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전춘성 진안군수 선거법 위반 사건, 최측근 친동생이 수사팀장

검찰이 전북경찰청 수사를 지휘했지만 사건은 또다시 진안경찰서로 내려갔다

5만원권 고무줄 묶음·단톡방 투표 인증 등 3건 모두 증거불충분 불송치

수사팀장 친누나는 군수 최측근 군청 간부…선거 뒤 부귀면장 영전

군민 345명 탄원서와 검찰 병합 지휘 무시하고 사건 재배당

2026-09-07 07:32:42

전북 진안군수 선거를 둘러싼 금품 살포와 관권선거 의혹이 모두 진안경찰서 문턱에서 멈춰 섰다. 세 건 다 증거불충분 불송치였다. 사건의 중심에 선 전춘성 진안군수는 대면조사는커녕 서면조사도 한 차례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건들을 맡은 진안경찰서 수사팀장은, 전 군수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군청 간부의 친동생이다.


노란 고무줄로 묶은 5만원권


뉴탐사는 지난 5월 진안군수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선거범죄 의혹 세 건을 보도했다. 제보자는 진안에서 평생을 살며 여러 선거를 도왔던 주민이었다. 그는 "이미 짜여진 판에서 놀아나고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라고 했다.


제보의 첫 번째 대목은 현금이었다. 진안군 국회의원 지역사무소의 소장과 간사가 11개 읍면 협의회장들을 차례로 찾아다녔다. 제보자는 "노란 고무줄로 5만 원짜리를 돌돌돌 말아서 고무줄로 묶었답니다"라고 말했다. 소장이 차에서 내리면 간사가 돈을 건넸다고 한다. 1차 경선과 2차 경선을 거치며 금액이 올라갔고, "어떤 사람은 세 번도 받고 몇 번도 받고 이랬다"는 말도 나왔다. 돈을 돌린 읍면책 한 명이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 실명까지 대며 설명하는 녹취도 확보됐다.


두 번째는 단체 카톡방이다. 읍면 협의회장 30여명이 들어 있는 방에서 지역사무소 소장은 4월 11일 전춘성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각 협의회장님 오늘 투표하신 권리당원과 안심번호를 집계하신 협의회장님은 투표 숫자만 이 카톡방에 올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러자 숫자가 줄줄이 달렸다. 34명, 46명에 안심번호 2명, 60명 모두 투표 완료, 94명 완료. 어떤 사람은 전춘성 후보를 찍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려고 통화 녹음을 떠서 방에 올렸다. 소장은 한 협의회장이 올린 동영상과 사진을 각자 휴대전화에서 지우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관권선거다. 군수 비서실장이 효도관광을 떠나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인사했고, 동영상에는 봉투로 보이는 물건을 꺼내는 장면이 잡혔다. 진안군청 소속 공무직 노동자들은 전 군수 선거사무소를 찾아가 지지를 선언했다. 전 군수는 이 장면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진안경찰서는 이 모두에 면죄부를 줬다. 단톡방 건의 불송치 사유가 특히 눈에 띈다. 그 단톡방이 선거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이었다.


진안경찰서 수사팀장의 친누나


진안 군민들이 진안경찰서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진안경찰서 정모 수사팀장은 올해 1월 이 자리에 왔다. 원래 수사 부서 출신이 아니라 과학수사 쪽 경력자다. 다른 내정자가 있었다는 말도 지역에 돌았다. 그가 부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추석에는 진안을 포함한 전북 8개 지자체 여론조사 조작 사건이 터진 상태였다.


정 수사팀장의 친누나는 진안군청 간부다. 군청 감사팀장을 거쳐 문화관광과장을 지냈고, 전 군수의 최측근으로 소문난 인물이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뒤 7월 인사에서 진안군 10개 면 가운데 가장 큰 부귀면의 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효도관광 현장에 나갔던 비서실장도 같은 시기 마령면장이 됐다.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한수용 예비후보는 수사팀장의 부임 시점과 친누나의 면장 영전을 나란히 놓고 봤다. 그는 "뭔가 우연의 일치일 수는 있지만 왠지 느낌이 싸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휘해도 사건은 진안경찰서로


한수용씨는 고발과 진정을 반복했다. 결과는 매번 같았다. 전북경찰청에 접수해도 진안경찰서로 내려갔다. 국민신문고에 진정해도 진안경찰서로 내려갔다.


그래서 전주지검에 직접 고발했다. 담당 검사는 사건 관계자 45명을 입건하고 네 건을 병합했다. 진안경찰서 정 수사팀장과 남모 수사관은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협박 혐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7월 23일 검찰의 결정은 명확했다. 전북경찰청에서 수사하라는 것이었다.


전북청은 그 결정을 지키지 않았다. 병합된 사건을 다시 찢어 날짜까지 달리해 8월 13일 진안경찰서와 무주경찰서로 나눠 보냈다. 진안경찰서 수사관들은 고발인 한씨에게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연락했다. 한씨는 통화에서 "피의자인 수사관이 두 명이 있는 데서는 내가 고발인 조사를 받을 수가 없잖아요"라고 했다.


한씨는 앞서 진안으로 사건을 내려보내지 말라는 경고문을 고발장 앞장에 붙이고 군민 345명의 탄원서를 뒤에 첨부했다. 전북청 사건 배당 담당 경사는 통화에서 탄원서를 다 읽어봤다고 인정했다. 계장과 과장까지 결재를 거쳐 배당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왜 진안경찰서여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씨가 언성을 높이자 전화는 끊겼다.


며칠 뒤 한씨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왔다. 발신자는 정 수사팀장 본인이었다. "한수용님이 제출한 고발 사건 관련하여 수사관 기피 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사팀에서 형사팀으로 재배당하려고 합니다. 출석 일정을 잡으려고 하는데 연락 바랍니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가, 자신을 고발한 사람에게 출석 날짜를 잡자고 한 것이다. 답이 없자 이틀 뒤 같은 문자가 다시 왔다.


한씨의 답장은 이랬다. "피의자 신분인 진안경찰서 정 수사팀장이 직접 연루된 사건을 동일한 진안경찰서 형사과로 이송하여 조사받게 하는 조치를 절대 수용할 수 없음."


진안에는 상품권 사건도 있다. 진안군은 지역상품권을 한 달에 15억원 전후로 발행한다. 1인당 구매 한도는 월 50만원이다. 평소에는 잘 소진되지 않던 이 상품권이 선거를 앞둔 3개월 동안 발행 이틀에서 사흘 만에 바닥났다. 며칠 뒤 시장통에서는 고무줄에 말린 상품권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나왔다. 이 사건도 전북청에 접수했다가 진안으로 내려갔고, 결국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다가 8월 31일 전북청으로 다시 넘겼다.


문 잠근 수사팀장, "관계없다"는 군수


취재진은 진안경찰서로 정 수사팀장을 찾아갔다. 그는 처음에는 응대하려 했다. 그러다 녹음 여부를 물었고, 취재진이 그렇다고 답하자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10명이 함께 근무하는 수사과 사무실 문을 안에서 잠갔다. 동료 직원들도 문이 열리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한 시간 뒤 다시 찾아갔다. 선거사범을 왜 불송치했는지, 부귀면장과 친남매가 맞는지, 본인이 피의자인데 어떻게 수사가 가능한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나가세요"와 "업무방해로 할 거예요"였다.


부귀면장은 남동생 인사를 몰랐다고 했다. "아무리 혈연이라고 해도 그런 얘기를 서로 얘기는 하진 않아요"라고 말했다. 진안군청과 진안경찰서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마령면장이 된 전 비서실장은 두 대목에서 답변을 거부했다. 하나는 군수가 자신을 질책했는지 여부다. 지시하지 않은 일로 논란이 빚어졌다면 군수가 나무랐어야 자연스럽다. 그는 한참 뜸을 들이다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조사 전에 정 수사팀장이 부귀면장의 동생인 줄 알았는지였다. 여기서도 그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조사 뒤에는 알게 됐다고 인정했다. 효도관광 현장에 나간 이유는 "의례적으로 제가 하는 활동"이라고 했고, 영상 속 봉투에 대해서는 참석자 명단을 봤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전춘성 군수에게도 물었다. 조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요. 저하고는 관계가 없어요"라고 답했다. 경찰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가본 적도 연락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단톡방 운영은 몰랐다고 했다. 정 수사팀장이 부귀면장의 동생인 것도 몰랐다고 했다. 비서실장은 알았다고 답한 사실이다.


전북경찰청 취재도 벽에 부딪혔다. 진안 사건 배당 담당자는 이틀 연속 자리에 없었다. 신문고 배당 담당자는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 전화 통화에서 그는 수사는 해당 수사과가, 징계는 해당 청문감사관실이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진안 사건이니 진안으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수사관 기피 신청에 대해서는 "기피도 항상 요구한다고 기피가 되는게 아니고요"라고 답했다.


이 사건은 10월 이후를 미리 보여준다. 10월 2일부터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바뀌고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이 함께 사라진다. 검사에게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남는다. 경찰이 사건을 덮어도 검찰에 고발해 직접 수사를 끌어낼 길은 없어진다. 지금은 그 통로가 살아 있는데도 검찰의 수사 지휘가 묵살됐다. 피의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경찰서로 사건이 세 차례나 돌아갔다. 최강욱 전 의원은 경찰이 사건을 덮으면 언론에 알리면 된다고 했다. 진안 사건은 이미 방송으로 알려졌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난해 추석 무렵 터진 전북 8개 지자체 여론조사 조작 사건은 당시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탄원서까지 올라갔다. 진안은 그 8개 시군 가운데 하나였다.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석 달이 지났지만, 진안에서 고발된 선거범죄 사건 가운데 결론이 난 것은 진안경찰서의 불송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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