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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원유선물 내부자거래 의혹, 미국 CFTC 공식 수사 착수
이란 발표 직전 최대 9억5000만달러 베팅…거래자 식별코드 추적 돌입
트럼프 이란 허위 발표 15분 전, 원유선물 6200건·8700억원 2분 만에 체결
CFTC, CME·ICE에 거래자 식별코드 'Tag 50' 제출 명령…주문자 역추적
3월 23일·4월 7일 두 차례, 합산 최대 9억5000만달러 베팅이 조사 대상
백악관, "미공개 정보로 거래 말라" 내부 경고 이메일…근거 없다면서 왜 보냈나
누군가는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알고 있었다. 3월 23일 트럼프가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거짓 글을 올리기 15분 전, 원유 선물시장에서 8700억원어치 거래가 2분 만에 터졌다. 브렌트유는 15달러 급락했고, 미리 매도한 쪽은 거액을 챙겼다. 4월 7일 휴전 발표 직전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이 거래들의 주인을 찾는 수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는 4월 15일 CFTC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에 거래 데이터 제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뉴탐사는 3월부터 트럼프의 허위 발표와 유가 급락 패턴, 트럼프 가족의 전쟁 수익 구조를 연속 보도해왔다.
3월 23일, 거짓말 15분 전에 돈이 먼저 움직였다
시간을 되돌린다. 뉴욕 시각 3월 23일 오전 7시 4분,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이란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즉각 반박했다. "미국과의 직접 협상은 없다." 거짓말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포착한 건 글이 올라오기 15분 전이다. 오전 6시 49분에서 50분 사이, 브렌트유와 WTI 선물 약 6200건이 2분 안에 체결됐다. 명목가치 약 5억8000만달러(약 8700억원). 같은 시간대 최근 평균의 10배 규모다. FT가 인용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25년 동안 이런 패턴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 글이 올라간 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7달러에서 91달러까지 빠졌다. 15달러 급락이다. 원유 선물을 미리 매도한 쪽은 유가가 떨어질수록 돈을 벌었다. 뉴탐사는 4월 4일 보도에서 이 구조를 분석했다.
9일 뒤인 4월 1일, 트럼프가 같은 수법을 반복했다. "이란 대통령이 휴전을 요청했다." 이란은 또 부인했다. 이번에는 시장이 꿈쩍도 안 했다. CNN은 "며칠간의 속임수에 지친 시장"이라고 보도했다. 거짓말에 면역이 생긴 것이다.
거짓말이 안 통하자, 진짜 합의를 만들었다
4월 7일, 파키스탄 중재로 실제 휴전 합의가 나왔다. 브렌트유가 12% 급락했다. 뉴탐사는 4월 9일 보도에서 이 합의의 실체를 분석했다. 서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감시 장치도 없었다. 하루 만에 무너졌다. 서명 없는 구두 선언이었다.
이 발표 직전에도 원유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거래가 터졌다. 4월 9일 엘리자베스 워런·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이 CFTC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4월 7일 휴전 발표 수 시간 전 약 9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유가 하락 베팅이 이뤄졌다.
정리하면 이렇다. 거짓말로 15% 급락. 같은 거짓말로 0%. 진짜 합의로 12% 급락. 시장이 말에 면역이 생기자 진짜 합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세 번 모두, 발표 직전에 누군가가 돈을 걸었다. CFTC가 쫓는 건 바로 그 누군가다.
트럼프 이란 발표 직전 거래 — 세 차례 패턴
브렌트유 기준 | FT·블룸버그·상원의원 서한·CNN 교차확인
| 3월 23일 | 4월 1일 | 4월 7일 | |
|---|---|---|---|
| 발표 내용 | "이란과 생산적 대화" 허위 |
"이란 대통령이 휴전 요청" 반복 허위 |
"이란과 2주 휴전 합의" 파키스탄 중재 |
| 직전 거래 | 15분 전, 2분간 6,200건 5억8000만달러(약 8,700억원) 같은 시간대 평균의 10배출처: FT |
— 시장 무반응 |
수 시간 전 ~9.5억달러 (약 1조4,000억원)출처: 상원의원 서한 |
| 유가 반응 | -15달러 107→91달러 |
0달러 시장 면역 |
-12% 다시 급락 |
| CFTC 수사 | 조사 대상 ① | — | 조사 대상 ② |
CFTC 위원장 마이클 셀리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다(2025년 12월 취임). 트럼프 임명 CFTC가 트럼프 발표 직전 거래를 수사하는 구조.
출처: FT(3/23), 블룸버그(4/15), 워런·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 CFTC 서한(4/9), CNN(4/2)
CFTC가 요구한 'Tag 50', 국내 보도가 빠뜨린 것
CFTC의 수사 방식이 드러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FTC는 CME와 ICE에 'Tag 50'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Tag 50은 선물시장에서 거래자를 식별하는 고유 코드다. 어떤 브로커를 거쳤는지, 어떤 법인 명의인지, 어떤 트레이더 개인이 주문 버튼을 눌렀는지까지 추적할 수 있다.
조사 대상은 CME 산하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브렌트 선물과 ICE의 브렌트 선물이다. CFTC는 주문 시각, 체결 가격, 계좌 정보까지 확보해 패턴 분석에 들어갔다.
국내 보도들은 대부분 "CFTC 조사 착수, 5억8000만달러 거래"까지만 전했다. 연합뉴스, 뉴스핌, 한국일보 모두 블룸버그·로이터 스트레이트를 번역한 수준이다. Tag 50이라는 식별코드를 콕 집어 요구했다는 점, 두 번째 사건까지 합산하면 최대 9억5000만달러라는 점, NYMEX와 ICE 등 구체 플랫폼 레벨로 조사 범위가 특정됐다는 점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CFTC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별개 기관이다. SEC가 주식 내부자거래를 다룬다면, CFTC는 상품거래법(CEA)에 따라 선물시장의 사기·기만과 시장 조작을 잡는다. 만약 백악관이나 정부 내부자가 이란 관련 기밀 안보 정보를 이용해 선물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CFTC 제재를 넘어 연방 사기죄나 정보 유출 등 형사 책임까지 갈 수 있다. CFTC가 1차 조사를 마친 뒤 필요하면 SEC나 법무부(DOJ)에 사건을 넘기는 구조다.
CFTC가 현직 대통령의 안보 발표 직전 선물 거래 패턴을 공식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전례가 없다. CFTC의 과거 집행 사례는 LIBOR·외환 조작, 금·은 가격 조작, 개별 트레이더의 스푸핑 같은 시장 내부 행위에 집중돼 있었다. 대통령의 전쟁 관련 발표와 선물 거래를 직접 연결 짓는 수사는 처음이다.
여기에 이해충돌 논란이 겹친다. 현재 CFTC 위원장은 마이클 셀리그다. 지난해 10월 트럼프가 지명하고 12월 상원 인준을 거쳐 취임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CFTC 수장이, 트럼프의 이란 발표 직전 거래를 수사하는 구조다.
백악관은 알고 있었다
의혹이 터진 뒤 백악관의 반응이 묘하다. 공식 브리핑에서는 "내부자 거래 의혹에 구체적 근거가 없다"고 방어했다. 그런데 FT 보도 다음 날인 3월 24일, 백악관 관리실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초 보도하고 뉴욕타임스(NYT)가 확인한 이 이메일에는 "이란 전쟁과 관련된 기밀 정보를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이득을 취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원유·주가지수 선물과 예측시장에서의 "시점이 절묘한 베팅(well-timed bets)"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근거가 없다면서 왜 경고 이메일을 보냈을까. 이 이메일의 존재 자체가, 백악관 내부에서 미공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4월 9일,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과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이 CFTC에 서한을 보냈다. 3월 23일과 4월 7일 두 차례 트럼프 발표 직전 원유 선물 거래 급증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구하는 내용이다. 워런 의원은 서한에서 "이 패턴이 정부 내부 또는 외부 인사들이 미공개 정부 정보를 이용해 거래한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적었다.
전쟁 주변의 돈, 세 갈래
뉴탐사가 추적해온 '전쟁과 돈'의 구조는 이번 선물시장 의혹으로 세 갈래가 됐다.
첫째는 트럼프 가족의 방산 투자다. 트럼프의 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는 군용 드론 회사 파워러스에 투자했다. 한국 사모펀드 KCGI(대표 강성부)가 이 회사에 746억원을 넣었다. 전쟁을 끝낼 열쇠를 쥔 사람의 가족이 전쟁이 계속될수록 돈을 버는 쪽에 있다. 미국 정부윤리법은 대통령 자녀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법의 사각지대다.
둘째는 국방장관의 무기 주식 의혹이다. 워런 의원은 올해 들어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세 차례 보냈다. 4월 2일자 서한에서는 헤그세스 본인이 개전 전 무기 관련 주식 매입을 시도한 정황을 지적하며 백지신탁 규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쟁 작전을 총괄하는 국방장관이 전쟁 전에 무기 주식에 손을 뻗으려 했다는 의혹이다.
셋째가 이번 선물시장 베팅이다. 대통령의 발표를 미리 알고 원유 선물에 거액을 건 사람이 있었는지. CFTC가 Tag 50으로 추적하는 건 바로 이 세 번째 갈래다.
한국이 치른 비용, 누군가의 수익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7%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뒤 배럴당 30달러 이상 올랐다. 하루 추가 원유 비용만 1150억원이다. 정부는 유가상한제에 10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피해지원금은 1인당 최대 60만원, 4월 27일부터 지급된다.
트럼프의 3월 23일 허위 발표 하나에 브렌트유가 15달러 출렁였다. 그 출렁임이 한국 주유소 가격에 전가되고, 그 충격을 정부 재정으로 막고 있다. 그런데 그 발표를 15분 전에 알고 8700억원을 건 사람이 있었다.
4월 7일 휴전 발표 당일,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이렇게 썼다. "큰돈이 벌릴 것이다(Big money will be made)." 같은 날 ABC 뉴스 인터뷰에서는 이란과 호르무즈 통행료를 합작 사업으로 나눠 갖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일"이라고 했다.
한국이 하루 1150억원을 더 쓰는 동안, 트럼프는 "큰돈이 벌릴 것"이라고 썼고, 누군가는 그 글이 올라오기 전에 이미 돈을 걸었다. CFTC의 Tag 50이 가리키는 이름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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