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박형준 부산시장의 퐁피두 퍼주기 협약, 조현 화랑은 왜 프랑스에 동행했나

부산시 혈세 4000억 투입하면서 비밀 MOU 체결…모든 비용 부산시 부담, 프랑스법 적용

퐁피두 부산 분관 MOU 전문 비공개, 투자심사까지 면제

모든 비용 부산시가 부담…세금·보험·운송료까지 떠안아

프랑스어·영어로만 작성, 프랑스법 적용…서명도 상하 배치

투자심사 면제, 부산엑스포 2030에 끼워넣어 통과시켜

조현화랑 소속 작가, 2022년 프랑스 방문에 동행

타당성 용역은 숙명여대에…김건희씨 논문 표절 심사 진행 중이던 시기

2026-04-14 01:04:02

박형준 부산시장이 추진 중인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 사업의 비밀 협약 내용이 드러났다. 건립비 1100억원을 포함해 총 4000억원 규모의 혈세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모든 비용을 부산시가 부담하고, 협약서는 프랑스법을 따르며, 투자심사마저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장의 부인 조현씨가 운영하는 조현화랑 소속 작가가 협약 초기 단계부터 프랑스 방문에 동행한 정황도 포착돼, 이 사업이 과연 부산 시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부산 현지 취재와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 인터뷰, 이소영 의원실이 입수한 비공개 문건 등을 토대로 확인한 내용이다.


비밀 MOU, 존재 자체도 공개하지 말라


부산시는 2024년 9월 9일 퐁피두센터와 화상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31년 개관을 목표로, 2027년 착공 일정까지 잡아놓은 상태다. 그런데 이 MOU에는 협약의 존재 자체를 공개하지 말라는 조항이 들어 있다.


MOU 6조 1항에는 "각 당사자는 본 양해각서의 존재, 목적 및 조건에 관한 어떤 정보도 제3자 또는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적혀 있다. 비밀 유지 기간은 10년이다. 부산시의회에만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예산 승인을 받으려면 시의회를 거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계획된 공개가 아니었다. 2023년 국정감사 당시 이소영 의원실 보좌관이 부산시의회 홈페이지에 실수로 올라온 심사보고서를 발견해 다운받은 것이다. 이후 해당 자료는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심사보고서 상단에는 '대외주의'라고 적혀 있었다.


모든 비용 부산시가 댄다


MOU의 핵심은 돈이다. 부산시는 퐁피두센터에 연간 400만 유로(현재 환율 약 7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 5년 계약에 총 2천만 유로, 10년이면 4천만 유로다. 이 가운데 200만 유로는 작품 렌탈비, 나머지 200만 유로는 브랜드 사용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작품을 가져오고 반납하는 물류비, 목상자 포장·해체·재포장 비용, 보험료, 통관 절차 비용까지 전부 부산시 몫이다. 보험사도 퐁피두 본사가 지정한 곳을 써야 하고, 물류회사도 그 보험사가 요구하는 업체를 써야 한다. 부산시의 선택권은 없다.


더 황당한 대목이 있다. 퐁피두센터가 부산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세금까지 부산시가 대납하도록 돼 있다.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는 "퐁피두는 전혀 투자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완전히 봉 잡은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법 적용, 서명은 상하 배치


협약서는 영어와 프랑스어로만 작성됐다. 한국어본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상 이견이 생기면 영문본이 우선하고, 분쟁은 파리 국제중재원 규칙에 따라 처리한다. 적용 법률은 프랑스법이다.


서명란 배치도 눈에 띈다. 통상 국가 간 협약이나 기관 간 계약에서 서명은 좌우로 나란히 배치한다. 그런데 이 MOU에서는 퐁피두센터 회장 서명이 위에, 박형준 시장 서명이 아래에 놓여 있다. 남 교수가 프랑스 유학 경험자에게 확인한 결과, 프랑스에서 상하 배치는 주종 관계에 있는 기관 사이에서 쓰는 형식이다.


서명 자체도 비공개 대상이었다. 남 교수는 "저 서명 배치가 보이면 굴욕적이니까 박형준 시장 쪽에서 비공개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심사 면제, 부산엑스포에 끼워넣었다


300억원 이상 공공사업은 투융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보통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정부 지정 기관이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다. 그런데 퐁피두 부산 사업은 이 심사를 면제받았다.


경위가 기묘하다. 2023년 11월 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부산엑스포 2030 유치를 위한 홍보 비용이 급하다는 명목으로 투자심사 면제가 결정됐다. 퐁피두 사업이 여기에 함께 끼워 들어갔다. 그런데 불과 20일 뒤 부산엑스포 유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려 실패했다.


엑스포가 무산됐으면 면제 근거도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부산시는 2024년 10월 퐁피두센터 투자심사 면제를 별도로 신청하면서, 2023년 11월 회의에서 이미 면제를 받았다는 논리를 들이댔다. 면제는 그대로 확정됐다.


남 교수는 "처음부터 엑스포가 실패할 것을 알고 퐁피두를 함께 태운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런 내용의 협약이 정상적인 투자심사를 통과할 리 없기 때문에, 심사 자체를 우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현 화랑은 왜 프랑스에 갔나


2022년 1월 19일, 박 시장은 프랑스 퐁피두센터를 방문해 사실상 합의를 이뤘다. 공식 MOU 체결은 이듬해였지만, 실질적 협의는 이때 이루어진 것이다.


이 자리에 박 시장의 부인 조현씨와 조현화랑 소속 작가가 동행했다. 조현화랑은 부산 최대 규모의 민간 화랑이다. 부산시 재정이 투입된 공공 기관이 아니다. 부산시 혈세로 추진하는 사업의 초기 협상 자리에 민간 화랑 관계자가 왜 함께 갔는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퐁피두 분관이 들어서면 작품 선정과 중계를 매개하는 업체가 필요하다. 취재 결과, 그 역할이 조현화랑에 돌아갈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 앞서 2021년 보궐선거 당시에도 해운대 엘시티 앞 16억원 규모의 조형물이 조현화랑을 통해 납품된 바 있다. 당시 취재 결과, 해당 작가의 작품 중 1억원을 넘는 것이 없었다.


타당성 용역은 숙명여대에


사업 타당성 조사를 맡은 곳도 논란이다. 통상 KDI 등 정부 지정 기관이 담당하는 용역을 부산시는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에 맡겼다. 김건희씨의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심사가 숙명여대에서 진행되던 시기와 겹친다.


남 교수가 이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세계 유수 미술관을 비교 검토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결론은 처음부터 퐁피두로 정해져 있었다. "답정너식 보고서"라는 것이다. 1차와 2차 용역 보고서의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발견됐다.


연간 70억 적자, 서울과 경쟁까지


부산시의회에 제출된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의 연간 예상 적자는 70억~80억원이다. 부산시 스스로 인정한 수치다. 미술관 운영 수익은 연 50억원인데, 운영비·인건비 등을 합치면 적자를 면할 수 없다.


서울에는 하나그룹이 민간 자본으로 추진한 퐁피두센터 서울(하나 퐁피두)이 올해 6월 4일 개관한다. 부산시는 "서울은 5년 계약이고 우리는 영속적"이라고 주장했지만, 퐁피두 본사는 서울과의 계약도 연장 가능하다고 밝혔다. MOU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서울은 민간이 비용을 대고, 부산은 시민 세금을 쓴다. 차이가 크다.


부산시는 건물 건립비만 1100억원, 일대 아트공원 조성까지 합하면 총 4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예정 부지인 이기대공원은 차량 접근이 어려운 산길이다. 도로 조성 등 기반시설 비용은 별도다. 일제강점기 구리 광산이 있던 지역이라 독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으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참여연대는 3월 3일 투자심사 면제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예비 조사에 약 3개월이 걸려, 결과는 6월 이후에 나올 전망이다.


이기대공원 인근에서 만난 부산 시민은 "우리 세금으로 만들어서 왜 입장료를 받느냐"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박 시장을 가리키며 "지 돈인가, 왜 지 마음대로 하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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