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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40조 뒤엔 '삼성 없는 19개월'

삼성 DRAM 점유율 42%→34% 급락, 그 자리를 SK하이닉스가 메웠다

1분기 순이익 40조3459억원… 한국 기업 사상 최대 분기 실적

영업이익률 71.5%, TSMC·엔비디아 넘어선 역대급

삼성 HBM3E 2025년 9월 엔비디아 인증 통과, 3사 경쟁 본격화

2026-04-23 19:17:26

SK하이닉스가 23일 오전 9시 공시한 1분기 실적은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분기 기록이다.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 당기순이익 40조3459억원. 영업이익률은 71.5%로 TSMC(47%)와 엔비디아(60%)마저 넘어섰다.


한 분기에 40조원을 번 이 회사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수조원 적자였다. 2023년 영업손실 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일어난 이 반전의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HBM 지연이 있다.


영업이익보다 큰 순이익, 14조의 출처


SK하이닉스 공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영업이익(37조6103억원)보다 당기순이익(40조3459억원)이 더 크다는 점이다. 통상 영업이익에서 이자와 세금을 빼면 순이익이 되므로 순이익이 더 작아야 한다.


공시 원문에는 법인세차감전이익이 51조6169억원으로 적혀 있다. 영업이익에 영업외이익 약 14조원이 더해진 결과다. 영업외이익 상당 부분은 관계사 지분법 이익이다. 일본 키옥시아를 비롯해 SK하이닉스가 지분을 보유한 AI 메모리 기업들의 이익이 반영됐다. 여기에서 법인세를 뺀 뒤 40조3000억원이 남은 구조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1% 증가, 영업이익은 405.5% 증가, 순이익은 397.6% 증가했다.


2023년 적자에서 2년 만에 40조, 무엇이 바뀌었나


2023년은 두 회사 모두 어려운 해였다. SK하이닉스 영업손실 7조7000억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적자 14조9000억원. 삼성 반도체 적자 규모가 SK하이닉스보다 약 2배 컸다.


2년 뒤인 2025년 연간 실적은 달랐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 47조2000억원, 삼성 DS 부문 24조8581억원. SK하이닉스가 삼성 반도체의 약 2배를 벌었다. 반도체 매출은 삼성 104조원, SK하이닉스 97조원으로 삼성이 더 많았다. 매출은 밀렸지만 이익은 두 배를 번 구조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삼성 DS 19%, SK하이닉스 49%. 2.5배 차이였다. 이 격차가 다시 두 배 이상 벌어진 것이 이번 1분기 결과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2026.3.17) p.293


두 회사의 격차를 만든 것은 HBM이다. HBM은 메모리 반도체를 여러 층으로 쌓은 AI 전용 제품이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일반 DRAM보다 5~8배 비싸게 팔린다.


삼성 없는 19개월, 공시에 남은 8.2%p


삼성전자는 2024년 2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19개월 넘게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서 이탈해 있었다. HBM3 단계에서 수율 문제로 가계약만 맺고 본계약에 실패했다. HBM3E 단계에서도 18개월 넘게 발열과 품질 문제로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 공백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메웠고, 대부분은 SK하이닉스가 가져갔다.


결과는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그대로 적혀 있다. 삼성 DRAM 세계 시장점유율은 2023년 42.2%에서 2024년 41.5%, 2025년 34.0%로 떨어졌다. 2년 사이 8.2%포인트가 빠진 수치다. 삼성전자가 자체 공시에 인용한 DRAMeXchange 통계다. 그 8.2%p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몫이 됐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2026.3.10) p.69


2025년 2분기 기준 HBM 시장점유율(카운터포인트 조사)은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 17%다. 메모리 전체 1위였던 삼성이 HBM만 떼어놓고 보면 3위다.


R&D 5.6배 쓴 삼성이 왜 뒤처졌나


삼성전자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37조7548억원이다. SK하이닉스의 연간 R&D 지출은 6조7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이 약 5.6배 더 많이 쓴다. 매출 대비 비율로 봐도 삼성 11.3%, SK하이닉스 6.9%로 삼성이 앞선다.


자금 부족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삼성은 HBM3 단계에서 엔비디아가 요구한 표준 명칭을 따르지 않고 자체 명칭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방향 선택에서 차이가 났다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직원은 7만8064명, SK하이닉스 전체 직원은 3만4549명이다. 삼성 반도체 직원 수가 SK하이닉스 전체의 약 2.3배다. 조직 규모와 연구개발비 모두 삼성이 앞선 상태에서 19개월의 공백이 이번 1분기 40조원의 격차로 나타난 셈이다.


71.5%는 지속될 수 있나


삼성전자는 2025년 9월 엔비디아 HBM3E 12단 인증을 통과했다. 2025년 10월 출시된 엔비디아 GB300에 삼성 HBM이 공급되고 있다. 19개월 만의 복귀다.


2026년부터 본격화되는 HBM4 시장은 SK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 3사 경쟁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의 영업이익률 71.5%는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구조에서 나온 숫자다. 3사 경쟁이 본격화되면 이 수치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다음 분기 실적이 드러낼 변수다.


엔비디아 의존도라는 다른 변수도 있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단일 고객사 매출이 전체의 약 24%를 차지한다. 고객사명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HBM 공급 구조상 엔비디아로 추정된다. 엔비디아 신제품 로드맵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기조가 이 회사의 실적 방향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SK하이닉스는 23일 오전 10시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엔비디아 GB300 물량 반영 시점과 HBM4 양산 일정이 주요 관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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