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18만 달러 기습 인출 들키자 적반하장 고소… 정천수 '고발 사주' 전말

본인은 검찰에, 측근·교포는 경찰에 동시 고소… 불리하면 '취하', 잊혀지면 '대리 고발'로 재공격

2026-01-16 13:06:04

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가 강진구, 박대용 기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횡령 고소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뉴탐사가 입수한 미국 경찰 신고 기록, 서울중랑경찰서 불송치 결정서, 그리고 두 건의 고소장을 분석한 결과, 정천수의 법적 대응 방식은 '치고 빠지기'의 연속이었다.


정천수는 자신이 시민포털 기금을 기습 인출하려다 실패하자, 오히려 이를 막아선 동료들을 횡령범으로 몰았다. 2022년 7월 본인 명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수사가 불리해지자 3개월 만에 취하했다. 그러다 이듬해인 2023년 미국 교포들을 내세워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고소했다. 스스로 취하한 사건을 제3자의 손을 빌려 '재탕'한 것이다. 그래놓고 자신의 SNS에는 "경찰 수사 진행중"이라며 마치 새로운 혐의가 드러난 양 여론전을 펼쳤다.


미국 경찰에 신고당한 '기습 인출' 시도


2022년 6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경찰서에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뉴탐사가 입수한 경찰 사건 보고서(Incident Report 220615045)에 따르면, 신고 내용은 "오래된 사업 파트너가 공동 계좌에서 돈을 빼내려 하고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신고자는 당시 시민포털 기금 공동 관리자인 임마리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경찰 사건보고서(2022.6.15) 임마리는 당시 경찰에 정천수가 자금 인출 시도를 하다 실패한 뒤, 정천수가 임마리 부부를 위협한 사실을 신고했다.


당시 정천수는 미국 교포들이 십시일반 모은 시민포털 설립 기금 약 18만 달러(한화 약 2억 4천만 원)가 예치된 계좌에 접근을 시도했다. 정천수는 이 기금이 미국 현지에 독립적인 비영리법인 '시민 포털'을 설립하기 위해 재미 교포 186명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창립 기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정천수는 윤석열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검찰 수사를 피해 미국에 가 있어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시민포털 사업을 빙자해 미국에서 모금한 이 돈은 사실상 정천수의 도피 자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부터 6월까지 모금된 금액은 미화 18만 6621달러 91센트에 달했다.


경찰 보고서에 첨부된 정천수의 메시지 번역본에 따르면, 그는 필라델피아에 머물다 갑작스럽게 LA로 이동했다. "왜 필라델피아에서 LA로 몰래 이동했느냐"는 추궁에 정천수는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시민들이 더 이상 자금을 보낼 수 없도록 계좌를 닫기 위해 웰스파고 은행을 오갔다"고 해명했다.


신고자 임마리의 진술에 따르면, 정천수는 "자금 이체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8만 달러 거액 인출 시도에 놀란 공동 명의자가 이를 저지한 뒤 서울 열린공감TV 측에 제보했다. 정천수의 '기습 인출'은 미수에 그쳤고, 공동 관리자는 기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해 보호 조치를 취했다.


1차 공격: 2022년 7월, 본인 명의로 검찰 고소


기습 인출이 실패로 돌아가자 정천수는 역공에 나섰다. 뉴탐사가 입수한 2022년 7월 13일자 고소장은 정천수가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한 것이다. 고소장에서 정천수는 스스로를 "(주)열린공감티브이 대표이사 및 지분 51% 최대주주"라고 소개했다. 고소 혐의는 업무방해, 사기, 부당이득, 특수공갈 및 협박,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장물취득 등 광범위했다.


고소장의 핵심 주장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피고소인들이 정천수 대표가 미국 출장(2022년 5월 2일~6월 9일)을 간 틈을 타 공모하여 회사의 현금 유보금 20억 원과 매달 들어오는 정기 후원금 약 3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경영권을 강탈할 목적으로 불법 이사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를 기습 해임했다는 것이다.

▲정천수가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미국 시민포털 기금 횡령죄 고소장. 변호사 오병주는 검사 출신 새누리당 정치인.


둘째, 미국 '시민포털' 기금 약 2억 원 횡령 혐의다. 정천수는 피고소인들이 미국 내 기금 관리인과 공모하여 미국에서 모금된 기금을 자신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기금을 관리인의 개인 계좌로 먼저 옮긴 뒤, 이를 다시 한국의 (주)열린공감티브이 법인 페이팔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는 것이다. 정천수는 이 자금이 미국 교포들의 소중한 기금임에도 피고소인들이 법인 계좌로 부당 송금하여 회사가 부당이득을 취하게 한 것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셋째, 허위 사실 유포 및 업무방해다. 피고소인들이 자신들의 불법 해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천수가 기금을 횡령하려 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거짓 방송을 송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후원자들을 속여 기금을 모금하고, 기존 '열린공감TV' 채널의 구독자를 자신들이 만든 유사 채널로 이탈하게 하여 업무를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넷째, 특정 피고소인에 대해서는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유용하여 횡령한 사실이 있다며 별도의 처벌도 요구했다.


정천수의 고소장은 "내가 횡령을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경영권을 뺏기 위해 나에게 누명을 씌우고 미국 기금을 한국 법인으로 무단 반입했다"는 역공의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기습 인출 시도는 감추고, 이를 저지한 측을 오히려 횡령범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전략적 후퇴: 2022년 10월, 돌연 고소 취하


그러나 이 공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뉴탐사가 입수한 서울중랑경찰서 불송치 결정서(작성일 2022년 10월 13일)에 따르면, 고소인은 경찰에 출석해 "법리적 오인으로 인해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고소를 취하했다. 고소 사실에 대해 진술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중랑경찰서 불송치 결정서(2022.10.13)


본인의 미국 자금 인출 시도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경우 오히려 무고죄로 역공당할 것을 우려한 '전략적 후퇴'로 풀이된다. 자신이 개인 돈이 아닌 회사와 후원자의 돈을 빼내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입장이 뒤바뀔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고소 취하에 따라 사건을 '각하' 처분했다.


2차 우회 공격: 2023년, 미국 교포 내세워 재고소


그러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정천수는 본인이 직접 나서는 대신 미국 교포들을 내세워 동일한 사안으로 다시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자신은 뒤로 숨고 대리전을 치르는 방식이었다. '셀프 취하'했던 사건을 제3자의 손을 빌려 '재탕'한 것이다.


뉴탐사가 입수한 이 두 번째 고소장은 정천수 본인 명의가 아니다. 미국 교포들과 국내 거주 측근을 고소인·고발인으로 내세워 경찰에 제출한 별도의 고소·고발장이다. 이 고소장을 분석한 결과, 순수한 후원자들의 피해 구제 차원을 넘어선 조직적 움직임으로 드러났다.

▲미국 시민포털 기금 횡령죄 고소/고발장(2023.3). 정천수 측근의 고발사주로 추정.


고소장에는 미국 교포들 외에 한국에 거주하는 '고발인'이 한 명 포함되어 있다. 이 고발인은 금전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 즉 기금 후원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익적 목적을 내세워 '고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고소장은 이 국내 고발인을 "열린공감을 창립한 정천수와 미국 교민들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며"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천수의 측근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고소장 결론부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이 고발인이 나머지 사람들을 대표하여 피해자 조사를 받겠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제 돈을 낸 미국 교포들은 물리적으로 한국 경찰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 정천수와 긴밀히 소통하는 국내 조력자를 '고발인'으로 끼워 넣어, 그가 경찰 조사를 전담하게 만든 구조다.


고소장의 서술 관점도 '정천수 변호문'에 가깝다. 고소장은 피고소인들이 정천수 몰래 이사회를 열어 그를 해임하고 경영권을 '강탈'했다고 주장한다. 피고소인들이 정천수에게 횡령 누명을 씌웠다며 정천수의 억울함을 강조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할애되어 있다. 미국에 흩어져 있는 다수의 교포와 국내 거주 조력자가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정천수 옹호 논리로 무장된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중심에서 이를 조직하고 기획한 컨트롤 타워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2차 고소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2023년 11월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정천수는 두 번 고소해서 두 번 다 실패한 것이다. 첫 번째는 스스로 취하했고, 두 번째는 불송치됐다.


여론전 활용: "수사중" 주장했지만, 이미 각하된 사건


그런데 정천수는 이 2차 고소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SNS에서 여론전을 펼쳤다. 2023년 8월 30일, 정천수는 자신을 비판하는 글에 대한 '팩트체크'라는 명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미교민들이 더탐사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하여 현재 중랑경찰서에서 수사중에 있는 것이 팩트"라고 적었다.

▲중랑경찰서 고소 취하 후 10개월 지나 정천수가 올린 글에는 중랑경찰서에서 수사중이라고 적혀 있다.(2023.8.30)


마치 강진구 일당의 혐의가 입증되고 있는 것처럼 게시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2022년 10월 첫 번째 고소를 취하해 각하됐던 사실은 숨겼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내세운 2차 고소도 3개월 뒤인 2023년 11월 불송치로 끝났다.


정천수의 해당 글에는 다른 주장도 담겨 있다. 그는 "이혁진 부부가 임의로 자신들의 개인계좌로 기금을 빼돌린 후 강진구 일당 등과 공모해 한국 더탐사로 보내버린 황당한 사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더탐사는 미교민들로부터 고소된 상황"이라고도 썼다. 그러나 앞서 확인한 대로, 첫 번째 고소는 정천수 측이 스스로 취하했고, 두 번째 고소는 불송치됐다.


'치고 빠지기' 법적 공세의 민낯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정천수의 행동 패턴이 선명해진다. 2022년 6월 미국에서 18만 달러 기습 인출 시도가 실패하자, 같은 해 7월 본인 명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수사망이 좁혀오자 3개월 만인 2022년 10월 돌연 고소를 취하했다.


이듬해인 2023년 3월, 본인이 빠진 채 미국 교포들을 내세워 동일한 내용으로 경찰에 다시 고소·고발장을 접수시켰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SNS에 "중랑경찰서 수사 중"이라며 마치 새로운 혐의가 드러난 양 게시했다. 그러나 이 고소도 2023년 11월 불송치 처분됐다.


두 번 고소해서 두 번 다 실패했다. 불리하면 발을 빼고, 잠잠해지면 남의 손을 빌려 다시 공격하고, 이를 마치 승기 잡은 것처럼 홍보하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식 법적 대응이었다. 결국 정천수가 방송에서 연일 주장했던 '강진구 일당의 자금 유용'은 법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존재했던 것은 시민의 후원금을 빼내려다 실패한 정천수의 시도와, 그것이 좌절되자 검찰에는 본인 명의로, 경찰에는 측근과 미국 교포를 동원해 동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던 조직적 법적 공세뿐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미국 프리몬트 경찰서 사건 보고서, 서울중랑경찰서 불송치 결정서, 그리고 두 건의 고소장은 정천수가 숨기고 싶어 했던 그날의 진실을 증명한다. 도둑이 오히려 매를 들었던 적반하장 법적 공세의 전말이 3년 만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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