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 권력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여전히 추종하는 구주류,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 한동훈 전 대표를 축으로 한 비주류가 세 갈래로 쪼개지며 '2차 윤한갈등'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조중동은 한동훈을 띄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내 주도권은 이미 신주류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극우 유튜버들이 조선일보마저 공격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녹록지 않다. 민주연구원장과 지방선거 자격심사위원장에 양정철 씨와 가까운 인사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2020년 총선 때처럼 양정철이 공천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차기 국회의장 선거마저 친명·친청 대결 구도로 흘러가면서 당 분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원 3인방, 김건희 아킬레스건 양남희 영장 두 차례 기각
김건희 특검 수사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웰바이오텍 양남희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됐다. 첫 번째는 박정호 판사가, 두 번째는 이정재 판사가 기각했다. 두 판사 모두 수원지법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올라온 이른바 '수원 3인방'이다. 윤석열 정권 말기 조희대 사법부가 심어놓은 영장 판사들이다.
양남희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연결된 인물이다. 김건희 씨의 '제3의 주포'로 알려진 이준수의 친형과 매우 가까운 관계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뿐 아니라 NSN, 헌인마을 게이트까지 연결되는 핵심 고리다. 양남희가 드러나는 순간 김건희 씨의 형량이 배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호 판사는 첫 번째 영장을 기각하면서 "주요 혐의의 피의자 관여 여부, 이익 귀속 등이 구속할 정도로 소명되지 않았다. 도주 및 증거인멸의 정도도 구속할 정도의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정재 판사는 추경호 영장을 기각할 때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결정적인 인물들의 영장은 기각하면서 인지도가 낮은 인물들의 영장은 발부해 '마일리지 관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 민주당 무조건 반대가 최선일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제3자 추천 방식의 통일교 특검에 합의했다. 김건희 특검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반격의 고삐를 당기려는 움직임이다. 민주당은 수용 불가 입장이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오히려 공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나무당 대표 송영길은 "통일교 특검 피해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2021년 대선 당시 통일교 조직과 자금이 윤석열 측에 집중적으로 투입됐다는 제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학자가 롯데호텔에서 통일교 지도자 수백 명을 모아놓고 윤석열 지지를 교시했다는 증언도 있다. 통일교 특검이 성사되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통일교 행사에서 축사하는 영상이 발견됐다. 2021년 11월 행사로 추정되는 이 영상에서 서병수 의원은 "문선명 한학자 두 분 총재님께서 이루어주신 업적과 기반 위에 우리가 그 뜻을 계속 이어간다면 한반도에도 진정한 평화가 실현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부산시장을 지낸 중진 의원의 통일교 행사 축사는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무조건 거부하면, 지방선거 내내 이 문제로 끌려다닐 수 있다. 물론 특검이 진행되면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교와 접촉한 친문 인사들도 다칠 수 있다. 그러나 주된 타격은 윤석열 대선 캠프와 긴밀히 연결됐던 국민의힘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국힘 3분할, 장동혁 신주류 급부상
국민의힘은 지금 3분할 상태다. 전광훈을 대표로 하는 윤석열 추종 세력이 구주류다. 신의한수 같은 극우 유튜버가 이쪽 입장을 대변한다.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가 세를 넓히고 있고, 고성국TV 등이 이쪽 스피커 역할을 한다. 한동훈 전 대표를 축으로 한 비주류는 조중동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이었던 12월 18일, 구치소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올해 1월만 해도 인간방패를 자처했던 의원이 44명이었다. 나경원, 윤상현 등 끝까지 남겠다던 의원들마저 발길을 끊었다. 염량세태(炎凉世態)가 따로 없다.
인간방패 44명 중 6명은 12·3 계엄에 대해 공개 사과까지 했다. 권영진, 송언석, 엄태영, 이달희, 이상휘, 조은희 의원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윤석열을 지키겠다며 육탄방어를 외쳤던 의원들이 이제는 계엄 사과 대열에 합류했다.
장동혁 대표는 21일 충북도당 당원 교육 행사에서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결과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싸움을 위해 우리가 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과 거리를 두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확실한 절연 선언은 나오지 않았다. 윤어게인 세력을 완전히 버리는 순간, 장동혁도 한동훈처럼 '배신자'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장동혁의 전략은 명확하다. 윤석열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되, 한동훈계를 제물로 삼아 윤어게인 세력의 분노를 달랜다. 당무감사위원회가 한동훈 대신 김종혁에게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동훈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조중동의 안쓰러운 한동훈·김문수 러브샷 띄우기
한동훈 전 대표와 김문수 전 노동부 장관이 17일 이오회 모임에서 '러브샷'을 했다. 조중동은 이를 대대적으로 띄웠다. 중앙일보는 "판이 커졌다"며 희망 섞인 해석을 내놓았다. 채널A는 "한동훈·김문수 러브샷, 장동혁 직격"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김문수는 대선 경선에서 윤심을 대변하는 후보였다. 한동훈과는 정반대 위치에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은 장동혁 신주류를 견제하기 위한 동병상련일 뿐이다. 당대표 경선에서 장동혁에게 패한 김문수,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동훈. 둘 다 당내 우군이 마땅치 않다.
흥미로운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다. 원래 이 자리에 오세훈도 초대됐다고 한다. 조중동이 기대했던 그림은 한동훈·김문수·오세훈 세 명의 러브샷이었다. 그러나 오세훈은 참석하지 않았다. 장동혁 신주류의 기세에 눌려 선뜻 한동훈 편에 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했을 수 있다.
한동훈이 이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인 것도 눈길을 끈다.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동훈은 "저 술 못 마시는 거 아십니까"라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서 소주잔을 들고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첼리스트가 전화 통화로 말했던 청담동 술자리 구호와 같다.

이준석 구애 경쟁, 최종 선택은
장동혁과 한동훈 모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중도 확장을 위한 열쇠로 이준석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양쪽 모두에게 쓴소리를 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
이준석은 장동혁에 대해 "황교안하고 너무 닮았다"고 비판했다. 한동훈·김문수 러브샷에 대해서는 "세력이 궁하니까 김문수하고 연대하는 거지. 차라리 윤석열 계엄도 품지 그래"라고 꼬집었다. 양쪽 모두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최종 선택은 장동혁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이 한동훈과 손을 잡으면 '배신자 프레임'에 같이 갇힐 수 있다. 윤어게인 세력을 끌어오려면 한동훈은 독이 된다. 이준석이 장동혁에게 바라는 것은 윤석열과의 확실한 선 긋기다. 황교안식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 양정철 그림자 다시 드리우나
민주연구원장에 이재영 전 대외정책연구원장이 임명됐다. 당 대표의 복심이 맡는 자리인데, 이재영은 정청래 대표보다는 양정철 씨와 훨씬 가깝다. 2020년 총선 당시 양정철이 민주연구원장으로서 이재영의 양산 출마를 지원한 사진이 남아 있다.
지방선거 자격심사위원장에는 임호선 의원이 임명됐다. 임호선 의원은 2021년 대선 당시 이낙연계 30인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수박'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공천의 칼자루를 쥔 자격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부위원장은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문정복 의원이다.
양정철 씨가 2020년 총선에서 공천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은 당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검찰 캐비닛에서 나온 문건을 들고 민주당 중진 의원을 협박해 공천권을 가로챘다는 증언도 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전직 장관이 민주당 인사 6명 앞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양정철 씨가 당시 검찰총장 후보였던 윤석열과 특수한 관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24년 총선 때는 뉴탐사의 보도로 양정철의 공천 개입 시도가 좌절됐다. 이재명 대표가 "구치소에 갇혀도 대표직은 내려놓지 않겠다"며 비대위 구성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친문 세력 상당수가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지금 민주연구원장과 자격심사위원장 인선을 보면, 양정철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공천에 개입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커진다.
국회의장 선거도 친명·친청 대결 구도
최고위원 보궐선거뿐 아니라 차기 국회의장 선거도 친명·친청 대결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친명 좌장 조정식 의원과 친청을 자처하는 박지원 의원이 맞붙을 전망이다. 김태년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박지원 의원은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내각제다. 본인이 책임총리를 꿈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의장이 되면 개헌을 추진하고, 개헌 내용은 이원집정부제 권력구조 재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지원 의원은 비리 의혹에 휩싸인 박우량 전 신안군수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우량 전 군수는 각종 비리 의혹으로 군수직을 상실했다가 광복절 사면으로 복귀해 정청래 대표의 특보가 됐다. 이대로 가면 공천을 받아 5선 군수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신안군은 인구 3~4만 명인데 1년 예산이 1조원에 달한다.
KTV, 대통령 칭찬 부분 왜 삭제했나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업무보고 영상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칭찬 부분이 삭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너무 잘하고 계셔 가지고 특별히 뭐 할 얘기가 없는데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K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 부분이 통째로 빠졌다.

최동석 처장은 임명 과정에서 윤건영 의원 등 친문계 인사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다. 그러나 인사혁신처장이 된 뒤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대통령의 공개적인 칭찬을 KTV가 자체 판단으로 삭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 외압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극우 정당으로 고착화되는 길과 중도 확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민주당은 양정철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우면서 개혁적 공천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당원 주권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인선은 특정 세력에 유리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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