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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 공백, 강제노동 관세 12.5% 빌미 됐다

수입금지법 있으면 10%, 없으면 12.5%… 막을 법은 21·22대 국회서 폐기되고 멈춰 섰다

미국, 6월 2일 60개 경제권에 강제노동 추가 관세 예고… 한국 12.5%

관세율 가른 기준은 '막을 법'… 있으면 10%, 없으면 12.5%

신안 태평염전 소금이 빌미… 막을 법은 국회서 계류 중

2026-06-16 17:46:27

미국이 6월 2일 강제노동으로 만든 제품의 수입을 막지 못한 60개 경제권에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한국에 매겨진 세율은 12.5%다. 일본, 호주, 싱가포르, 인도와 같은 칸이다. 반면 캐나다와 EU 등 14개 경제권은 10%를 받았다. 두 칸을 가른 기준은 하나, 강제노동 제품을 막는 법이 있느냐였다. 한국엔 그 법이 없다. 만들려던 법안은 국회에서 한 번 폐기됐고, 지금도 멈춰 있다. 공청회는 7월 7일에 열리고, 최종 세율은 그 뒤에 정해진다.


법 있으면 10%, 없으면 12.5%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관세율을 가른 기준은 세 가지다. 수입을 막는 법이 있는가, 협정으로 약속했는가, 일부라도 막는 제도가 있는가. 하나라도 해당하면 10%, 셋 다 없으면 12.5%다. 한국은 셋 다 없었다. EU는 강제노동 제품을 막는 법을 2024년에 만들었다. 시행은 2027년부터라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10%를 받았다. 미국은 2022년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으로 의심 화물을 막아 왔다.


오해는 짚고 가야 한다. USTR이 문제 삼은 것은 한국이 강제노동을 시킨다는 게 아니다. 남이 만든 강제노동 제품이 들어와도 막을 법이 없다는 점이다. 불법이 아니라 법의 공백이다. 12.5% 명단엔 한국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 등 같은 법이 없는 선진 교역국이 한 묶음이다.


미국이 콕 집은 신안 소금


USTR은 한국 사례를 하나 콕 집었다. 신안 태평염전 소금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2025년 4월 2일 이 천일염에 수입보류명령을 내렸다. 한국 제품에 내려진 첫 명령이고, 근거는 관세법 1307조였다. 강제노동이 의심되면 일단 막고, 결백은 그 기업이 증명해야 한다. 태평염전은 국내 최대 염전으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소금을 만든다.


이 명령의 뿌리는 2014년에 있다. 그해 1월 신안 신의도의 한 염전에서 장애인 두 명이 구출됐다. 발각의 계기는 피해자가 몰래 부친 손편지 한 통이었다. 염전에서 파출소까지는 700m 남짓이었지만, 코앞의 일을 수년간 아무도 막지 못했다. 그해 3월 전국 일제조사에서는 사실상 노예처럼 일하던 노동자 370명이 확인됐다. 한 염전주는 탈출한 인부를 왜 다시 잡아왔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집에서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가면 찾겠어요, 안 찾겠어요."


이런 일은 2016년 새우잡이 어선, 2018년 또 다른 장애인 강제노동, 2021년 노동 착취로 이어졌다. 문제를 국제 무대로 끌고 간 것은 한국의 활동가와 변호사들이었다. 이들이 2022년 CBP에 청원했고, 지난해 수입보류명령이 거기서 나왔다. 정부도 노동 환경을 개선했고, 문제가 된 임차인은 2023년 내보냈다. 다만 이 소금을 미국 항구에서 멈춰 세운 것은 한국 법이 아니라 미국 법이었다.


세 번 발의, 22대 국회에서는 소위 계류중


막을 법을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다. 2023년 9월 21대 국회에서 공급망 인권·환경 실사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같은 법은 22대 국회에 두 건이 다시 올라왔다. 지난해 6월 정태호 의원, 11월 박홍배 의원이 냈다. 모두 여당 의원이다. 두 건 다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공개된 소위 회의록에서 안건으로 다뤄진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속 심의 의견을 냈는데도 그렇다. 청와대도 6월 15일 강훈식 비서실장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단서가 하나 더 있다. 지금 국회에 있는 법은 기업이 스스로 살피게 하는 실사법이다. 강제노동 제품을 항구에서 직접 막는 수입금지법은 아니다. 그런 수입금지법은 21대에도 22대에도 발의된 적이 확인되지 않는다. USTR은 올해 3월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이 강제노동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것이 12.5%의 직접 근거가 됐다.


미국 대법원서 막히자 꺼낸 카드


미국은 강제노동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다만 그 시점이 공교롭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는 올해 2월 20일 연방대법원에서 6대 3으로 위법 판단을 받았다. 무효가 된 관세는 최대 1750억달러, 우리 돈 약 240조원이다. 행정부는 판결 당일 122조로 10% 임시관세를 매겼지만 이는 150일짜리다. 232조와 301조는 이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강제노동 조사가 바로 301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 관세들을 합치면 올해 관세 수입이 예전과 사실상 같아진다고 밝혔다. 공청회가 7월 7일로 잡힌 것도 임시관세 만료 시점과 맞물린다. 진심인지 우회로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걸리는 건 메모리 반도체


12.5%가 발효돼도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은 빠진다. 이미 232조 관세가 매겨지고 있어서다. 반도체는 갈래가 갈린다. 지금 232조 25%가 붙은 것은 엔비디아 H200 같은 초고성능 AI 가속칩뿐이라, 이 칩은 강제노동 관세에서 빠진다. 반면 한국이 가장 많이 파는 D램과 낸드 메모리는 232조 대상이 아니어서 12.5%가 붙을 수 있다. 다만 제외 품목을 적은 부속서에 메모리가 빠져 있을 가능성도 남아 있어, 원문 대조 전에는 단정하기 어렵다. 같은 시기 한국산 산업기계 관세는 25%에서 15%로 내렸다. 한쪽 문은 올리고 다른 쪽은 내린 셈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상호관세 15%로 합의했다. 그런데 12.5%에 과잉생산을 이유로 한 5%가 더 붙으면 17.5%가 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다 합쳐도 15%를 넘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협상장에 들고 갈 카드는 노동 환경 개선과 국회에 멈춘 법의 처리 의지다. 공청회 출석 신청 마감은 6월 22일, 의견서 제출은 7월 6일이다. 최종 관세율은 그 이후에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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