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정천수, 직원 9명 부당해고 다투다 법정서 아들 채용 사실 인정
자회사 스튜디오더탐사 대표는 정천수, 사내이사는 아내와 아들
해고 무효 항소이유서에 아들 정상윤을 회사 직원으로 적시
2024년 방송선 "내 아들"이 편집 도맡는다고 직접 거론
'더탐사' 간판 지우면서도 가족 임원 자회사 이름은 그대로 유지
열린공감TV 실질적 운영자인 정천수가 직원 9명을 부당해고한 뒤 그 빈자리를 자신의 아들로 채운 사실이 법정 기록에서 확인됐다. 정천수 측은 부당해고를 다투는 항소심 서면에 아들 정상윤을 회사 직원으로 적었다. 정상윤은 정천수가 대표를 맡은 자회사 스튜디오더탐사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이 자회사의 또 다른 임원은 정천수의 배우자다. 9명이 떠난 회사에 가족이 남은 구조를, 정천수가 자신의 서류로 보여준 셈이다.
항소이유서에 적힌 아들 이름
정천수 측은 지난 5월 7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이유서를 냈다.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의 소송대리인은 이제일 변호사다.
핵심 주장은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2023년 9월 22일 맺은 노사 단체협약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어겨 효력이 없다는 논리다. 이 주장을 세우려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이 따로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정천수 측은 노조 밖 직원이 있었다며 명단을 법원에 냈다. 그 명단에 정상윤이 들어 있었다. 항소이유서에는 정상윤을 두고 "원고 법인이 운영하던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열린공감TV)의 직원이었던 정상윤"이라고 적혀 있다. 정천수 측 스스로 정상윤을 회사 직원으로 못박은 것이다. 정상윤은 정천수의 아들이다.
노조를 흔들려던 주장이 거꾸로 아들 채용을 드러냈다. 단체협약 무효 주장은 1심에서 이미 깨졌다. 서울행정법원은 강진구가 단체협약을 맺을 때 회사를 대표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정천수 측은 항소심에서 같은 주장을 더 밀어붙였고, 그 무리수로 새 약점을 노출했다.
방송에서 직접 밝힌 "내 아들"
정천수는 2년전 이 사실을 방송에서 먼저 꺼냈다. 2024년 10월 28일 열린공감TV 방송에서다. 누군가 아들을 조롱하는 글을 썼다며, 정천수가 직접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정천수는 아들을 "꽤 능력 있는 친구"라고 했다. 아들이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와서 아버지를 도와달라고 불렀다고 했다. 그 말에 아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왔다는 것이다. 방송 화면에는 정천수와 아들이 마주 앉아 도시락을 먹는 장면이 흘렀다.
아들의 역할도 정천수 입으로 설명했다. 아들이 회사의 "모든 편집을 다 책임지고" 있다고 했다. "아무 직원도 없이" 혼자 일한다고 했다. 방송을 내보내는 자리에도 그 아들이 앉아 있다고 했다. 박봉에도 "아버지를 위해" 헌신한다고 덧붙였다.
당시는 직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난 뒤였다. 직원 9명을 내보낸 자리에 아들이 들어와 핵심 업무를 맡은 것이다. 정천수는 방송에서 그 아들을 두둔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지나, 정천수는 같은 아들을 부당해고 항소심에서 단체협약을 깨는 근거로 법원에 내밀었다.
가족이 임원인 자회사 스튜디오더탐사
정상윤의 이름은 다른 서류에도 있다. 더탐사 시절 세운 자회사 스튜디오더탐사의 법인등기부다. 이 회사 사내이사에 정상윤이 올라 있다. 대표이사는 정천수다. 또 다른 사내이사는 정천수의 배우자 양OO다. 정천수는 앞서 열린공감 법인을 세울 때도 양OO를 명목상 감사로 선임했다. 가족을 임원으로 앉히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스튜디오더탐사는 2023년 1월 설립됐다. 본점은 열린공감TV 사무실과 같은 별내 건물이다. 회사 목적에는 일반음식점과 언론업, 유튜브 채널 운영업이 들어 있다. 1층에서 운영하던 카페가 이 회사다.
이름도 그대로 남겼다. 정천수는 2023년 11월 본사 이름을 시민언론더탐사에서 열린공감으로 되돌렸다. 강진구 등이 쓰던 더탐사 간판을 지운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가족이 임원으로 있는 자회사의 이름만은 스튜디오더탐사로 두었다. 지울 이름과 남길 이름의 기준이 가족이었던 셈이다.
직원 9명은 모두 부당해고였다
해고의 실체는 법원이 두 차례 가렸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는 김은도 등 PD 2명의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올해 1월 22일 같은 법원 제13부는 권지연 등 7명의 해고도 부당하다고 봤다. 두 판결로 해직 노동자 9명이 전원 승소했다.
법원은 갈등의 원인을 정천수 측에서 찾았다. 정천수가 세운 새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유도 밝히지 않고 무기한 유급휴가를 통보했다. 사무실을 폐쇄하고 취재 자료 접근을 막았다. 직원들이 쓴 기사도 지웠다. 출근하라면서 장비도 없는 1층 휴게실로 오라고 했다. 법원은 "해고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시했다.
두 판결 모두 소송비용은 정천수 측이 부담한다. 해고 기간의 임금도 모두 줘야 한다. 정천수가 물어야 할 체불임금은 약 10억원에 이른다. 항소심도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방송에선 '피해자' 코스프레
정천수는 지난 11일 밤 방송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보였다. 그는 한 시간 가까이 자신을 피해자로 그렸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했다. 6년간 고소고발 210건을 당했지만 유죄로 확정된 건 없다고 했다. 회사가 문을 닫게 된 책임은 "강진구 일당"과 진영논리에 빠진 지지자들에게 돌렸다.
호소는 구체적이었다. 직원 월급을 못 주고 자신도 몇 달째 무급이라고 했다. 대출로 버텼고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라고 했다. 변호사 비용도 후불로 미루고 있다고 했다.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런 호소는 처음이 아니다. 정천수는 2024년 10월 "망했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9월에는 "3개월 후 청산"을 예고했다. 올해 2월에는 법인 정리를 입에 올렸다. 그때마다 회사는 문을 닫지 않았다.
정작 자기 책임은 말하지 않았다. 아들 채용도, 가족이 임원인 자회사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9명 부당해고로 10억원을 물게 된 사실도 꺼내지 않았다.
피해자 서사의 핵심, 폭행 사건
정천수가 피해자 자리에 설 때 가장 많이 꺼내는 카드가 폭행 사건이다. 발단은 2023년 3월 5일 생방송이다. 정천수는 직원 A씨와 동료를 거론하며 두 사람을 불륜 관계처럼 말했다. 근거 없는 이야기였다.
A씨는 2023년 3월 14일 이사회에서 사과를 요구했다. 정천수는 "법대로 하라"며 거부하고 자리를 빠져나가려 했다. 실랑이 과정에서 정천수가 A씨를 밀쳐 인대가 파열됐다. 정천수는 오히려 A씨와 강진구·박대용·최영민을 공동폭행으로 고소하고 1억원을 청구했다.
결과는 정천수의 주장과 멀었다. 형사 1심에서 공동폭행은 전원 무죄였다. 강진구는 불기소, 박대용과 최영민은 무죄였다. 민사에서는 1억원 가운데 300만원만 인정됐다. 본소 비용의 90%도 정천수 몫이었다.
정천수는 "뉴탐사 일당 폭행 유죄"라는 58초 영상을 올렸다. 법원은 이 영상을 "진실이 아닌 내용"이라며 삭제를 명령했다. 정천수가 낸 가처분이의도 기각됐다. 불륜설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5월 20일 검찰에 송치됐다. 정천수는 11일 방송에서 이 가운데 어느 것도 해명하지 않았다.
정천수는 방송에서 자신을 피해자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직접 법원에 낸 서면과 등기소 기록이 그 주장을 뒤집는다. 직원 9명을 부당하게 내보내고 그 자리에 가족을 앉힌 사람은 정천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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