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한동수 감찰부장 시절, 김영일 견책·검사 22명 무혐의

1조원대 사기범 검사실 통화 방치에도 최저 징계에 그쳤다

김영일 검사, 사기범 사적통화 6차례 방치하고 견책 처분

한동훈·신자용 등 지휘라인은 모두 혐의없음으로 종결

박수종 변호사와 통화한 검사 22명, 감찰 회신조차 없어

2026-07-09 09:03:14

1조원대 다단계 사기범을 검사실로 불러 외부와 통화하도록 방치한 검사가 받은 처분은 견책이었다. 검사 징계 여섯 단계 가운데 가장 낮다. 승진이 한 해 밀리는 것이 전부다. 처분 날짜는 2022년 1월 7일. 문재인 정부 말기다. 당시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한동수였다.


뉴탐사는 8일 방송에서 공익제보자 김희석씨와 함께 이 견책에 이르는 과정을 되짚었다. 김씨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 스폰서 사건을 세상에 알린 인물이다. 그는 2019년부터 김영일 검사의 비위 증거를 대검과 법무부에 제출했다. 검사 감찰이 속 시원하게 이뤄진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짧게 답했다. "없었습니다."


검사실 전화로 범죄수익 은닉 모의


법무부가 밝힌 김영일 검사의 징계 사유는 이렇게 적혀 있다. 2018년 6월 18일부터 7월 2일까지 검사실에서 수용자가 외부인인 지인과 여섯 차례 사적 전화 통화를 하도록 방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무를 게을리했고,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해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돼 있다. 여기서 수용자는 김성훈 전 IDS홀딩스 대표다. 피해자 1만2000여명, 피해액 1조원을 넘긴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이다.


그 여섯 차례 통화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뉴탐사가 이미 녹취록으로 보도했다. 김성훈측 인물들은 홍콩에 있는 자금을 두고 대화한다. 자신들이 악질로 규정한 피해자들에게는 돈을 나눠 주지 말자고 한다. 피해자 단체 대표를 횡령 혐의로 몰아 조직을 와해시키겠다는 말도 나온다. 인터넷에 분란을 일으켜 보여 달라는 요구까지 오간다. 김성훈이 파산 선고를 받아 숨긴 재산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던 시점이었다.


대화가 오간 곳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김영일 부부장검사의 검사실이었다. 쓰인 전화도 그 검사실 전화였다. 김씨는 자신이 확보한 것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저것도 겨우 여섯 번, 제가 그 녹취록을 확보한 것뿐이지 이들은 수십 번, 거의 매일 통화하고 했습니다." 김성훈은 검사실에서 외부인을 만나고 식사도 했으며 배우자와 통화하고 만났다는 것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법무부는 이 모두를 품위 손상으로 정리했다.


음주운전 검사보다 가벼운 처분


같은 시기 법무부 징계를 받은 다른 검사들과 비교하면 견책의 무게는 더 가벼워진다.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검사는 감봉 1개월을 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 0.038 상태로 2km를 운전한 검사는 정직 1개월이었다. 수사관과 실무관, 사건 관계인을 무시하거나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검사는 정직 3개월을 받았다. 1조원대 사기범에게 검사실을 내준 검사만 견책이었다.


김영일 검사는 이후 수원지검 2차장검사 직무대리로 옮겨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박상용 검사와 견줘 보면 사정이 뚜렷해진다. 박 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부적절하게 소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검이 청구한 징계는 정직 2개월이었다. 박상용 검사의 상대는 이재명 대통령과 얽힌 정치적 사건이었다. 김영일 검사의 상대는 1만명이 넘는 금융 피해자를 낳은 사기범이었다. 비위 사실만 놓고 보면 어느 쪽이 무거운지는 분명하다.


한동훈·신자용은 책임 없다고 회신


김씨가 대검에 요청한 감찰 대상은 김영일 검사 한 명이 아니었다. 당시 특수1부장 신자용, 3차장 한동훈, 박찬호까지 지휘 라인을 함께 징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근거로 검사 윤리강령과 내부 규정을 들었다. "검사 윤리강령이나 검사 그 내부 규정을 보면 그 지휘부가 함께 책임지기로 되어 있습니다."


대검이 보낸 처분 결과 통지서에는 김영일 검사만 징계 개시가 됐고 나머지는 혐의없음으로 처분한다고 적혀 있다. 문서 하단에 찍힌 이름은 감찰부장 한동수다. 재소자들이 검사실에 매일같이 드나드는 상황을 부장검사가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 김씨의 반론이다.


박수종 엑스파일, 22명 검사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김씨가 2020년 1월 대검에 낸 감찰 요청은 또 있다.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박수종씨와 통화한 현직 검사 22명 건이다. '박재벌'로 불린 박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피의자였다. 2015~2016년 이 검사들과 수시로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았다. 명단에는 당시 청와대에 파견돼 있던 주진우 검사가 있다. 뒷날 검찰총장이 되는 이원석 검사, 심우정 검사도 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박씨와 33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인사청문회에서 박주민 의원이 이유를 묻자 그는 법조 브로커 검거를 위해 참고 사항을 문의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대검 감찰부에서 제가 사실관계 조사를 받았고, 전임 감찰부장이었던 한동수 감찰부장이 문제 없다는 것으로 결론 지어서 처리가 됐습니다." 감찰에 걸린 기간은 2년 반이었다.


김씨는 대검에서 답이 오지 않자 법무부에도 감찰을 요청했다.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박은정 의원이다. 돌아온 답은 대검으로 이첩했다는 통보였다. 그 뒤로 회신은 없었다. "민원을 제기했으면 회신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돼 있고, 저한테는 지금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습니다." 박은정 의원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재명 정부 1년간 정치검사 가운데 처벌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전화기 너머,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뉴탐사는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에게 직접 물었다. 왜 김영일 검사가 견책에 그쳤는지, 22명 검사 감찰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한 전 부장은 답을 피했다. "제가 감찰했던 업무여서 제가 답변드릴 지금 적절치 않은 거 같은데요." 지금은 형사소송법 개정이 현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자기 일을 계속했다. 취재진이 끊고 다시 걸자 그때부터는 받지 않았다.


한 전 부장은 감찰부장 시절 거짓 프레임과 내부 공격에 맞선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다. 진실은 가릴 수 없고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고도 썼다. 지금은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


박수종씨 사건의 다른 축에는 이성윤 의원이 있다. 박씨는 2020년 상상인 유준원 회장과 함께 구속됐다. 두 사람의 공모 관계는 공소장에서 빠졌고 재판도 분리됐다. 두 사람은 2015~2016년 1년 동안 1000회 가까이 통화한 사이다. 박씨는 유 회장 회사 주식을 대량 보유했고 주식담보대출도 받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공모를 묶지 못했다. 김씨가 2023년 경찰에 다시 고발했지만 불송치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상상인 관계자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이 다 살펴본 사안이라는 것이다. 수사 지휘자가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니 그에게 물어보라고도 했다. 이 의원이 지휘한 기간은 7개월이었다. 그의 지휘를 받던 반부패수사1부장 전준철 검사는 뒷날 검찰을 떠났다. 그리고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을 변호했다. 이 의원은 그를 김건희 종합특검 후보로 추천해 논란을 빚었다.


뉴탐사는 이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고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 답은 오지 않았다. 8일 국회에서 직접 만나 박수종·유준원 사건을 살펴본 것이 맞는지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검사가 금융 피의자와 적게는 수십 차례, 많게는 수백 차례 통화했다. 그 이유를 설명한 사람은 아직 없다. 김씨는 검찰 개혁을 말하는 국회의원들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런 잘못된, 부패한 검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하지 않는 이상, 그 조직의 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뭐 변하는 게 있겠습니까." 공소청이 만들어져도 감찰 조직은 그대로 옮겨 갈 것이고,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걱정이다.


김씨는 공익제보를 하고도 고소를 당해 재판을 받았고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보자까지 기소하는 검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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