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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RTV 퇴출' 2심도 정당화…조작 의혹 끝내 외면
서울고법 항소 기각…RTV, 재정난에 상고 포기하며 21년 방송권 상실 확정
서울고법 2026년 7월 8일 항소 기각…1심 이어 2심도 계약 기간만 판단
채널평가 조작 의혹, 항소심에서도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심리 생략
조정·가처분·본안 3년 반 동안 채널평가 적법성 본안 심리 한 번도 없어
판결문에 "공익채널로 선정된 사실이 없다"…퍼블릭 액세스 법적 공백 확인
윤석열 정권이 밀어낸 시민방송 RTV의 채널이 2심에서도 돌아오지 못했다. RTV는 케이티스카이라이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 제1-2민사부는 2026년 7월 8일 항소를 기각했다. 2025년 7월 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가 청구를 기각한 데 이은 두 번째 패소다.
RTV는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재정이 바닥나 대법원까지 갈 여력이 없었다. RTV는 2001년부터 21년간 스카이라이프 179번을 지켜온 국내 유일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다. 이로써 위성방송에서 영구히 사라졌다.
두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같았다.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스카이라이프가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RTV가 소송에서 가장 오래 다툰 채널평가 조작 의혹은 두 심급 모두에서 판단되지 않았다.
이 소송에는 많은 시민이 함께했다. 후원과 서명과 방청으로 함께한 이들에게 결과를 그대로 전하는 것이 재단이 지켜야 할 도리다. 그래서 이긴 기록이 아니라 진 기록을 남긴다. 무엇을 다퉜고 법원이 무엇을 판단했으며 무엇을 판단하지 않았는지, 판결문에 적힌 대로 적는다.
21년 이어졌지만 계약서는 1년짜리였다
RTV가 스카이라이프의 '시민의 채널'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2001년이다. 이후 2022년까지 두 회사는 해마다 방송프로그램 공급계약을 맺었다. 유료방송 시장에는 계약서를 쓰기 전에 채널부터 공급하는 관행이 있었다. 사용료를 먼저 받고 연말에 소급 정산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도 그 관행을 따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계약서는 2020년 6월 22일에야 작성됐다. 2021년치 계약서는 그해 12월 30일에 썼다.
관계가 흔들린 것은 2021년 가을이다. 스카이라이프는 10월 8일 채널평가 결과 월간평가와 연간평가 모두 최하위인 E등급이라고 통지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조건부 재계약 대상으로 지정했다. RTV는 11월 30일 프로그램사용료 20% 삭감과 재무건전성 개선계획 연 2회 제출을 조건으로 합의했다. 월 616만4410원이던 사용료는 493만1520원으로 내려갔다.
정권 출범 5개월 뒤 날아온 퇴출 통보
스카이라이프가 RTV의 퇴출을 결정한 것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직후다. 2022년 채널평가의 대상기간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였다. 평가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정권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권은 2022년 5월 10일 출범했다.
스카이라이프는 2022년 10월 17일 RTV를 심의평가 대상으로 통보했다. 2021년과 2022년 연간평가에서 연속 E등급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10월 27일 청문회가 열렸다. 나흘 뒤인 10월 31일 청문심사 결과 기준점에 미달해 2023년 재계약에서 제외됐다는 통지가 왔다. 정권이 출범한 지 5개월 만이었다.
RTV는 11월 3일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12월 21일 확정 통보를 받았다. 12월 23일 스카이라이프는 2022년도 계약서를 보내왔다. 그 계약서에는 2023년 정기개편에 맞춰 RTV의 송출을 종료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행정 절차도 RTV 편이 아니었다. RTV는 2022년 12월 28일 방송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2023년 3월 15일 채널평가와 계약 종료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5월 15일 송출중단금지 가처분을 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8월 9일 이를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도 2024년 1월 3일 항고를 기각했다. 그 사이 2023년 12월 30일 밤 12시 송출이 끝났다. 350만 가구와의 연결이 그날 끊겼다.
채널평가가 정당했는지는 끝내 판단하지 않았다
본안 소송에서 RTV는 두 가지를 주장했다. 하나는 계약갱신기대권이다. 21년간 이어진 계약과 선공급 후계약 관행에 비추어 계약이 갱신되리라 기대할 만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2022년 채널평가가 위법했다는 주장이다. RTV는 스카이라이프가 개정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고 안내해놓고 자체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해외채널과 국내채널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 점도 문제 삼았다. 콘텐츠 투자율 산정에 실제와 다른 금액을 썼다는 지적도 내놨다. 평가 대상과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심사였다고도 했다. 시청자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은 정권의 압박 아래 평가가 진행됐다고도 했다. 청문회 역시 형식에 그쳤다는 것이 RTV의 주장이었다.
법원은 첫 번째 주장에서 멈췄다. 1심 재판부는 계약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21년과 2022년 공급계약은 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었다. 제15조에는 갱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간 만료 시 별도 통보 없이 자동 종료된다고 적혀 있었다. 재판부는 계약 자유의 원칙상 스카이라이프도 기간 만료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10년간 송출이 끝난 채널은 32개다. 이 가운데 15개는 채널평가로, 17개는 채널사용사업자 쪽의 종료 의사로 끝났다. 재판부는 이 통계도 근거로 삼았다.
판결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계약갱신기대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이 한 문장으로 채널평가의 위법성은 판단 대상에서 빠졌다.
평가 기준을 바꿔치기했는지 법원은 답하지 않았다. 점수 산정이 잘못됐는지도 답하지 않았다. 청문회에 정권의 압박이 있었는지도 답하지 않았다. RTV가 3년 반 동안 다툰 쟁점 전부가 판결문에서 한 줄도 다뤄지지 않았다.
판단이 생략된 것은 논리의 순서 때문이다. 계약이 기간 만료로 끝난 것이라면 갱신을 거절할 권리는 애초에 스카이라이프에 있다. 그렇다면 갱신을 거절한 이유가 정당했는지는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 채널평가는 갱신 거절의 근거로 제시됐을 뿐이고, 계약을 끝낸 법적 원인은 기간 만료라고 재판부는 봤다.
그 결과 채널평가의 적법성이 본안에서 심리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방송분쟁조정위원회는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조정은 재판이 아니다.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채널평가가 위법하다는 점이 소명되기 부족하다고 했다. 소명 부족은 본안 판단이 아니라 급박한 처분을 내릴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본안에서는 판단 자체가 생략됐다.
판단을 받지 못한 것과 주장이 틀린 것은 다르다. 다만 상고를 포기한 이상 이 부분을 다시 다툴 방법은 없다. 채널평가가 정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항소심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이유를 그대로 인용했다. 다만 두 대목이 추가됐다.
하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낸 사실조회의 회신이다. 재판부는 가이드라인 적용 문제를 확인하려고 주무부처에 직접 물었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피고와의 협의 후 피고가 위 2022. 1. 1. 이전에 이미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2022년도 채널평가를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하여 해당 연도의 평가에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도록 하였다"고 적혀 있다.
RTV가 내세운 핵심 주장이 주무부처 회신으로 깨진 셈이다.
이 회신 역시 기초사실로 정리됐을 뿐이다. 채널평가 전체가 적법했는지를 가리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해외채널 평가 기준이나 콘텐츠 투자율 산정 금액을 두고 다툰 부분은 판결문에 언급조차 없다.
다른 하나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계약이 늦게 체결된 경위다. RTV는 계약서 없이 2년 6개월간 방송이 이어졌다는 점을 자동연장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 기간에 사용료를 두고 양측이 줄다리기를 했다는 증거를 채택했다. RTV가 사용료 100% 인상을 요구했고, 스카이라이프가 오히려 계약 체결을 촉구했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공급계약이 "당사자들이 새로이 협상을 하여야 그 갱신 또는 연장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공익채널로 선정된 사실이 없다"
이 소송이 남긴 가장 무거운 대목은 1심 판결문 14면에 있다.
RTV는 갱신 거부의 요건을 더 엄격히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유일의 시청자 참여 채널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답은 이랬다. "방송의 자유에 의해 특정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게 채널배정을 요구할 청구권이 도출된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배정받지 못한 채널은 다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배정받아 이를 사용하게 되므로, 방송의 자유 보장에 역행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시청자 참여 전문채널이라고 하여 원고의 주장과 같이 공급계약 갱신 및 연장 거부 요건을 더 엄격히 볼 근거도 없다."
이어 한 문장이 붙었다. "이 사건 채널은 2021년부터 공익채널로 선정된 사실이 없다."
이 문장은 뒤집어 읽을 수 있다. 2020년까지는 공익채널이었다는 뜻이다. RTV는 2019년과 2020년 공익채널로 선정돼 있었다. 다만 분야는 '사회복지'였다. 공익채널 분야에 '시청자 참여'가 없어 자기 성격과 다른 이름으로 신청해야 했다. 공익채널 선정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그 기간이 끝난 2021년부터 RTV는 어느 분야에도 들지 못했다.
'시청자 참여'는 원래 공익채널 분야에 있었다. 2006년 고시에 들어갔고 2009년 사라졌다. 그 뒤로 공익채널은 사회복지와 과학·문화진흥과 교육지원 3개 분야만 남았다. 시청자 참여는 남은 세 분야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분야가 사라지면 의무도 사라진다. 방송법 제70조 8항에 따라 유료방송사업자는 공익채널을 분야별로 1개 이상 운용해야 한다. 그런데 시행령 제56조의2 제1항에는 단서가 붙어 있다. 해당 분야에 공익채널이 선정되지 않았으면 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시청자 참여 분야가 없으니 어느 플랫폼도 시청자 참여 채널을 실을 의무를 지지 않는다.
방송법 제70조 7항에는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의 편성 의무가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기면 방송법 제108조 1항 7호에 따라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그런데 인터넷방송법 제21조 3항은 방송법 제70조의 1항부터 3항까지와 8항만 준용한다. 7항은 빠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5월 20일 서면 답변에서 그 조항의 적용에 관해 "별도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라고 밝혔다. 지금 유료방송 시장의 절반을 넘긴 IPTV는 시청자 참여를 거부해도 제재받지 않는다.
퍼블릭 액세스 채널을 지켜줄 법적 근거는 이렇게 비어 있었다.
RTV가 이 공백을 뒤늦게 안 것은 아니다. 소송을 내기 전부터 국회에 알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낸 자료에서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인터넷방송법에 시청자 참여 의무 규정을 넣어 달라고 했다. 공익채널 분야에 '시청자 참여'를 되살려 달라고 했다. 시청자 참여 채널에 고정 채널 번호를 달라고 했다.
셋 다 반영되지 않았다. 법이 그대로인 채로 재판이 열렸고, 두 재판부는 그 법대로 판단했다.
21년을 인정하고도 기대권은 부정했다
1심 판결문 11면에는 RTV가 다툰 시간이 사실로 적혀 있다. 2001년 스카이라이프가 RTV를 '시민의 채널' 위탁사업자로 선정했다. 그 뒤 2022년까지 계약관계가 유지됐다. 2002년 채널을 개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는 사실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사실들을 적어놓고 곧바로 결론을 냈다. 그 사정만으로는 계약갱신기대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것이었다.
기대권을 인정하려면 갱신을 믿고 상당한 비용을 썼다가 큰 손해를 입은 사정 같은 것이 필요했다. 재판부는 그런 증거가 없다고 봤다. 스카이라이프에게는 한정된 채널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이익이 있다. 재판부는 그 이익이 RTV를 보호할 가치보다 작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RTV는 김대중 정부 시기에 허가를 받아 문을 열었다. 21년간 이주민과 장애인과 지역 공동체의 이야기를 내보냈다. 재판에서 그 21년은 갱신을 기대할 근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여기서 소송을 멈춘다
1심 패소 직후 RTV는 항소해 판결을 뒤집겠다고 밝혔다. 항소는 기각됐다. 상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
후원자가 3년간 3000명 가까이 줄면서 운영비와 인건비를 대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소송비용은 1심과 2심 모두 RTV가 부담한다. 남은 재원을 대법원 절차에 쓰는 대신 방송을 지키는 데 쓰기로 했다.
퇴출 통보를 받은 2022년 10월 31일부터 상고를 포기한 2026년까지 3년 반이 걸렸다. 그동안 조정위원회와 가처분과 본안 재판을 거쳤지만, 채널평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들여다본 절차는 없었다.
179번은 되찾지 못했다.
남은 것은 판결문 두 건이다. 국내 유일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 어떻게 사라졌는지가 그 안에 적혀 있다. 날짜와 금액과 조항으로만 적혀 있다. 사건번호는 2024가합31102와 2025나209213이다.
국회에서는 방송법과 IPTV법을 아우르는 통합미디어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청자 참여 채널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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