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탐사

귀국 대통령에 90도 폴더인사 정청래…친명 "정치기술" 직격

출국 환송엔 빠졌던 정청래, 보안수사권 폐지 일방 선언까지…8월 전당대회 앞두고 당정 균열 표면화

정청래, 유럽순방 마친 이재명 영접서 90도 인사…이건태 "다분히 정치적 의도"

보안수사권 전면폐지 페북 선언, 검찰개혁 강경파와도 사전 협의 없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떠나며 '명청 대전' 참전설…조국은 평택 패배 "민주당 탓"

2026-06-20 08:43:21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겸한 8박 10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성남 서울공항에 마중 나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허리를 90도로 굽혀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수고했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만 건네고 곧장 차에 올랐다. 인사 장면 하나가 당을 흔들었다. 친이재명계에서 먼저 "정치기술"이라는 말이 나왔다.


환송엔 빠지고, 영접엔 90도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건태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정 대표의 인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은 이런 의전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색하고 싫어한다"고 적었다. 이어 "정 대표도 그걸 모를 리 없다"며 "90도 인사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치기술이고 정치행위"라고 했다. 한 지붕 아래에서 대통령을 향한 인사를 두고 비판이 터진 것은 흔치 않은 장면이다.


정 대표는 9일 이 대통령의 순방 출국 환송 행사에는 초청받지 못했다. 청와대가 민주당 지도부를 부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국 때는 자리에서 빠졌고, 귀국 때는 허리를 깊이 숙였다. 두 장면이 묘하게 겹쳤다.


앞서 이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를 평가하며 "이겨야 할 곳에서 졌다"고 말했다. 정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90도 인사'를 떠올리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보안수사권 폐지, 논의 없는 선언


정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보안수사권 전면 폐지를 기정사실로 못 박았다. "수사권에 미련 있는 검찰이 있다면 꿈 깨라"는 말도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생각은 결이 달랐다. 이 대통령은 순방을 떠나기 전 보안수사의 부작용은 살피되 국회 논의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논의가 먼저인데 결론부터 던진 모양새가 됐다.


정작 법사위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전 논의 과정은 없었다. 검찰 개혁에 가장 강경한 법사위원과도 상의가 없었다. 중립 성향의 한 법사위원은 보안수사권을 검찰에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 그조차 정 대표가 지난 1년간 관련 법·제도를 두고 법사위원들과 제대로 소통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을 연임 선거용 재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내비쳤다.


8월 전당대회, 룰 싸움


민주당 전당대회는 8월 17일 대전에서 열린다. 이번 전당대회는 1인 1표제 도입이 추진되면서,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어떤 비율로 반영하느냐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론조사 비중이 높을수록 김민석 국무총리가, 권리당원 비중이 높을수록 정 대표가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친청계에서는 권리당원 7, 여론조사 3 비율을 미는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김 총리 쪽으로 기운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김 총리가 정 대표를 앞선다. 특히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정 대표 지지세가 빠르게 식고 있다. 다만 전당대회에서 실제 힘을 발휘하는 권리당원층에서는 정 대표가 여전히 우위다.


자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셈법은 더 분명해진다. 권리당원 70 대 여론조사 30 비율이라면, 정 대표가 권리당원 표의 57%만 얻어도 김 총리를 근소하게 이긴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가 얻은 득표율을 감안하면 해볼 만한 수치다. 친청계가 7 대 3 룰을 미는 이유가 여기 있다. 권리당원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점도 변수다. 특별한 정치 이벤트가 없었는데 당원이 급증한 만큼,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그 배경을 투명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패배한 감독이 평가서 쓰나


선거 평가를 둘러싼 잡음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이재영 민주연구원장과 홍창민 애니모비 대표를 앉혔다. 문제는 이 원장이 이번 지방선거 전략을 짠 당사자라는 점이다. 평가를 받아야 할 사람이 평가서를 쓰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강 최고위원은 "축구 경기에서 패배한 감독과 코치진이 경기 평가서를 직접 작성한다면 누가 결과를 신뢰하겠냐"고 했다. 그는 "엔진이 두 개인 자동차는 세상에 없다"며 당이 하나의 엔진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최고위원은 정 대표 연임의 최대 경쟁자인 김 총리와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평가위 백서가 전당대회 도중에 나오면 당권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른다.


유시민의 칼, 조국의 남탓


당 바깥 인사들의 움직임도 명청 구도와 맞물린다. 유시민 작가는 15일 노무현재단 상임고문직에서 물러났다. 재단 유튜브 '알릴레오 북스' 출연도 이달 말 멈춘다. 유 작가는 "앞으로 할 비평 활동 때문에 재단이 겪을 어려움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본격적인 정치 비평, 곧 전당대회 참전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문제는 그 비평이 정확한 취재에 근거하느냐다. 사실과 다른 정보가 당대표 경선 한복판에 던져지면 갈등만 키운다. 유 작가가 가치 논쟁을 넘어 틀린 사실로 여론을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다른 방식으로 도마에 올랐다. 조 전 대표는 6·3 평택을 재선거에서 3위로 떨어졌다. 그 자리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조 전 대표는 패배 원인을 민주진보 연대의 실패로 돌렸다. 사실상 민주당 탓이라는 메시지였다.


정작 연대를 외면한 쪽은 조 전 대표라는 반박이 곧바로 나왔다. 같은 평택을에 출마했던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조 전 대표의 출마와 연대 거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조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전남 순회와 2028년 역할을 입에 올렸다. 정계 은퇴와는 거리가 먼 행보다.


정 대표는 다음 주 당대표직 사퇴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8월 대전 전당대회까지 두 달, 명청 갈등의 분수령이 그 발표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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