구이고, 물건은 에이텍시스템이 넣은 것이다.
장 군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업체와 계약한 것이 아니고 11개 회사로 이뤄진 협동조합에 계약을 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계약서 규격란에 에이텍 제품이 처음부터 찍혀 있다. "11개 회사 중 어디 제품이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을 줬다"는 게 아니라, 에이텍시스템 제품을 사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정씨와 해당 업체는 알지도 못한다"는 해명도 녹취록과 계약서 양쪽에서 부딪힌다.
영광군 전체 계약 이력에 이 업체가 없다
장 군수는 또 "해당 제품은 전임 군수 시절부터 계속 군에서 사용해왔다"고 해명했다. 예전부터 쓰던 제품을 계속 산 것뿐이라는 뜻이다.
영광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서 도급업체명에 "방송통신"을 넣고 전 구간을 검색하면 결과는 딱 2건이다. 2025년 하반기에 체결된 이 2건. 전임 군수 때는 물론이고, 영광군 계약 이력 어디에도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과 거래한 기록이 없다.

한 번도 거래한 적 없는 업체에, 경쟁 입찰 없이, 3억 2,500만 원을 두 차례 나눠 줬다.
같은 검수자, 같은 녹취록
두 건의 계약 내용을 보면, 9월 10일 "재난지역 및 난청지역 지원" 명목 1억 4,537만 원(예정금액 1억 6,520만 원). 11월 19일 "마을회관 등" 명목 1억 7,987만 원(예정금액 2억 440만 원). 합계 3억 2,524만 원이다. 두 건 다 경쟁 입찰 없이 이 업체 한 곳에서만 견적을 받는 수의1인견적으로 처리됐고, 낙찰률도 88%로 같다.

두 건의 검수자가 같은 사람이다. 최길성. 영광군 안전관리과 소속 6급 공무원이다. 검수란 납품된 물건이 계약 조건에 맞는지 확인하고 서명하는 절차다. 3억 2,500만 원어치 물품 2건을 한 사람이 모두 검수했다.
최길성은 브로커 녹취록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브로커 정O진은 녹취에서 "최길성이 부서 날아갔어요"라고 말한 뒤, "군수님 지시사항인게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지가 또 이야기할 거 아니야"라고 했다. 녹취록에서 "군수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인물로 지목된 공무원이 해당 물품의 검수를 도맡은 것이다. 최길성은 2026년 1월 1일자로 재난상황TF에서 지역축제TF로 전보됐다.

합치면 수의계약이 불가능했다
계약 방식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나라장터 물품계약서에는 수의계약 근거로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6호 라6목"이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조달청이 지정한 '우수조달공동상표' 물품을 수의계약으로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기획재정부장관이 고시한 금액 미만의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법에 적혀 있다. 금액 제한 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한 '우수조달물품'과 달리, 우수조달공동상표에는 금액 상한이 있다.

2025년 기준 기재부 고시금액은 2억 3,000만 원이다. 이 금액 이상이면 수의계약을 할 수 없고 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 개별 계약만 보면 1건 1억 4,537만 원, 다른 1건 1억 7,987만 원이니 각각 상한 안에 들어간다.
그러나 같은 해, 같은 업체, 같은 품목(동보장치)으로 두 달 간격에 나눠 발주한 점이 문제다. 두 건을 합치면 3억 2,524만 원. 고시금액 2억 3,000만 원을 약 1억 원 초과한다. 하나의 계약으로 발주했다면 수의계약 자체가 불가능하고 경쟁 입찰을 거쳐야 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77조는 하나의 사업을 시기적·물량적으로 쪼개서 계약하는 '분할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감사원은 수의계약 한도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계약을 반복적으로 법령 위반으로 지적해왔다. 이 두 건이 분할계약에 해당하는지는 원래 하나의 사업으로 계획됐는지(사업계획서·예산서), 수의계약 상한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두 가지를 확인하면 판가름 난다.
또 한 가지. 1건(재난지역 및 난청지역 지원)의 경쟁방법 상세란에는 "소액수의"로 기재돼 있다. 소액수의란 금액이 작은 물품을 간소한 절차로 사는 것인데, 상한이 최대 1억 원이다. 계약금액 1억 4,537만 원은 이 상한을 넘는다. 금액과 분류가 맞지 않는다.
돈은 어디로 갔나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서울 마포구)은 계약서에 이름이 올라간 계약 명의다. 영광군 예산 3억 2,500만 원은 이 협동조합으로 지급됐다. (주)에이텍시스템(성남 판교)은 협동조합 소속 회원사로, 실제 동보장치를 만들어 납품한 업체다. 협동조합이 받은 돈은 여기로 넘어갔다. 에이텍시스템은 제품 납품뿐 아니라 영광 현지 설치 공사까지 실질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서 신안설비(대표 주병일, 전남 영광)라는 업체가 끼어든다. 세금계산서상으로는 에이텍시스템이 신안설비에 "설비공사" 명목으로 총 9,361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실질적인 설치 공사는 에이텍시스템이 직접 수행했다. 신안설비가 실제로 공사를 했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 세금계산서만 오간 것이다.
브로커 정운성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이 세금계산서를 직접 제출했다. 2건이다. 9월 17일 "설비공사 외" 명목 4,361만 원, 11월 20일 "동보장치 설치공사 외" 명목 5,000만 원.

주병일은 두 번째 대금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인 11월 21일, 브로커 정운성의 카카오뱅크 계좌로 세 차례에 걸쳐 2,350만 원을 보냈다. 1,000만 원, 1,000만 원, 350만 원.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다. 에이텍시스템이 신안설비에 공사 대금 명목으로 9,361만 원을 보냈다. 실제 공사를 하지 않은 신안설비는 그 돈의 일부인 2,350만 원을 브로커 정운성에게 넘겼다. 실체 없는 세금계산서를 끼워 자금을 우회시킨 것으로, 리베이트 의혹이 있다. 정운성은 장 군수 딸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바로 그 브로커다.

윤리감찰단이 보지 않은 것들
장 군수의 해명을 하나씩 대조해 본다.
"정씨와 해당 업체는 알지도 못한다" — 브로커 녹취록에 장 군수와 업체명 에이텍을 직접 논의한 정황이 있고, 나라장터 계약서 규격란에도 같은 업체명이 찍혀 있다.
"전임 군수 시절부터 계속 사용해왔다" — 영광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해당 업체와의 거래 이력이 없다.
"딸이 돈을 거절했다" — 돈봉투 전달 장면이 영상으로 촬영돼 있다. 장 군수 측은 "돌려주는 장면이 삭제된 조작 영상"이라고 반박했지만, 그 주장의 유일한 근거였던 전 수협조합장 김 씨 본인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돌려주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시간 순서도 있다. 2024년 9월, 영광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정운성이 장 군수 차녀에게 500만 원권 수표 6장(총 3,000만 원)을 전달했다. 약 1년 뒤인 2025년 하반기에 수의계약이 체결됐다. 계약 체결 후에는 하도급 대금 중 2,350만 원이 다시 브로커에게 흘러갔다.
별건도 있다. 브로커 정O진의 배우자 임O숙 명의 토지(영광읍 녹사리 62번지)를 영광군이 2026년 1월 "공공용지의 협의 취득" 명목으로 매입했다. 2014년에 7,000만 원에 거래된 토지를 약 6억 원에 샀다. 매입 직후 정O진은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윤리감찰단은 이 계약서도, 자금 흐름도, 계약 이력도 확인하지 않았다. 의혹을 보도한 매체에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전남경찰청 반부패수사대의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경찰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근거 없음'을 통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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