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김관영 "정청래 사당화 심판, 42%가 발판"
무소속 41.8% 득표 전북지사, 13일 단독 인터뷰서 깜깜이 조직동원 증언
깜깜이 직전 조승래 사무총장 전북행, "조직이 판을 뒤집었다"
12시간 제명에 "CCTV는 말이 없다", 복당 로드맵은 유효
송영길 징계 요구엔 "지나치게 옹졸한 판단"
김관영 전북지사를 13일 전주에서 만났다. 무소속으로 41.8%, 38만6천여표를 얻고도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에게 진 지 열흘째였다.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열흘 지났으니까요."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패배의 원인을 묻자 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조직이었다.
깜깜이 직전, 무슨 일이 있었나
김 지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른바 깜깜이 기간을 분수령으로 꼽았다. 먼저 6년 전 군산에서 무소속으로 3선에 도전했던 기억을 꺼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3% 이겼는데, 개표함을 여니 20% 차로 졌다"고 했다. 숨은 민주당 표의 위력을 그때 체감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판박이였다. 공표 금지가 시작되자 네거티브가 쏟아졌다. "제 플래카드가 하나 걸리면 그 주변을 비방 플래카드가 겹겹이 둘러쌌다"고 그는 말했다.

조직은 사전투표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김 지사는 그 신호탄으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전북행을 지목했다. "사무총장이 밤에 내려와 후보들을 다 불러 모았다"고 했다. 이원택 후보 당선을 위해 뛰라는 주문이었고, 개표 결과가 선거구별 성적표로 매겨지니 누구도 발을 뺄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든 근거는 무투표 당선이다. "도의원 40여명 중 스무 명 넘게 상대 후보 없이 당선됐다. 이 사람들이 전부 이원택 후보 운동원이 됐다." 경쟁할 선거가 없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표심의 결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었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 얘기를 전했다. "나 김관영 좋아해, 그러면 1번 찍으면 되지" 하는 분이 많았다고 했다. 상대 캠프는 이걸 거꾸로 파고들었다. "김관영 좋아하시면 김관영 찍으세요, 1번입니다." 무소속 후보의 이름이 기호 1번에 얹히는 순간이었다.
42%는 정청래 퇴진 발판
그래도 김 지사는 42%에 가까운 표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선거 내내 외친 구호가 "김관영 당선, 정청래 사퇴"였다. 출마의 명분은 분명했다. "정청래 대표의 사당화, 공천 과정의 사심 개입을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당선엔 닿지 못했지만 그는 이 표를 8월 전당대회로 끌고 갔다. "정청래 대표를 퇴진시킬 발판을 마련했다. 그게 전북의 42%다." 이원택 후보가 얻은 51%를 두고도 한마디 했다. "민주당이라 찍은 표지, 정 대표 연임에 찬성한 표가 아니다."
비상징계 12시간, 그리고 CCTV
김 지사는 자신의 제명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비상징계로 단 12시간 만에 제명됐다. 소명 절차도 없었다." 청년들과의 모임에서 돈이 오간 CCTV가 발단이었다. "CCTV는 말이 없다. 돈을 주는 장면만 나온다." 돈을 되돌려준 정황과 모임의 성격까지 보면 제명할 일이 아니라고 그는 했다. 중앙당이 경찰이나 선관위보다 먼저 음식점에서 CCTV 원본을 확보해 간 점도 의심했다. 처음부터 제명으로 결론이 정해져 있었다고 봤다. 비상징계가 절차도 없이 대표 한 사람의 권력으로 휘둘러졌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복당 로드맵은 그대로라고 했다. 비상징계 사유가 풀리면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구상인데, 정 대표 체제에선 어렵다고 봤다.
송영길 징계 요구엔 "옹졸한 판단"
송영길 의원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올라갔다. 이원택 후보 측이 선거 직후 송 의원 징계를 요구한 데 대해서다. "송 대표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을 했다. 전략적 포인트를 제대로 짚었다"고 평가했다. 전북에 당력을 쏟지 말고 부산 북구나 서울, 대구·경남 같은 험지에 자원을 보냈어야 했다는 게 송 의원의 취지였다. 김 지사는 자신이 누가 당선되든 복당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패배는 아니라고 했다. "민주당의 패배가 아니라 정청래 대표의 패배다." 당대표까지 지낸 사람의 충언을 해당 행위로 모는 건 "지나치게 옹졸한 판단"이라고 그는 잘라 말했다.
대통령 회견, 그리고 권력투쟁
대통령 기자회견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김 지사는 지난 8일 회견을 정청래 대표를 향한 경고로 읽었다. 여당일 때는 그릇이 돼야 한다는 대목이 정 대표를 겨냥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가장 걱정하는 그림을 꺼냈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싸우면 윤석열·한동훈의 재연이 된다. 그러면 나라가 절단난다." 정 대표가 권리당원 표를 믿고 연임을 강행한다는 시각엔 선을 그었다. "호남은 권리당원 민심과 전체 민심이 거의 동조화된다"는 게 도지사 선거를 여러 번 치른 그의 경험이다. 호남은 이미 정 대표에게 상당한 평가를 내렸다고 봤다. 정 대표가 끝내 연임에 나서면 임기 만료 뒤 저지에 힘을 보태겠다고도 했다.
인터뷰 끝머리, 그는 호남 정치의 뿌리를 건드렸다. "공천이 곧 당선인 곳에선 입에 담기 어려운 불법이 공천 과정에 끼어든다." 권리당원 500명, 1천명을 쥔 사업가가 후보와 거래하는 구조도 거론했다. 일을 잘해 공천받는 게 아니라 보스에게 잘 보여 공천받는 풍토, 그것이 지역 낙후의 뿌리라고 했다. 그는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를 다시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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