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85억원 추징과 영업정지로 폐업 위기에 몰렸던 선라이즈(카리나F&T)에 26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났다. 밀수 혐의로 사실상 죽은 기업이나 다름없던 선라이즈가 정권 교체와 함께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한 배경은 무엇일까.
뉴탐사가 선라이즈의 마지막 대표이사 김성수씨와 1시간 넘게 진행한 단독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선라이즈는 2019년부터 이미 영업정지 상태였다. 김 대표는 "2019년 세관에서 수사가 들어가 85억 6천만원을 추징당했고, 2020년부터는 아예 영업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2022년 5월 16일에는 입주허가까지 취소된 상태였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 윤석열 대통령 취임(2022년 5월 10일) 직후에 느닷없이 거액의 투자자가 등장한 것이다.
선라이즈 사건 주요 경과
동진티엔에스·강영임씨, 최대주주 등극 (20억원 투자)
대선 2주 전 급조된 페이퍼컴퍼니 '동진티엔에스'
선라이즈를 인수한 동진티엔에스는 2022년 2월 24일, 대선 불과 2주 전에 설립된 신생 법인이었다. 이 회사는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20억 5천만원을 들여 선라이즈 지분 51%(41만주)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김 대표는 "동진티엔에스가 15억원을 유상증자했는데 그게 바로 날렸다. 주식이 날려버린 것"이라고 증언했다.
뉴탐사가 2024년 7월 23일 인천 송도에 있는 동진티엔에스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넓은 사무실에는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직원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옆 사무실 관계자는 "한두 명이 가끔 왔다 갔다 하는 정도"라며 "최근 한 달 정도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가 "6월달쯤에 법인을 청산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그런 것 같다"고 동의했다. 선라이즈가 폐업한 2025년 6월 10일과 거의 같은 시기다.
'OO ENC'라는 2600억 투자자의 정체
김성수 대표에 따르면 2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업체는 'OO ENC'였다. 김 대표는 "용인 쪽에 물류창고를 많이 지은 업체로, 대림이 공사하고 OO ENC가 설계하는 양반"이라며 "경기도에까지 설계도를 다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업체의 실체는 의문스럽다. 김 대표는 "영업이익만 1천억원 대 이상이 됐다"고 주장했지만, 뉴탐사가 확인한 결과 이 회사는 직원 13명의 건축설계업체로 자산총계 240억원, 영업이익 9900만원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였다. 김 대표조차 "자산총계가 160억밖에 안 되는데"라며 의아해했다.
세관 출신들이 만든 '밀수 창구' 선라이즈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의 시작에 대해 "2017년까지는 세관 직원들이 거기 많이 근무했다. 세관 직원들이 퇴직해서 농산물 가공사업을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그놈들이 장난이 많다. 밀수 사건이 두 번 적발됐고, 세 번째 되니까 2022년 5월 16일자로 입주허가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김 대표가 "나평원이한테 들어보니까 사업자로 선정되자마자 70억에 팔라고 했다더라"며 "입주권이 70억짜리였다"고 증언한 부분이다. 선라이즈의 입주권 자체가 막대한 이권이었음을 보여준다.
2023년 2월 부지 매매 계약과 삼부토건 인수의 기묘한 일치
김 대표는 "OO ENC가 2023년 2월달에 45억에 부지 매매 계약을 했다"며 "2억 정도 계약금을 줬다가 대법원에서 (추징금) 감액이 안 되니까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DYD가 삼부토건 지분을 완전히 매수한 시점과 일치한다.
김 대표는 OO ENC의 투자 철회 시기를 "2023년 1월"이라고 했다가 "2023년 2월 부지 매매 계약"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런 혼선은 2024년 12월 계엄 실패 직전까지 투자 협상이 계속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강영임의 등장과 최은순 커넥션
동진티엔에스와 함께 선라이즈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 있다. 최은순의 40년 지기 강영임씨다. 강영임은 농업회사법인 세아식품 명의로 선라이즈 주식 5000주를 취득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강영임 씨는 잘 모른다. 허브원에서 매입했다는데"라며 거리를 뒀다.
김 대표는 또한 "지금 유튜브에서 최순실이고 김건희 어쩌고 하는데 전혀 관계없는 거다"라며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선라이즈가 처음 만들어질 때 상황에 대해서는 "깊숙이는 모르지만 들은 것은 알고 있다"고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국내 판매 금지 조치와 권력의 개입
김 대표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더 밝혔다. "2019년 적발 이후 국내 시판은 안 되고 제3국 수출만 하게끔 고시를 바꿨다"는 것이다. 수입 농산물을 가공해 국내에 판매하는 길이 원천 차단된 것이다. 이는 개인 주주들을 압박해 주식을 팔게 만드는 수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동진티엔에스가 과반 주식을 보유하려 했다"며 "OO ENC와 동진티엔에스가 믿을 놈들이 없으니 경영진을 싹 교체하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그래서 대표이사로 영입됐다는 것이다.
오빌트랜스포터의 최종 낙찰과 선라이즈의 종말
2024년 12월 계엄 실패 이후 OO ENC의 투자 계획은 완전히 무산됐고, 대신 오빌트랜스포터라는 회사가 경매를 통해 선라이즈 부지를 낙찰받았다. 김 대표는 "경매로 다 매각됐다. 하나도 없다"며 선라이즈의 완전한 소멸을 확인했다.
선라이즈는 2025년 6월 10일,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날 최종 폐업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과 함께 부활을 꿈꿨던 밀수 창구가 정권의 몰락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특검이 주목해야 할 권력형 비리의 전형
영업정지에 입주허가 취소까지 된 기업에 26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다. 김 대표의 증언대로 "옛날에도 추징금이 있어도 입주허가 취소는 안 됐다"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개인 주주들을 압박했고, 동시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세력이 개입했음을 시사한다.
세관 출신들이 만든 밀수 창구, 대선 직전 급조된 페이퍼컴퍼니, 실체 없는 2600억 투자자, 최은순의 40년 지기 강영임의 등장. 이 모든 정황은 윤석열-김건희-최은순으로 이어지는 권력형 비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검은 선라이즈 사건을 통해 김건희를 넘어 최은순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