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헌인마을 개발 의혹, '권성동 프로젝트'라 불렸다... 8천억 부실채권 1800억에 헐값 매각

미래에셋 직원이 국회에 전한 충격 증언... 대장동 배후세력 삼부토건도 개입 정황

2023-04-26 23:53:56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금융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사업이 미래에셋 내부에서 '권성동 프로젝트'로 불렸다는 증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더탐사가 26일 단독 취재한 결과, 우리은행 등 10개 금융기관이 보유했던 8천억원대 부실채권이 2019년 단 1800억원에 정체불명의 사모펀드에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2400억원에 매수하겠다던 원주민들의 제안은 거부됐다.


김순구 성결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회 보좌관 재직 당시 미래에셋 직원으로부터 "헌인마을 사업이 권성동 프로젝트"라는 말을 들었다고 이날 밝혔다. 해당 보좌관은 더탐사와의 통화에서 "미래에셋 직원이 헌인마을 사업에 대해 알아봤더니 '이건 권성동 프로젝트인데 왜 그러냐'고 되묻더라"고 증언했다.


우리은행 8천억 채권, 1800억에 '떨이' 매각


헌인마을은 서울 최대 가구단지였던 곳이다. 2006년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우리은행 주도로 4270억원이 투입됐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도 18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그러나 사업은 표류했고 채권은 부실화됐다.


문제는 2019년 3월 공개경쟁입찰 과정에서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입찰공고에서 낙찰자 자격을 '대부업자 또는 여신금융기관'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실제 낙찰자는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모펀드였다.


이 사모펀드는 입찰 의향서 제출 이틀 전인 2019년 3월 25일 급조됐다. 플랫폼파트너스 자산운용이 만든 이 펀드는 설정액 6400억원 규모였지만, 1년도 안 돼 수익률 마이너스 92%를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더탐사와의 통화에서 "사모펀드 운용사는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낙찰자 선정에 문제없다"는 모순된 답변을 했다. 입찰조건 위반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무이자 대출 2600억... 정상적 거래 아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금 흐름이다. 낙찰자로 선정된 사모펀드는 헌인타운개발이라는 페이퍼컴퍼니에 2600억원을 무이자로 대출했다. 헌인타운개발과 헌인도시개발 1차, 2차는 모두 자본금 1000원짜리 유령회사였다.


이들 회사는 2019년 같은 날 설립됐고, 주소와 대표이사가 동일했다. 86년생 동갑내기 두 명이 천원으로 회사 두 개를 만들어 3800억원을 끌어쓴 것이다.


헌인타운개발은 이 돈으로 우리강남PFV가 보유한 땅을 460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돈이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조차 "꼼꼼히 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삼부토건 그림자... 우진호가 실소유주


헌인타운개발의 실소유주는 우진호로 확인됐다. 우진호는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의 장남 조시연과 초등학교 동창이다. 우진호의 아버지 우명규 전 서울시장은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사퇴한 뒤 조남욱 회장의 도움으로 삼부토건 하청업체를 운영했다.


우리강남PFV 지분 70%는 삼부토건이 보유하고 있다. 시즌1에서 실패한 사업 주체가 시즌2에서는 헌인타운개발로 간판만 바꿔 단 것이다. 8천억 부채가 1800억으로 줄어든 대신, 나머지 손실은 우리은행이 떠안았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2015년 우리은행이 갑자기 만기연장을 거부해 삼부토건이 부도났다"고 증언했다. 당시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다.


권성동 "헛소리 하지 마라"... 묵비권 행사


더탐사가 이날 국회에서 권성동 의원을 만나 헌인마을 사업과의 연관성을 묻자 "헛소리 하지 마라"며 "더탐사는 취재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미래에셋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20일 통화에서 "권성동 프로젝트란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해명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플랫폼파트너스 자산운용을 직접 찾아간 더탐사 취재진에게 부대표는 "합의되지 않은 취재"라며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했다. 64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면서도 수익률 하나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2015년 설립, 2019년 실행... 검찰총장 시기와 일치


주목할 점은 시기다. 헌인타운개발과 플랫폼파트너스는 모두 2015년 만들어졌다. 대장동 사업자 선정과 같은 해다. 박영수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 된 직후다.


이들이 본격 활동한 2019년 3월은 윤석열이 검찰총장이던 시기다. 금감원과 우리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이 모두 참여한 입찰에서 이토록 비정상적 거래가 가능했던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순구 교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거래에 참여한 우리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가 자기 판단으로 했다면 엄청난 배임"이라며 "처벌받지 않을 거란 확신을 준 거대한 배후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주민 50가구 "주민 동의 없는 개발 막아달라"


헌인마을 원주민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 교회를 중심으로 50여 가구가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주민 동의 없이 진행되는 개발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헌인마을 사업의 전체 자금 규모는 1조 6천억원에 달한다. 토지 매입에 2500억원이 들었다면 나머지 1조 3500억원은 어디로 갔는가. 대장동의 50억 클럽을 넘어서는 '500억 클럽'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영수 전 특검이 지난해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됐지만, 헌인마을 사업과의 연관성은 아직 수사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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