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최재영 목사와 여현정 양평군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최재영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500만원, 이철규 의원 명예훼손으로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여현정 의원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여현정 의원에게는 사실상 정치 생명을 끊으라는 판결이 내려진 셈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여주·양평 지역에서 열린 시민단체 초청 강연회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강연 중 "공양미는 300석, 민주당은 200석" 같은 발언이 나왔고, 청중석에서 "최재관" 연호가 있었다는 게 검찰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과거 전광훈 목사가 "자유우파 정당들이 합쳐서 200석을 해야 한다"고 반복 발언했을 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선거법인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공항 통해 절대 나가면 안 된다"…재판 내내 고압적 태도
최재영 목사는 이날 뉴탐사 인사이트에 출연해 재판 과정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10월에 기소돼서 거의 1년 넘게 재판을 진행했는데 판사가 세 번째 바뀌었다. 지금 선고한 판사가 가장 강압적인 태도로 저희를 대했다"고 말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는데도 범죄자처럼 대했다는 것이다.
최재영 목사가 전한 법정 상황은 충격적이다. 그는 "매번 재판이 끝날 때마다 폐정을 알리는 망치를 두들기기 전에 '최 피고인은 공항을 통해서 절대 출국하면 안 됩니다'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밝혔다. 이미 출국 금지 상태라 나갈 수도 없는데 굳이 그런 말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계엄 당시 수거자 명단, 제거자 명단에 다 제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그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판사가 윤석열 라인은 아닌가 오해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거주지 변경 신고 방식도 문제였다. 최 목사는 "거주지는 일급 개인 신상 정보인데 판사가 법정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라고 했다. 방청객 중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있는데 내 주소가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무죄 추정은커녕 확정범 취급을 받았다는 하소연이다.
양평고속도로 변경, 디올백 폭로…보복 기소의 배경
이 사건이 단순한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보복 기소'라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여현정 의원은 김건희 씨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인물이다. 김건희 씨가 당선인 신분 시절 어버이날을 기념해 변경안을 등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권 초반 도덕성에 큰 균열이 갔다.
여현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 단식 투쟁 당시 지지 방문을 했고, 본인도 양평고속도로 문제로 단식 투쟁을 벌이다 119 차량에 실려 갔다. 그는 "김건희 씨가 당선자 신분 시절에 어버이날을 기념해서 변경안을 등록한 게 드러났다. 어버이날 선물로 고속도로를 꺾어버리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영 목사 역시 디올백 사건 폭로로 윤석열 정권에 치명타를 입힌 인물이다. 그는 "디올백 사건이 폭로되고 김건희 씨가 5개월 동안 두문불출하며 일절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을 정도로 큰 파문이 일었다"고 회상했다. 외신에서도 대통령 부인이 명품백을 받았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김건희 씨의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최 목사는 이번 기소가 '인지 수사'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고소, 고발자가 없다. 수사관한테 들어보니 인지 수사였다.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는 검찰이 용산에서 오더를 받고 한꺼번에 엮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사건을 인지 수사로 진행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전광훈은 무죄, 최재영은 유죄…판례 비교해 보니
권지연 기자는 이날 방송에서 과거 전광훈 목사의 선거법 위반 발언과 판결을 상세히 비교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광훈 목사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에서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자유우파 정당들이 합해서 200석을 해야 한다"고 수차례 발언했을 때 법원은 1심, 항소심, 대법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1월 21일 대구경북 지도자 기도회에서 전광훈 목사는 "4월 15일에 기독자유당이 폭풍타를 칠 것이다. 비례대표 찍을 때 기독자유당을 찍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투표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
2019년 12월 7일에는 "자유우파 국민들이 황교안을 대표로 뽑은 이상 반드시 우리가 하나가 되어서 4월 15일에 이겨야 한다. 반드시 승리합시다"라고 했다. 특정 정당 대표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승리를 독려했지만 역시 무죄였다.
한 교회 목사는 아예 투표 용지 형태를 보여주면서 "여러분 지역구 2번 찍으세요. 황교안 당입니다. 비례대표는 기독자유당을 뽑으세요"라고 했다. 이 발언에 대한 처벌은 벌금 50만원에 그쳤다. 최재영 목사가 받은 1,500만원의 30분의 1 수준이다.
김진홍 목사는 2021년 11월 두레교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자기 형수한테 전화를 걸어서 칼로 돌려내 버린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면 격이 떨어진다"고 발언했다. 특정 후보를 직접 거명하면서 명예훼손성 발언까지 했지만 벌금 200만원에 그쳤다.
"선관위 주의·경고 정도면 될 사안"
여현정 의원은 최재영 목사가 유독 여주·양평에서만 기소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어느 지역에서는 여주 양평에서 발언하신 것보다 수위 높은 이야기도 하셨다고 저한테 말씀하셨다. 그런데 인지 수사를 통해 여주 양평만 콕 집어낸 거다. 핀셋으로 집듯이 편파적이고 보복성 짙은 기소와 재판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여현정 의원은 본인의 억울함도 호소했다. 그는 "저희가 사전 모의해서 선거법에 위반될 걸 알면서 무리하게 강연회를 여는 바보들이 어디 있겠느냐. 어떤 이야기를 했어도 결과는 정해져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양평 강연회를 주최한 건 지역 시민단체였다. 민주당이나 특정 후보 캠프가 아니었다. 강연 중 청중석에서 "최재관" 연호가 나왔지만 마이크를 사용한 건 아니었다. 여현정 의원은 "마이크를 사용 안 하면 보통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선관위에서 사전에 주의나 경고를 준 적도 없었다. 최재영 목사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강연할 때 선관위에서 주의를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선거법 저촉 소지가 있었다면 사전에 예방하는 게 선관위의 역할인데, 마치 함정을 쳐놓고 기다린 것 같다는 느낌이다.
외국인 신분 문제도 형평성 논란
최재영 목사가 외국인 신분이라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주장의 핵심 중 하나다. 그러나 과거 모스탄이나 KCPAC 등 미국 국적자들이 한국 선거를 감시하겠다며 와서 부정선거 주장을 펼치고 유력 정치인을 명예훼손했을 때 현행범으로 체포한 적이 없다.
최재영 목사는 "저는 외국인이라 선거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그 사람들은 한국 선거판 전체를 뒤흔들 목적으로 왔는데 아무 제재가 없었다. 허위 사실 가지고 '이재명이 성폭행했다' 같은 근거 없는 얘기까지 했는데도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이 되기 전 전광훈 목사와 같은 무대에 섰던 인물이다. 전광훈 목사가 선거 때 마이크만 잡으면 어떤 발언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서울시장이 된 뒤 광화문 광장 집회를 허용했다. 여현정 의원에게 적용된 논리대로라면 오세훈 시장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
"민심으로 사법부 의도 분쇄해야"
선고 현장에서는 기자회견 방해 논란도 있었다. 법원 직원들이 촬영 허가를 받지 않은 기자들을 고압적으로 제지했고,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항의하는 장면도 있었다. 선고가 시작되기 전 판사는 "앞에서 너무 소란스러웠던 걸로 알고 있다. 법정 내에서 소란을 피울 경우 다 퇴장시키고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최재영 목사는 2년 11개월째 출국 금지 상태로 미국에 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나가지 못하게 했으면 여기서는 합법적으로 있게 해줘야 하는데 거소증 연장 신청을 안 해주더라. 은행 거래와 병원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출국은 막으면서 합법 체류도 어렵게 만드는 이중고를 겪었다.
여현정 의원은 "사법부에서는 검찰이 그렇게 구형해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했다. 지역과 세상을 바꾸고 싶은 꿈이 좌절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얘기하고 들어갔다.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100만원 이하의 형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출마 선언까지 준비해 갔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항소심이 남아 있다. 전광훈 목사의 판례들이 증거로 제출되면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여현정 의원은 "어떤 노력을 해도 1심 판결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항소심에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재영 목사도 "전광훈 사례와 판례라면 2,000만원이 200만원으로 내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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